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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리포트

김동기 박사 사진


사회통합관점에서 장애인지예산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
김동기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란 장애인이 평등의 기초 위에서 사회의 부분이 되어 장애인이 속한 사회?문화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이익섭, 1993) 비장애인이 영위하는 수준과 동등하게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내에 존재(presence)하고 참여(participation)하는 정도를 말한다(Mank & Buckley, 1989). 즉, 차별 또는 배제 없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살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의 목적인 동시에 기본이념이다.

 그런데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동등하게 지역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수준 이상의 제도적 및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감에 있어 열악한 교육 및 소득수준, 사회적 인식의 차별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그 출발선상이 다르다. 따라서 그 출발선 상에 있어서 장애인이 뒤쳐져 있는 정도를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의 제도적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원의 핵심이 바로 공공부문으로서 국가의 예산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장애인의 고용, 소득, 의료 및 일상생활 등에 대한 국가 예산의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의 사회통합 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은 매우 소원한 일이다. 그 의미는 장애인의 사회통합 달성여부와 직결되어 있는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만을 통해서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의 실현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장애인지예산제도이다.

 장애인지예산제도는 기존의 국가예산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서 부문 인지적 예산의 한 유형이다. 즉, 국가예산이 다양한 사업별로 배분되는 원칙에 대해 접근하는 기존의 방식은 크게 미시적?상향적 접근과 거시적?하향적 접근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사업별로 재원이 배분되는 방식과 규범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전체적으로 예산 혹은 재정이 운영되는 기본방향을 제시하지는 못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자의 접근이 필요하다. 즉, 이는 정책부문별로 잠정적인 한도액을 설정하고 주어진 재원을 사업별로 배분한다는 관점이며 미시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보완한다. 그런데 최근 미시와 거시적 접근의 중간범위에서 특정한 정책부문에 한정적이며 독특한 가치지향적인 특성을 가지는 이른바 “부문 인지적 예산”이라는 새로운 현상 혹은 접근이 등장하고 있으며(윤영진 외, 2007), 장애인지예산제도 또한 그 한 유형에 속한다. 또한 대표적인 부문인지예산제도의 유형에는 여성정책(성인지), 환경정책(환경 친화적), 고령사회정책(고령사회인지)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부터 여성단체의 예산운동과정에서 성인지 예산의 필요성이 공론화되기 시작하여, 2002년부터 여성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성인지 예산을 적극적으로 의제 화 하였다. 그 결과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에 성인지 예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국가재정법 제16조(예산의 원칙) 정부는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있어서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5. 정부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동법에 따라 2010년 회계연도부터 정부는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국가재정법 제26조(성인지 예산서의 작성) 정부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이하 “성인지 예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57조(성인지 결산서의 작성) 정부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예산의 수혜를 받고 예산이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이하 “성인지 결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었다(김영옥 외, 2007). 따라서 불과 10년도 채 안 된 기간 내에 여성단체의 풀뿌리 운동에서 시작된 성인지 예산제도가 국가의 예산방식의 한 부분으로 정식적으로 채택된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성인지 예산활동은 UN, OECD, EU 등 다국적 기구의 정치적 지원과 UNIFEM, Commonwealth, UNDP 등 원조기구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오늘날 전 세계 70여개 이상의 국가가 다양한 방식의 성인지 예산 활동경험을 가지고 있다(http://gb.kwdi.re.kr).

이와 같은 성인지 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예산 편성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는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인 것처럼, 장애인지예산 또한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편성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이다. 즉, 장애인지예산은 예산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미치는 효과를 예산과정에서 고려하여 자원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으로서, 장애 영역에서 기존의 시혜차원의 접근이 아닌 인권에 바탕을 둔 관점에서 장애인의 시설과 자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지예산에 대한 정당성은 적절한 예산 분배가 없이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 권리나 복지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Sharp and Broomhill 2002: 26). 즉, 적절한 예산분배가 없이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며,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를 통해서는 적절한 예산 분배를 이끌어낼 수 없기에 장애인지예산제도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지예산제도는 성인지 예산제도와는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경험이 매우 드물다. 즉, 장애인지예산 개념은 많은 부분 성인지 예산 개념의 영향을 받아 대두되기 시작한 것인 데, 성인지 예산 개념조차도 국제적으로 매우 새로운 개념으로 최근에 들어 활발하게 적용되기 시작하였기에, 장애인지예산 개념이나 적용은 아직까지 활발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핀란드를 비롯한 몇몇 북유럽 국가들이 지난 몇 년간 개발 협력에 있어서 장애를 주류화 하는 활동을 매우 활발히 펼치고 있고, 연장선상에서 장애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핀란드가 장애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지금까지 적용해오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지예산제도의 경험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고, 또한 매우 최근에 그 논의가 비로소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성인지 예산제도에 비해 그 논의와 도입 및 활성화가 매우 뒤쳐지는 것은, 장애에 관한 적절한 데이터의 부족이 장애 이슈에 대한 무관심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이(http://www.unescap.org), 장애인지 정책 분석, 계획 및 평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데이터와 통계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성인지 예산이 남성-여성이라는 2분법적인 개념으로 구분이 용이한 반면, 장애인지예산의 경우는 환경적, 사회적, 문화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어(http://www.leeds.ac.uk) 각국마다 채용하는 장애의 개념이나 범주가 동일하지 않아 이에 따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입장에서도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의 도입과 적용이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인력과 예산의 할당이 선결 과제이며, 동시에 예산제도를 실질적으로 기획 및 집행해야 할 공공부문의 인력에 대한 교육 또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의 도입에 대한 사회 전반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로서 장애인지예산제도의 도입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왜냐하면 우선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지 예산제도의 성과와 효과성에 대해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성인지 예산제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본 제도의 성과와 효과성이 입증되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도입의 정당성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장애인지예산제도는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2004년에 전 세계적으로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하였기에 그 성과와 효과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따라서 본 제도의 성과 및 효과성이 실증적으로 검증된 후에, 본 제도의 도입을 우리나라에서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해서 매우 보수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우리나라에서 성인지 예산제도 이외의 부문 인지적 예산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을 때, 우선순위 상 장애인지예산제도가 선택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대표적인 부문 인지적 제도로서 성인지 예산제도 이외에 환경정책(환경 친화적)과 고령사회정책(고령사회인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지예산보다는 환경 또는 고령사회 측면에서의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가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의 도입이 사회 전반적 공감대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부문 인지적 예산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인지 보다는 고령 또는 환경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기에, 장애인지예산제도 도입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핀란드의 경우, 장애인지예산제도 뿐만 아니라 성인지 예산제도를 동시에 도입 및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핀란드에서 장애의 주류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의 주류화가 보다 일찍 정책화될 때, 그 만큼 장애인지예산제도의 도입 또한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를 통해서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 실현은 불가능하기에, 장애인지예산제도의 도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입의 정당성을 충분히 얻고 있다는 점이다.

- 참고 문헌 -

김영옥 외(2007).
 『성인지 예산 분석기법 개발 및 제도적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윤영진 외(2007).
 『복지재정과 시민참여』, 나남출판.
이익섭(1993).
 “한국장애인복지정책의 이념정립을 위한 고찰” 『한국사회복지학회』, 추계 학술대회 자료집. pp. 247-257.
Mank, D. M., & Buckley, J.(1989).
 "Strategies for integrated employment", In Kiernan, W. E. and Schlock, R. L.(eds.). Economics, industry, and disability: A Lock Ahead. Baltomere: Poul H. Brooks Publishing Co.
Sharp, Rhonda and Ray Broomhill.(2002).
 ‘Budgeting for Equality: The Australian Experience’, Feminist Economics, 8(1): 25-7.
(http://gb.kwdi.re.kr / www.unescap.org / www.leeds.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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