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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REPORT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 상식이 통하는 교육


장차법과 장애인 교육: 상식이 통하는 교육 정 동 영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교육에서 장차법의 의의와 영향

 2006년 가을의 일로 기억한다. 모 중학교에 다니는 한 청각장애학생을 둔 어머니의 하소연을 전해 들었다. 자녀가 중학교 2학년인데, 성적이 전교 4등 내지 5등 정도라고 한다. 하소연이라고 한 이유는 자녀의 성적을 상위권이라고 자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실제 성적은 전교 1등 아니면 2등에 속하나, 청각장애로 인해 듣기평가의 과정에서 기본점수만을 받아 산출성적이 4등이나 5등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탄이었다. 어떤 부모가 그냥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의 관리자를 만나 자녀의 장애를 알리고, 듣기평가의 방법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 요구를 들은 학교의 관리자는 학생의 어머니를 옆에 앉혀 두고 까만 표지의 두툼한 책을 펼치면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2시간 이상을 찾아본 후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나, 이 책에 그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은 모두 그 까만 표지의 두툼한 책이 교육법전임을 짐작할 것이다. 어머니의 요구는 법 이전에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들고 직접 교육을 관장하는 중앙부처에 그 가능성 여부에 대해 질의를 했다. 답은 이미 문서를 통해 평가방법의 변경을 요구하는 장애학생에 대해 평가방법을 변경해 주라는 지침을 시?도교육청에 시달하였다는 것이었다. 해당 시?도교육청에 전화로 확인을 했다.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어딘지 몰라 그런 공문이 왔는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다른 시?도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역시 동일한 대답을 들었다. 다섯 번째 전화를 받은 모 시?도교육청에서 공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을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이 학생만의 경우일까?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제대로 들을 수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듣기평가를 한다. 소도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벗어난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우리의 교육 현장이다. 이런 교육 현장에 장차법, 즉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시행이 미칠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교육이 상식이 통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니까?

장차법의 교육 관련 주요 내용과 한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교육에 미칠 영향을 간단히 상식이 통하는 교육으로 바뀌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어쩌면 이 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그만큼 법에 포함된 기본정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표현방법이다. 현재 특수교육에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접근(access), 참여(participation), 진보(progress)이다. 이것 또한 상식이다. 장애인도 당연히 일반교육 교육과정에 접근, 참여, 진보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교육에서 접근의 문제는 처음에 법적 접근으로부터 시작하여 물리적 접근, 교육 과정적 접근의 문제로 진전해 왔다. 법적 접근이란 교육받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함을 말한다. 교육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것은 분명히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그래서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특별한 법을 제정해야 했다. 물리적 접근은 장애인의 교육 시설?설비에의 접근을 말한다. 장애인이 법률의 제정을 통해 교육 접근을 보장받은 이후 직면한 또 다른 장애물은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교육 시설과 설비였다. 이런 시설?설비의 개선을 위해 편의시설이 설치되었고,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물론 아직도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강조되고 있는 장애인의 교육 접근은 교육 과정적 접근이다. 장애인이 시설?설비의 개선을 통해 일반교육 교실에 접근한 이후 부딪히고 있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일반교육 교육과정이다. 이 장애물은 시설?설비라는 장애물보다 더욱 견고하여 제거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이 일반교육 교실에서 교육과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결함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일반교육 교육과정은 평균이나 그 이상의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장애인은 물론 평균 이하의 학생들을 배제해 왔다. 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모두를 위한 교육이 되려면 교육과정은 모두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반교육 교육과정은 종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여 장애인 등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특수교육은 장애인을 위해 학교의 시설?설비를 개선한 것과 같이 일반교육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교육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의 입학 지원 및 입학 거부 금지나 전학 거부 금지를 규정하고, 장애인이 일반교육 교육과정에 접근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특수교육은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접근만이 아니라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참여와 진보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이 일반교육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진보하기 위해서는 현행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에 대한 조정(accommodation) 내지 수정(modific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에 대한 조정과 수정이란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 참여에 필요한 교육과정의 교수 목표, 내용, 전략 등의 변경 및 평가의 환경, 도구, 방법 등의 변경을 의미한다.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참여와 진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를 수정 내지 조정하는 것은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 시설?설비를 개선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장애인을 위해 계단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과 같이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참여와 진보를 위해서는 장애인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교육책임자는 특정 수업이나 실험ㆍ실습, 현장견학, 수학여행 등 학습을 포함한 모든 교내외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참여를 제한, 배제,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3조 제4항)고 규정하고, ‘교육과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학습 진단을 통한 적절한 교육과 평가방법의 제공’(제14조 제1항 제5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앞의 일반교육 교육과정 접근을 위한 규정에 비해 너무 선언적이고 추상적이라 생각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학생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접근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기기 명 까지를 들어가며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참여와 진보에 필수적인 일반교육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 조정과 수정에 대해 ‘적절한 교육과 평가방법의 제공’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즉, 앞에서 예를 든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진보를 위해 필요한 일은 듣기평가를 대체하는 다른 평가방법이라는 평가방법의 조정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학생은 ‘무상의 적절한 공교육(free appropriate public education)’을 받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 중에서 ‘적절한’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모와 교육당국의 해석이 서로 달라 매년 많은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상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우리 교육에서 앞으로 ‘적절한’이라는 용어에 대해 합의된 해석이 이루어져 교육과정의 교수와 평가에 대한 수정과 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식이 통하는 교육을 위한 장차법의 개선과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교육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고 상식이 통하는 교육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법은 앞으로 더욱 더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일반교육 교육과정에의 참여와 진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 법을 검토할 때 우려되는 점은 이 법보다 더 나아가고 있는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학교 자율화’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수준별 이동수업’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장애인 대해 또 다른 의미의 차별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수준별 이동 수업’은 ‘위장 우별 반 편성’이라는 비판과 같이 학생을 수준에 따라 다른 공간에 분리 배치함으로 인해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의 수업을 받는 특정 공간에만 머물게 하여 특수학교나 특수학급과는 다른 또 다른 분리를 경험하게 할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공간에 속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런데 또 다른 방식으로 분리를 초래할 수 있는 조치는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른 자율 형 사립고와 기숙 형 공립고의 설립도 장애인에게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대상이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지만, 자율 형 사립고와 기숙 형 공립고의 설립 이후 학생의 선발권 등이 모두 학교장에게 주어지면 특수 목적고와 같이 장애인을 배제하여 암묵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검토할 때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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