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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야기 식욕의 단비가 내리는 날 광화문으로 오세요


섬마을 밀밭 집 김 미 연


식욕의 단비가 내리는 날 광화문으로 오세요.

섬마을 밀밭집 전경 장맛비다운 굵은 빗줄기가 시원스럽게 쏟아지던 7월의 어느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하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에 외출을 한다는 것이 귀찮을 만도 했건만 때 이른 무더위에 지처 있던 터라 마른장마 끝에 모처럼 내리는 비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을 무척 좋아한다. 기분 좋게 늦잠을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빗소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느끼는 까닭이다. 메마른 식욕에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힘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한껏 물오른 식욕이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오라며 전화를 했다. 비도 오는데 ‘섬마을 밀밭 집’에 가서 보쌈에 만두와 칼국수까지 푸짐하게 먹어보자는 것이다. ‘섬마을 밀밭 집’이라...오늘 같은 날씨와 잘 어울리는 제법 낭만적인 이름이다. 예전부터 자주 찾던 집이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손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꽤 괜찮은 맛 집 이다.
‘섬마을 밀밭 집’은 지하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있으며 1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따라 나와도 찾기 쉽다. 최근에 간판을 바꾸었는지 연한 녹색 간판이 이전보다 훨씬 산뜻해 보였다. 출입문은 자동문이다. 물론 버튼을 누르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입구에 턱이 없어 휠체어도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도착해 보니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다. 약속시간보다 2분이나 일찍 왔는데, 역시 내 친구들답게 먹는 일에는 솔선수범이다. 우리들은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저녁 시간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칼국수 사진  우리들은 이미 합의했던 대로 보쌈과 만두,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하고 물냉면도 한 그릇 추가했다. 우리들 네 사람이 양껏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양이지만 보쌈과 만두, 바지락 칼국수가 패밀리세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인테리어가 멋지고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은 아니지만 적당한 가격에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이 집에서 제일 처음 맛 볼 수 있는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빨간 배추김치다. 젓갈 맛이 진한 배추 겉절이는 짭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것이 본 메뉴를 맛보기 전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서 손색이 없음은 물론, 보쌈이나 만두와 곁들여도 그만이다. 그러나 김치 한 접시로 네 사람이 허기를 달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


다행히 이 집에서는 그 안타까운 기다림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오늘의 메인 메뉴라 할 수 있는 보쌈이 곧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보쌈 사진 삼겹살은 아닌 듯한데,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이 집 보쌈은 부드러우면서 고소하다. 고소함을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같이 나온 콩가루를 고기에 솔솔 뿌려 드셔보시길 권장한다. 보쌈에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보다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진한 감칠맛을 좋아한다면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에 고기를 얹어 먹어도 좋다.
보쌈에 이어 등장한 만두 또한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흐뭇한 사이즈에 속이 알차고 실하면서 맛이 담백하고 깔끔해서 위장이 허락하는 데까지 먹어도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또 만두는 이번에는 주문하지 않았지만 얼얼하게 매운 이 집 비빔냉면과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만두 사진 패밀리세트의 마무리는 바지락 칼국수가 책임진다. 뽀얗게 우러난 바지락 국물에 통통한 면발이 마지막까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알 굵고 속이 꽉 찬 바지락을 발라먹는 맛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그러나 혹시 해물을 싫어하는 일행과 함께라면 오늘 우리들처럼 물냉면을 주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칼국수 대신 물냉면이 들어간 세트메뉴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식사를 다 마친 후에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근처 역사박물관이나 덕수궁에 가서 후식으로 시원한 커피를 마셨을 텐데... 조금 섭섭했지만 다음을 약속하며 식당 문을 나섰다.
날씨 탓인지 주말인데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런저런 일들로 떠들썩했던 광화문 거리가 모처럼 한산해 보였다.

찾아가는 길
섬마을 밀밭 집
전화: 02-723-5922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200
이용시간: 10:30 ~ 22:30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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