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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제목:한국의 장애인운동 20년, 차별에 저항하라, 글:유상준, 저자:김도현

김도현 지음, 한국의 장애인운동 20년, 차별에 저항하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정책연구원, 유상준


철학이 궁구하고자하는 문제를 명확히 알고자한다면 먼저 철학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칸트나 데카르트와 같이 쟁쟁한 철학자들이 일생토록 생각하고 고민했던 철학적 주제들이 응축되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역사학에서 다루는 주제가 무엇인지 그 성격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빠른 길은 ‘역사학의 역사’인 사학사(史學史)를 공부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장애인, 장애문제, 장애인 운동 이러한 것들은 비록 정도는 약하다고 하나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나에게도 기실 낯선 단어들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장애인이라는 말이 사회에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것 자체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이전에 불구자, 패질자, 병신, 심심장애자, 지체부자유자 그리고 최근에 장애우라는 이름이 널리 확산되기 까지 갖가지 이름들로 규정되어왔고 -나는 개인적으로 ‘지체부자유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이런 각각의 명칭들에는 장애인에 대한 당시 사회의 인식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차별에 저항하라 -저자, 김도현
뒤늦게 장애인계에 들어온 다음, 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문제로서 장애와 장애문제를 고민하고 생각하려니 내가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고민의 수준도 나 개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일천했다. 장애문제에 관해서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자의식은 있지만 이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견지에서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우선 무엇이든 알아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참고할 수 있는 책이나 자료가 필요했다.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았으나 마땅한 책이 검색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 발간된 한권이 책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장애인운동 20년’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김도현의 <차별에 저항하라>.
글의 서두에서 잠깐 비친 문제의식처럼 어떤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할 때, 그것이 애초에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그것은 어떤 상태와 모습으로 존재하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또 전망은 어떠한가 라는 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기를 좋아하는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습성’을 가진 필자의 구미에 딱 드는 책이었다. 장애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장애인 운동의 현장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알 필요가 있고 그러한 문제들을 시기에 따라 정리한 것이 바로 ‘장애인 운동사’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지은이 김도현은 1996년 ‘에바다복지회’ 비리사건을 계기로 장애문제에 관심을 가지게되었고 이듬해인 1997년 장애운동에 뛰어들어 현재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10년차 장애인운동가이다.

책에서는 우리나라 장애인 운동의 역사를 진보적 장애청년운동이 시작된 1987년부터 이후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장애인 운동과 그 결과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최근까지 20년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 실로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 그리고 뜻있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방울이 섞여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책은 본격적인 장애인 운동사에 들어가기 이전 실질적으로 장애인 운동이 사회화되지 못했던 60~70년대의 상황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한국농아인복지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들이 조직됨으로써 대중적 장애인 운동의 싹이 튼 80년대의 장애인계의 모습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생존권보장 문제에서부터,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장애인 복지시설의 문제, 장애인용 지하철 리프트 추락사고와 이를 계기로 제기된 장애인 이동권 문제 그리고 최근의 중증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자립생활운동 그리고 이를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투쟁까지 그동안 하나하나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개개의 사건들로만 여겨졌던 장애 문제들이 한국사회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하나의 고리로 역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또 ‘장애 문제’나 ‘장애인운동’ 처럼 장애와 관련되어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사용해 온 용어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나름데로 합리적인 용법과 근거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장애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장애인 문제’가 아닌 ‘장애 문제’로 그리고 이러한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과 노력이란 뜻의 용어를 ‘장애인 운동’ 으로 규정지어 사용함으로써 장애문제가 장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문제임을 그리고 장애인 운동은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인 ‘장애해방’이 장애인 당사자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책의 부록에서는 장애인 운동과 관련된 주요 사건과 문제들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어 한국사회에서의 장애문제와 장애인 운동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고 싶어 하며 그 속에서 앞으로의 운동 방향이나 전망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20년의 장애문제와 이를 해결하고자 했던 장애인 운동의 지난한 과정,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이며, 또 가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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