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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제목:맛집이야기, 숯불생선구이와 휴전주점'노부', 글:대전/충청 모니터단원, 안승서

숯불생선 구이와 퓨전주점'노부'    대전/충청 모니터단원, 안승서


나는 2006년 7월까지 장애인차량이동봉사대에서 근무했었다. 장애인의 외출을 도와 차량봉사자를 연결해주다 보면 장애인들의 목적지와 이유가 대형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거나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한다고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러면 ‘장애인이 백화점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도와주세요’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조금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봉사자님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봉사를 하는데 쇼핑이나 하고 친구나 만나서 식사나 하며 놀기나 하는 장애인을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자문을 스스로 해 보지 않을까? 해서다. 장애인이 동네에서 쇼핑을 하기란 참 힘들다. 슈퍼는 물론이고 여성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미용실을 비롯한 모든 가게들이 턱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형 쇼핑센터나 백화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애로사항을 장애인이 아니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길을 가다가 턱이 없어서 휠체어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보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비록 허름한 국밥집이라 하더라도 한 번 들어가서 먹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고급 식당 등에는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지만 특별한 행사 때 외에는 장애인이 늘 좋은 곳만 찾아 다니며멋있는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는 미식가로서의 멋진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야 한다. 장애인도 때로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커피도 마시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다. 그런데 길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도 차 한 잔 할 곳이 없다. 주부들도 가끔은 밥하기 싫다. 그럴 때 간편한 차림으로 동네로 나가서 편안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물며 길에 널린 곳이 김밥집인데도 밖에서 ‘김밥 몇 줄만 주세요?’ 해야 하는 실정이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그럴 때마다 몇 년 전 일본에 갔다가 아주 작은 가게인데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와서 술을 마시고 식사를 자유롭게 하는 장애인을 보면서 참 부러워했었던 기억을 하곤 한다.

대전광역시 용두동! 이곳은 큰길을 한번 건너면 오류동이라고 하는데 전문음식특화거리로 지정되어 매년 가을이면 음식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골목골목이 온통 식당들이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은 편하게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축제하면 모두가 즐거워야 하고 즐겨야 하는 특권을 부여받았는데 장애인들은 더 쓸쓸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한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전문음식특화거리의 한 곳에 위치한 숯불생선구이&퓨전주점‘노부’ 라는 곳이다. 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가 있는데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은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대표하는 요리를 많이 먹어주고 아껴줘야 하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정작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노부’가 대전을 대표하는 요리 집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타고 서대전네거리에서 내려 2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신촌2길이 바로 나오는 골목이고 주차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승용차로 오는 것 보다 휠체어로 장애인들이 애용하기가 오히려 더 편리하다고 볼 수 있다. 오류동 전문음식 특화거리 간판
요즘은 ‘퓨전’ 시대라서 어디가든 ‘퓨전’이란 단어가 붙은 식당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노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오전 11시부터 문을 열면 점심과 저녁 9시까지는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어린 손자들까지 함께 먹는데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다양한 생선 요리는 물론이고 밑반찬도 푸짐해서 1인분을 혼자서 다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며 가족모임을 한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9시 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는 술도 마실 수 있다. 시내 중심부가 아니고 골목어기에 위치한 있는 곳이면서도 고급스럽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다. 맛도 좋고 값이 저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편리하게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숯불생선구이&푸전일식 노부 전경
오류동하면 대전광역시에서 전문음식특화거리로 지정되어 가을이면 축제까지 열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불편하다는 것은 아직도 장애인의 존재가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나 마음속에 차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야말로 장애인들의 인권은 먹는 곳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차별 당한다는 뜻이 된다. 간혹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금 머뭇거려야 할 때가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인데도 어정쩡한 나이를 먹은 중년아줌마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타면서도 장애인 때문에 늦는다며 궁시렁 거리는 것을 듣곤 한다. 그럴 때 정말로 쓴 소리 한마디를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하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우리 장애인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어 진다면 내가 들어가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고 어디든 먹고 싶은 음식점에 들어가서 당당한 손님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완비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말로 가장 싼 김밥이 먹고 싶을 때도 쓰욱! 문 밀고 들어가 주욱 둘러보고 우리 구미에 맞는 김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장애인들이여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고 많이 이야기하고 그래서 장애인도 대접받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보자고요.
‘노부’의 메뉴 및 위치 문의는 ☞ 042-531-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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