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인권리포트

전정식 소장 사진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주거권 전정식 (IL자원센터노적성해 소장)


자립생활운동이 10년을 채워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와 추상이 아니라 구체인 듯하다. 장애인들은 시설을 나오고 있으나 정작 이들이 활용할 주거정책은 부실한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든 타개해나가야 한다. 지금껏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시설중심 정책이었다. 사회는 이들에 대한 격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수용정책에 수천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장애인 주거정책에는 의미 있는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그러나 격리는 문제에 대한 일시적 외면일 뿐 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시설에서 지금도 사육당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은 매일같이 지역사회로의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이를 지지 하고 더불어 준비해 나갈 안정적인 주거지원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태가 이러하기에 호기 있게 시설을 박차고 나온 장애인도 번번이 시설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는 무슨 답을 찾아가야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12월 현재 장애인에게 거주시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은 총 1,074개소이며, 입소인은 총 30,396명으로 추정장애인구의 1.41%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재 장애인에게 거주시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총 2,423억원으로 전체 장애인복지시설에 지급되는 자원의 51.8%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탈시설화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이라는 장애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장애인 생활시설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설중심정책의 재편과 탈시설정책의 추진에 있어 관건은 장애인주거정책의 체계적인 추진이다.

 2008년 인권포럼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많은 장애인들이 접근성 문제로 인해 아파트 형태의 주거공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아파트라도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다. 10평대부터 100평 넘는 아파트까지 있고 1층 쓰는 아파트가 있는 반면에 두개 층을 뚫어 쓰는 아파트도 있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하지만 강력한 공통점은 바로 임대아파트라는 사실이다. 집공간이 작아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에게 구조상으로는 맞지 않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증장애인들에게 맞는 것이 임대아파트인게다. 인권포럼 조사의 응답분포에 따르면, 영구임대 65.5%, 공공임대 14.7%, 국민임대 19.8%다. 확실히 영구임대 아파트 이용자가 많다. 그만큼 장애인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임대료 관리비 합쳐 30만원을 웃돌 수도 있는 국민임대아파트를 쉽사리 선택해 들어갈 의지는 좀처럼 갖기 힘들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주거에 대한 열망은 크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정책활용도는 매우 낮다. 인권포럼 조사에서, 공공임대주택정책의 경우 73.2%, 주택개조지원사업은 58.0%, 전세자금융자정책은 64.4%, 매입임대주택은 57.8%의 정책인지도를 보인다. 그에 비해 정책활용도 는 매우 낮게 나온다. 공공임대주택정책 이용도는 20.0%, 주택개조지원은 21.1%, 전세자금융자정책 활용도는 11.1%, 매입임대주택정책 활용도는 16.3%로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정책활용도는 10%대 초반에서 20%대초반의 상황에 머무를 뿐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정책홍보가 미진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책이용 장벽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욕구에 비하여 정책물량이 턱없이 작다면 이것은 엄청난 장벽이 아닐 없다. 그리고 현재의 공공임대전달체계는 가족을 두지 않은 독립가정의 경우 영구임대주택이나 기타 정책으로부터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이다. 이 또한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실천하는 장애인들이 대부분 1인 가정이라는 사실, 그리고 많은 장애인들이 그들의 희망과 달리 결혼을 통한 가족형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나 현행 정책전달체계에서 이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한 현실 또한 정책이용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1인 가정과 결혼후 아이를 둔 가정의 배점 차이는 최소 3배이다. 또한 주거확보와 주거유지에 들어가는 자금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여 정책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재고주택에라도 장애인들이 들어가 살 수 있어야 주택개조사업에 대한 활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낮은 소득을 보완하여 주거를 얻고 유지할 수 있는 주거지원이 부족한 현실이 기존 주택정책의 활용도를 낮춘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인권포럼 조사에서 장애인 주거관련 지원요구사항에 대한 설문결과를 보면 임대주택 입주자격완화가 84명 41.6%이고, 장애인주거관련보조금(보증금,월세) 지원제도 확대가 98명 48.5%, 장애인주거정보제공이 20명 9.9%로 나타난다. 주거관련 보조금 지원이 가장 강한 희망사항으로 제기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들은 아파트 등 대기기간 긴 주택지원 자체보다도 일단 재고주택을 통해서라도 주거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임대주택 자격요건 완화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1인 가정은 자격 얻기가 영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립생활 의지가 평가 항목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순한 양적 지표를 통해 입주자를 선정하지 않고 자립생활의지 등 전반적인 질적 평가 지표들을 담을 경우 지역사회 자립생활지원위원회라는 구조가 있으면 좋을 것이고 이 기구가 주거정책전달체계의 한 파트로 편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애인주거정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장애인 10% 임대주택 쿼터제 도입, 장애인 주택수당 신설, 주거관련 보조금 지급, 임대주택 수급자격완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장애인주거지원위원회나 자립생활지원위원회와 같은 NGO 혹은 NPO 단체가 정책전달체계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존 주거정책전달체계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주택사업자만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주거정책 개발의지, 정책에 대한 적극적 홍보나 전달의지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수동적인 지방자치체의 공무원 조직을 통한 정책전달은 그 정확성과 실효성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중앙이나 지방 공무원사회의 수동적 정책전달행위로 인해 장애인들은 정책의 존재유무도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원칙에만 준한 정책전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 세력가 중심의 정책전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결국 우리는 공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NGO 기관이나 이들과 행정이 결합한 장애인주거지원위원회나 자립생활지원위원회 같은 전달체계를 두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예컨대 행정, 주택사업자, NGO가 같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에서 정책을 홍보하고 임대주택특별공급대상자를 선별하거나 여러 주거지원정책을 전달하는 작업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장애인당사자들이 주거전달체계에 들어가야한다. 기존 장애인주거전달체계에는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한참 아래순위로 시혜되는 떡고물 같은 주거물량을 막막한 대기순번에 따라 아니면 현실성 부족한 선별기준과 추첨에 따라 받아먹는다. 구청 직원이나 구의 유력인사와 잘 아는 장애인,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힘 있는 장애인, 아주 운이 좋은 장애인, 적당히 가난하고 눈치 빠른 장애인이라야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중증이고 결혼도 못하고 굼뜨고 가난하고 힘없는 장애인은 정책 혜택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존의 전달체계는 변화되어야한다. 에컨대 지역사회 장애인 주거정책 전달체계로 가칭 장애인 주거지원 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장애인자립생활지원위원회라는 보다 포괄적인 이름의 전달체계라도 좋다. 그곳에 행정, 주택사업자, 장애인의 자립생활주거를 지원하는 NGO단체들, 그리고 주거수요당사자가 함께 참여하여 정부의 정책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 전달체계에서는 수동적인 정책전달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양적 지표만이 아닌 질적 지표, 당사자의 목소리 등을 고려하여 정책을 전달하고, 정책수행 보고서를 내면서 모니터링을 사업을 수행하고 더 나아가 정부에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우리는 높아진 주거정책인지도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의 정책활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법적 정책적 대안이 나와야겠지만 NGO와 당사자가 참여하는 전달체계의 구축이 가장 효과적일 것임을 강조한다. 능동적 정책홍보,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전달, 정책피드백을 강화할 모니터링, 현장 모니터링에 기반한 정책제안을 행할 당사자참여 주거정책전달체계의 빠른 구축을 기원해 본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