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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                                                                                           사진 임민철, 글 전정식


필자 집앞 경사로 사진

인터넷을 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장애인이 살만한 저렴하면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주택의 보급률은 1%에 가까울듯하다. 방 두개 화장실 하나 딸린 이 집 하나 얻는 데 들인 고 생을 생각하면 말이다.
필자의 집 현관 사진

꽤나 많은 집을 둘러보았다. 근 10곳 가까이 찾아 보고나서 계약한 곳이 바로 이 집이다. 나의 집은 다소 특이 하다. 2층 단독주택의 1층에 위치한 이 집은 매우 창고스럽다. 그리고 대문과 현관이 없다. 밖에서 문 열면 그냥 방이고 안에서 열면 차 다니는 골목이다.

필자의 집 현관 경사로가 시공된 사진
우리 집에도 원래 신발 놓는 현관 기능의 공간이 문 한 쪽에 자그마하게 있었다. 먼저 살던 신혼부부는 이용할 수 있었던 이 공간이 그런데 내가 들어서면서 사라져야 했다. 입구엔 턱이 있었다. 나의 전동휠체어는 턱을 매우 싫어했고 그래서 도로 쪽에 하나와 방 쪽에 하나, 두 개의 슬로프가 놓여졌다. 그리고 현관은 사라졌다.
필자의 집 내부 화장실 진입문턱 사진
집 안에는 슬로프로 극복하기 힘든 턱이 또 하나 있다. 화장실 입구의 턱이다. 문 옆에 일단 손잡이를 달았다. 그리고 워커를 이용해 화장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닥은 미끄럽고 단차는 높아 혼자서는 위험천만이기 때문이다. 턱을 없애려면 꽤나 큰 공사가 필요한데. 집 주인이 허락할라나? 허락한다고 해도 개조 비용이 만만치 않을 터.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의 집 현관 도어락 장치 모습

내가 키우는 강아지는 솔직히 못생겼다. 그 못난이가 외출하려고 방문을 열때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워커에서 전동휠체어로 갈아타고 문 왼쪽 벽에 달싹 붙어 문고리를 돌리고 손을 넣어 밀어내는 기술이 자못 봐줄만한 가보다. 밖에서 문을 닫는 건 약간의 지혜만으로 해결했다. 문에 긴 끈을 가로로 달았고 그걸 당기면 된다.
필자의 집 현관에 긴 끈을 설치한 모습
집 열쇠도 혼자서 잠글 수 있다. 단지 힘이 좀 든다. 하지만 오늘은 다소 여유가 있다. 활동보조인이 내 대신 문을 잠그는 사이 담배 한 대 피워 문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이고 장애인 주거관련 공약들도 많다. 공공임대아파트 장애인 의무배정 비율 높이기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돈 많이 드는 정책도 좋지만 중증장애인이 지금의 집에서라도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주택개조를 지원하는 정책이나마 얼른 시행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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