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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소통
하성준의 유학일기 : 장애학생의 학기준비 미국과 한국

장애학생의 새 학기 준비 하 성 준(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팀장)

 장애인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지만 대학교육의 경우 입학특례를 제외하고 재학 중인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청각장애나 시각장애와 같이 정보의 습득 및 활용에 제한을 갖는 일부 장애의 경우 이러한 학습지원 시스템이 없다면 사실상 입학을 허락받는다 해도 학업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에서는 장애학생에 대한 특별한 배려들이 거의 모든 대학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입학허가만 받는다면 학업을 유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대학의 학습지원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그것보다는 좀 더 보편적이고 형편이 나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장애인이 재학 중에 어떻게 새 학기를 준비하는지 알아보기 전에 간략히 미국의 학제와 교육시스템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본 글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1학기는 9월에 시작한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의 그것에 대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새로운 학년이 9월에 시작한다. 즉, 1학기가 9월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비해 3월에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첫째, 학년이 9월에 시작하다 보니 한 학년을 구분하는 연령도 당 해 년도 9월 1일 출생부터 다음해 8월 말일 출생까지가 같은 학년이 된다. 그래서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생일에 따라 학년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 전까지 같은 해 1월생과 3월생이 서로 다른 학년에 들어감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나이에 따른 서열의식이 강한 특성이 있어 이것이 문제가 되었고 미국의 경우 나이를 서열을 정하는 기준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오히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둘째로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입시관련행사 예를 들어, 대학의 입학전형이나 수학능력시험 등이 11월에서 2월 사이에 치러지는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3월에서 7월 사이에 대체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수시전형이라고 해서 좀 바뀌는 듯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4년제 대학만큼이나 전문대학이 각광받는다!

미국에 와서 현지 학생들을 만나면서 놀라게 된 사실 중의 하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문대학 그러니까 여기 표현으로는 Community College에서 공부한 뒤에 다시 4년제 대학 University로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용돈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업전선으로 나가거나 전문대학에 다니게 된다. 물론 전문대학의 경우 입학조건이 4년제 대학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학력만큼이나 경력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전문대학은 밑바닥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자. 비슷한 조건의 두 구직자가 취업을 목적으로 어떤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4년제 대학을 거쳐 석사과정을 마치고 왔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전문대학을 거쳐 1년간의 인턴근무 후에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여 석사과정까지 마쳤다고 한다면 대체로 두 번째 지원자를 뽑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가지는 삶의 특징 중의 하나가 근로소득세 납부를 17세 전에 경험하지만 소위 말하는 평생직장은 30세 이후에 얻는 경향이 많은데 이것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적게는 학사, 많게는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력이 높아질수록 일의 난이도나 수준도 다르고 임금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경영, 회계, 공학 분야의 경우 타 직종 예컨대 사회사업, 재활분야의 그것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서너 배 까지 차이가 난다.

장애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 내 조직

이제 장애학생의 학기 준비와 관련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장애학생이 공부하기는 한국만큼이나 미국에서도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미국 장애인법(ADA)와 재활법의 영향으로 장애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 내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직들은 소위 “합리적 배려 (Reasonable Accommodations)"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장애학생에게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고 이러한 서비스는 학교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또 별도의 추가비용을 학생에게 요구하지 않고 현금으로 급부하는 경우가 없다. 또 재활 상담 가, 보조공학 전문가 등 다소간의 전문 인력이 일하고 있으며 그 외에 시간제 근로학생, 자원봉사자 등 서비스의 내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조직에서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장애학생을 위해 동원하고 그 비용을 학교가 지불하는 일종의 Out-Sourcing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지도 서비스이다. 보행지도 서비스의 경우 O&M Specialist라고 불리는 시각장애인 보행지도 전문 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시각장애학생의 보행지도가 필요할 경우 장애학생지원조직에서 지역사회의 재활서비스기관에 이러한 서비스를 신청하고 서비스가 이루어질 경우 그 비용을 학교가 대신 지불해 준다. 이외에도 수화통역 서비스,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등의 서비스를 이러한 방식으로 조달한다.

일정은 최대한 미리 정하라!

필자가 재학 중인 학교의 경우 수강신청기간이 한국에 비해 길기도 길지만 재미있는 것은 두 학기 후의 시간표도 미리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2008년 가을에 2009년 여름학기에 개설되는 과목을 확인하고 수강신청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년 내지 2년 반 동안 수학하게 되는 석사과정의 경우 졸업할 때까지의 대략적인 일정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수강신청도 미리 할 수 있다. 그래서 장애학생의 경우 학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물론 이것은 장애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 시스템이 대체로 사전에 뭘 하는 형태가 많다. 마치 정부예산을 미리 책정하고 후년에 책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알아서 미리미리 수강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음 학기에 무엇을 할지는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학기에 대해 살펴보면 일반적인 2학기제 학교의 경우 봄 학기가 1월 중순에서 5월 초까지, 가을학기가 8월 말부터 12월 초순까지 진행되고 여름학기는 5월부터 8월 사이에 8주, 4주, 2주 등 탈력적으로 운영된다. 여름학기 8주짜리의 경우 3학점 과목은 주 당 3시간씩 2번 수업하고 2주짜리 3학점 과목의 경우 매일 4시간씩 수업한다. 어떤 경우 이러한 구분을 짓기 위해 여름학기를 Summer Session이나 Intersession이라고 구분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대체로 고정된 시스템으로 학기가 운영되기 때문에 여행의 예약뿐만 아니라 학회나 세미나 일정도 이러한 공통된 스케줄에 맞추어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장애학생들은 미리 두 학기 뒤 아니면 최소한 다음 학기에 수강할 과목이나 일정을 확인하고 정해두는 것이 여러 모로 유익할 수 있다.

수강신청이 끝나면 재활상담가를 먼저 만나야 한다!

대체로 수강신청은 담당교수의 지도를 받기도 하지만 현지 학생의 경우 자신이 소속된 학과 혹은 학부의 커리큘럼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부생의 경우는 교양과정과 전공과정에 배정된 커리큘럼을 꼼꼼히 살핀 후, 스스로 수강신청을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경우 학부생이라도 일부 학과에서는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거쳐 수강신청을 하도록 권고한다. 자칫 수강해야할 과목을 빠뜨리지 않고 졸업에 필요한 최소학점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강신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지는 미국의 시스템으로 인해 필요치 않은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장애학생의 경우 이러한 수강신청 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 재활상담가와의 면담이다. 수간신청도 물론 되도록 빨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기 시작 전에 필요한 의뢰, 협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수강신청을 마친 후 되도록 빨리 재활상담가를 찾아가 자신의 수업일정과 수업장소, 해당 학기 수강에 필요한 도움 등에 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 가령, 2주짜리 여름학기를 수강하는 시각장애인이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이러한 사정을 재활상담가에게 의논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뢰를 재활상담가에게 요구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여름학기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이동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재활상담가의 확인을 거쳐 이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필자의 경우 학기 동안 순환버스가 오전 10시부터 운행한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로 운전이 불가능하고 걸어서 이동할 수도 없으며 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와 같이 장애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수강할 과목에 대해 의논하고 필요한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학교의 특정 장소 가령 캠퍼스 외부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면 상황에 따라 이동편의를 제공받아야 한다. 또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수화통역이 필요하다면 일정표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시간에 수화통역 혹은 필기 서비스(Notetaker service)를 신청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의 수화통역 서비스의 경우 원칙은 모든 수업에 수화통역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장애인 본인과 협의하여 필기서비스와 수화통역 서비스를 병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본적으로 유사한 목적의 두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가령, 실습위주의 수업이라면 수화통역이 유리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수강하는 교양과목의 경우 수화통역으로 인해 자칫 필기가 소흘해 질 수 있으므로 필기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재활상담가는 장애학생이 다음 학기에 수강할 과목을 검토한 뒤, 장애학생이 학기를 맞이할 때, 지원요청서(Accommodation Letters)를 교부한다. 학생은 이 서류를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담당교수에게 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이 재활관련 수업이고 담당교수님들이 재활전공자들이라 이러한 서류가 필요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더 많이 이러한 서류를 챙긴다. 또 서류를 전달받은 교수님들은 서류의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한 지원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때, 장애학생은 자신의 학습경향, 필요한 서비스 가령, 과제물의 제출을 메일로 하고 싶다거나 같은 강의 자료를 두 개 갖고 싶다거나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요구사항이 담당교수에게 부가적 업무를 요구하는 일, 즉, 자료를 확대복사, 스캔 혹은 녹음해야 하거나 컬러인쇄를 요구하는 등, 부가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담당교수도 재활상담가를 찾아 이러한 부가적 일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재활상담가는 장애학생과 그 학생이 받을 수업 사이에서 필요한 지원을 행하고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장애학생은 반드시 학기시작 전에 담당교수보다 먼저 재활상담가를 찾아야 한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각 과목의 담당교수와 연락하라!

재활상담가와 앞에 설명한 내용을 논의했다면 이제 자신이 수강할 과목의 담당교수를 만나야 한다. 만난다는 말이 우리의 개념으로는 직접 찾아가는 것이지만 미국의 경우 찾아가는 것 외에 전화나 메일도 포함된다. 필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던 때와 비교하면 미국이 가지는 특이성 중의 하나가 바로 이메일의 활용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메일은 주된 연락수단이 아니다. 그저 전화나 직접 면담으로 논의한 자료의 전달, 미리 예정된 회의 자료의 배포 등 뭔가 부수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이메일이 하나의 공식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혀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독자 여러분이 만약 미국 어느 기관의 업무에 대해 궁금하다면 해당 기관 홈페이지를 먼저 검색하고 거기서 직원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한다. 그리고 메일로 질문하면 거의 대부분 응답이 온다. 필자의 경우도 학교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위해 모르는 사람이라도 용건을 먼저 쓰고 질문하면 거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면 전화가 좀 더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고 더 급하면 직접 찾아가서 용건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답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형태로든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접촉하는 방법에 따라 받아들이는 강도에 차이가 있는데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의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또 직접 방문의 경우 사전에 약속을 정하는 것이 좋은데 약속을 미리 하면 기다리는 시간낭비를 줄이고 용무를 처리할 수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담당교수와 미리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할 때, 접촉은 이메일과 같은 수준의 접촉이다. 이메일을 통해 담당교수에게 간략히 자신을 소개하고 수업 전에 수업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얻는 정보가 교과서에 관한 정보이다.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교과서를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스캔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최소한 학기시작 2주 전에 책에 관한 정보를 얻고 책을 구입한 뒤, 장애학생지원조직에 가서 책의 스캔을 의뢰해야 한다.

교과서 준비

교과서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교과서를 구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장애학생이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고는 교과서와 관련한 어떤 서비스라도 받을 수 없다.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책을 점역하고 스캔하는 등 일체의 서비스는 책을 구매한 뒤, 구매한 책의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스캔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인쇄된 책을 시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스캔(Scan)이다. 스캔은 스캐너를 이용해서 책의 내용을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을 지칭하지만 보조공학서비스에서 스캔은 이미지 바꾼 책을 문서인식 소프트웨어로 처리하여 MS 오피스 파일이나 텍스트 파일로 변환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도서들은 점역, 음성녹음 등 2차적 형태로 가공하기 쉽고 보관이 용이하며 확대하여 읽거나 인쇄하기 쉽다. 또 단순히 읽는 것을 뛰어 넘어 논문이나 레포트에 인용할 때, 부가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경향은 책을 점자책이나 녹음도서의 형태로 만들 때, 전자도서로 먼저 만들고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2차로 가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기 시작 전에 장애학생은 자신이 책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요구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고 책과 영수증을 함께 제출하여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책은 일단 장애학생조직으로 들어가 세 가지 과정을 거쳐 그 운명이 결정된다. 첫째, 이미 전자도서로 제작된 책 중에 같은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그냥 학생 본인에게 책을 돌려주고 파일을 제공한다. 미리 제작된 파일이 없다면 학생의 통의를 얻어, 제본 선을 잘라내고 낱장으로 고속스캐너에 돌리게 된다. 작업이 끝나면 링 철을 한 뒤 학생 본인에게 돌려준다. 둘째로, 사전에 제작된 파일이 없고 학기 시작까지 얼마간의 여유가 있다면 책에 표시된 제작자 혹은 공공도서관 전자도서 데이터베이스에 같은 책이 있는지 확인한다. 공공도서관 데이터베이스에 확인한 뒤, 같은 책이 있다면 장애학생조직은 책의 구매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영수증 사본)과 함께 파일을 지원받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파일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저작자에게 요구하는 경우 파일 제공의 의무가 저작자에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자가 파일 형태로 제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영수증을 첨부해서 신청하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공공도서관을 통해 지원 받는 때는 2주 내외가, 제작자에게 지원받을 때는 4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학기 전에 책을 받기 어렵다. 또 두 가지 경로 모두를 통해서 지원을 얻어 내지 못한 경우 책은 앞에 설명한 스캔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 단계가 책을 구매하지 않고 책을 얻는 방법인데, 이 경우 책을 반드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책의 2차 가공 즉, 점역이나 확대인쇄 등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은 비용으로 여러 가지 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장애인전용기록방식(DAISY)로 제작된 도서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용료가 연간 약 400$ 정도 된다. 물론 운영하는 기관, 소장한 자료의 수 등에 따라 이용료는 기관마다 다르다. 또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플레이어가 필요하고 이는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서비스는 대체로 후천성 시각장애인으로써 점자를 모르는 사람, 듣는 것이 점자를 읽는 것보다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 끝으로 책의 양이 많아서 스캔, 점역, 확대인쇄 등에 비용이 비싸고 읽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주로 이용된다.

이렇게 교과서까지 확보되면, 학기준비를 거의 마쳤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기를 준비하는 절차가 학기 시작 전에 보행지도, 이동 편 일정확인, 강의 장소 사전검토이다. 첫째, 보행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재활상담가에게 의뢰하고 전문 인력과의 지도일정을 협의한 후, 지도를 받게 되는데 너무 일찍 받거나 너무 늦게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1 주 전에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강의실이나 화장실 찾는 법, 해당 건물까지 이동하는 것, 교통편의 종류에 따라 접근하기 좋은 위치를 확인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혼자서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1 주전에 지도를 받고 필요할 경우 수업 전날 혹은 개강하는 주 주말에 최종적으로 확인받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교통편 확인이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교통편이 결정됨으로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여 적절한 교통편을 선택하고 필요하면 재활상담가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버스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면 미리 시간표, 정류장, 운행경로 등을 파악해 두어야 한다.
끝으로 강의 장소 사전검토는 보통 보행지도와 동시에 하는 것이 좋은데 강의실의 구조를 파악하고, 휠체어 접근성 및 엘리베이터나 비상계단의 위치확인, 강의실 내의 책상 배치, 푯말 확인, 가장 가까운 식수대, 하장실의 위치 파악, 화장실 구조의 파악 등이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막상 학기가 시작되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면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1차적으로는 당사자와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 다음으로 담당교수와 협의한다. 그래도 해결이 안될 경우 재활상담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필요하다면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다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애학생은 자신의 요구가 정당한 요구인지를 먼저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검증에서 가져야 할 원칙이 첫째, 필요가 객관적으로 인식될 만큼 명확한가, 둘째, 어떻게 서비스를 받으면 해결될 수 있는가, 끝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이 원칙은 필자가 학교생활 중에 서비스를 받고 또 어떤 경우는 거절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인데 여기에 관해 설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우선 “필요가 명확한가”는 나의 욕구가 나만의 필요가 아니라 타인들이 보아도 명확히 이해할 만큼 분명할 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여름학기 동안 필자가 이용한 이동편의 서비스에 관해 생각해 보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8시까지 학교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수단(버스)는 오전 10시부터 운행되고 본인은 운전이 불가능하며 걸어서 이동하기는 먼 거리이므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명백한 이유가 논리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라면 무조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제공할 공적 서비스가 없다면 자원봉사자를 이용해 필요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로 “어떻게 서비스를 받으면 해결될 수 있는가”의 경우 필요를 충족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필요를 충분히 설명했고 재활상담가나 담당교수가 나의 욕구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내용에 대해 제시하지 못한다면 서비스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가령, 앞의 경우처럼, 이러, 저러, 그러한 이유로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할지라도 이동편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명백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동편의 서비스는 정형화된 서비스지만 개인의 독특한 욕구에 대해 설득하려 하고 그러한 설득이 통했을 경우, 그 다음 받게 될 질문은 “어떻게 해 줄까?”가 된다. 여기서 적절한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면 도움을 받게 되더라도 수동적이 되거나 정작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내일 다시 의논해 보자.”라는 답을 얻게 된다. 물론 다음 날이라고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알아서 지시해 주지도 않는다.

끝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모든 지원에서 필요한 것이 자기 책임성이다. 장애가 개인 당사자의 책임으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결국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장애가 하나의 인격적 특성으로써 이를 가진 당사자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 과정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동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도 근무시간이 있고 서비스 제공 상의 원칙이 있다. 이용자는 물론 이러한 원칙과 제한을 따라야 한다. 또, 이동편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약속장소에 나가야 한다던가, 강의일정에 따라 일정조정이나 취소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움직여 준다던가 하는 등, 서비스의 이용에 있어 본인의 역할이 있다. 서비스 혹은 도움을 받는 개인은 이러한 차원에서 본인이 해야 할 것, 즉, 의무사항을 준수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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