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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전 속의 장애인 :  공자는 장애인 인권존중가였다


공자는 장애인 인권존중가 였다 정 창 권 (고려대학교 국문과 초빙교수)


 중국 경전 속의 장애인관은 과연 어떠했을까? 평소에 늘 궁금해 하다가, 모처럼 사서오경(四書五經), 곧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 등을 떠들어 보았다. 그것들은 중세 봉건시대에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선비들의 관료가 되기 위한 교과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데, 장애인에 대한 기록은 의외로 많지 않았고, 주로 기원전 551년에서 449년까지 살았던 공자의 어록인 《논어(論語)》와, 중국 최고의 시집이자 공자가 편찬했다고 전해지는 《시경(詩經)》에 드물게 나타나 있었다. 그것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전 속의 장애인 관을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당시 사람들은 몸가짐을 삼가지 않는 이가 장애아를 낳는다고 생각했고, 또 그것을 재앙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듯하다. 예컨대 《예기》제6 월령 편을 보면, '그 몸가짐을 삼가지 않는 자는 자식을 낳아도 불구자를 낳을 것이며, 반드시 흉한 재앙이 있으리라.'라고 나와 있다.
또한 당시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자기에 맞는 직업을 갖고 자립(自立)을 했던 듯하다. '벙어리(언어장애), 귀머거리(청각장애), 절름발이(지체장애), 앉은뱅이(지체장애), 난쟁이(왜소증 지체장애), 백공(百工: 모든 기술자) 등은 각각 자기의 기능에 따라 일하고 먹는다.'라고 《예기》제5 왕제 편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시각장애인은 주로 '악사(樂師)', 곧 악기를 연주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 먹고 살았다. 다음은 《시경》제4 송(頌)에 실려 있는 한시인데, 그러한 시각장애인 악사들의 활약상이 잘 나타나 있다.

장님 악사여! 장님 악사여! 주나라 종묘 뜰에 있네.
종과 경틀 세우고 조각한 판엔 오색 깃을 꽂았네.
작은북 큰북 매달고 도 ? 경 ? 축 ?어 걸어놓고
모두 갖추어 연주하니 퉁소와 피리도 화합하네.
둥둥거리는 그 소리 엄숙하게 조화되어 울리니
선조께서 들으시고 우리 손님도 오셔서
그 곡이 끝날 때까지 길이 들으시네.

이는 주나라 태묘의 제사에 장님 악사가 제례악을 연주하는 광경을 비교적 자세히 묘사한 시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시각장애인에게 악사란 직업을 제공했다는 점, 그것은 궁중에서 연주되는 제례악이었다는 점, 제례악을 연주하는 장님 악사를 찬미했다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국 경전에서 필자를 상당히 놀라게 한 것은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의 장애인 관이었다. 공자는 대단한 장애인 인권존중 가였던 것이다.
먼저 《논어》자한 편을 보면, '공자께서는 상복을 입은 자와 의관을 갖춘 자, 눈먼 자를 만남에 있어서, 눈에 보이면 비록 젊은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그들을 지나가야할 경우에는 반드시 잰걸음을 하셨다.'라고 나와 있다. 즉, 공자는 시각장애인을 대함에 있어서 상복을 입은 상주나 의관을 갖춘 관리와 똑같이 예로써 대했던 것이다.
이는 '공자께선 상복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비록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얼굴빛을 바꾸셨고, 관모를 쓴 사람과 눈먼 사람을 보면 비록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예모를 갖추셨다.'라는 《논어》향당편의 구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공자는 평소 장애인과도 가깝게 지냈고, 또 그들을 보면 관직에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예를 갖추었던 듯하다.
하지만 공자의 장애인 관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은 《논어》위령공편이다.

하루는 장님 악사 면(冕)이 찾아와 마당의 계단에 이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계단입니다."
자리에 이르자, 또 말씀하셨다.
"자리입니다."
모두 자리에 앉으니, 공자께서 '누구는 여기에 있고 누구는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일일이 알려주셨다.
이윽고 장님 악사가 밖으로 나가자, 제자인 자장이 공자께 물었다.
"눈먼 악사와는 그렇게 대하는 것이 도리입니까?"
"그렇다. 이것이 바로 눈먼 악사를 대하는 도리이니라."

이처럼 공자는 시각장애인을 대함에 있어서, 진실로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자리를 안내하거나 좌중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제자들에게도 그것이 바로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도리라고 깨우치고 있다. 즉, 공자야말로 진정한 장애인 인권존중 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인권존중은 멀리 기원전의 공자시대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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