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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531 지방 선거

05. 시선과 소통

제목: 장애인 당선자들이여, 싸구려 엑세서리가 되지 말라!, 글: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김수현 편집위원


  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장애인 진영에서도 열린우리당 28명, 한나라당 37명, 민주노동당 9명 희망사회당 4명 등 80여 명에 이르는 장애인들이 후보로 나섰고, 장애인 정책공약에 대한 메니페스토 운동, 지역별 정책간담회, 장애인 선거·피선거권 확보 활동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 현실화를 위한 여러 활동들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 6명, 한나라당 36명, 민주당 4명 등 46명의 장애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단순히 수치적으로만 보면 50% 이상의 높은 당선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당선자 중 214명이 사회복지사 출신이라 한다. 이 결과만으로는 앞으로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볼 때 이 결과에 대해 그다지 희망적인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사실 나 또한 이번 531 지방선거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관악구 기초의원에 출마했다. 물론 결과는 낙선이다. 민주노동당이 아직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 차원에서나 개인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자체적인 평가를 내려 본다.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며 나름대로 장애인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실천해왔지만, 지역의 장애인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하였고, 또한 당의 장애인정책을 뒷받침할 지역 장애인조직도 부재했기 때문이다. 선거는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해 줄 대리인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특히나 지방선거는 국가차원의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더욱 밀접한 현안에 대해 주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보건복지 관련 예산의 지방이양으로 인해 그 직접적인 수혜자인 장애인들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는 그것이 정책적인 것이건 개인적인 이권이건 간에 자신들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중요한 선거였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들은 각 당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장애인정책공약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그들 스스로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 행해진 많은 선거에서 장애인들의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는 출마자 수나 정책제안활동이 더욱 두드러졌던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각 당의 장애인후보들은 스스로가 장애인이라 정체성을 가지고 지역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 이후 이것이 지자체를 통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80여 명의 장애인 후보들 중 지역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이다. 아니 그 이전에 스스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선거에 임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선거기간 중 나와 민주노동당 장애인 후보들, 그리고 희망사회당의 장애인 후보들은 장애인의 선거권·피선거권 문제와 현재 장애운동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막상 장애인의 요구들을 대변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였지만, 그 요구들을 지역사회에 이슈화시키고 궁극적인 목적인 당선을 위한 득표 활동을 함에 있어서 활동보조인의 제도적 보장, 장애유형에 맞는 적절한 선거운동이나 정보접근, 투표 방식 등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상태에서 현행 선거법을 비롯한 제도적·물리적 환경들은 장애인 후보자들을 선거에 출마하는 순간부터 범법자로 만들어버리고 있었기에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선거기간 중 대중적으로 이슈화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장애인 언론이나 일부 대중매체를 통해 선거에 있어서의 장애인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장애인 후보로서 활동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 등의 보수정당의 장애인 후보들은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까? 장애인의 요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인데,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장애인 후보들이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지방선거라는 것이 중앙언론에 방송되는 것보다 지역 주민들을 하나하나 만나야 하는 것이기에 그 활동내용이 지역 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 하에서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장애인의 요구를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적지 않은 수의 당선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여간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데, 언론이 그런 좋은 기사거리를 그냥 놔두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총선에서 중증장애여성과 시각장애남성 국회의원이 배출되었는데, 그들은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선거운동을 했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는 분명 위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하거나 일부러 배제하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후보가 장애인이 아니었거나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정체화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장애인의 요구보다는 일반 비장애인 주민들의 요구나 당의 이해에만 충실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지역사회를 책임질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그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를 정체화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가 아니면 장애인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그 스스로가 장애인당사자라 하더라도 지역이나 장애인 대중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는 장애인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그저 장애를 가진 정치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 531 지방선거에 당선된 46명의 장애인 당선자들은 심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자신은 장애인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데, 장애인등록이 되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후보로 분류되었거나, 장애대중의 이해보다는 개인적 이해를 위해 자신의 장애를 이용해 유력한 정당의 공천을 받아 별 노력 없이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정당들은 그들을 자신들의 장애인지적, 인권적 마인드의 부재를 가리는 액세서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기간 나를 인터뷰했던 한 방송국 PD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장애인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아 정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액세서리가 되기로 자청한 것이고, 이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액세서리가 되더라도 싸구려 액세서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수정당들의 46명의 당선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지금까지 자신이 싸구려 액세서리였다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장애인당사자들 만나가면서 장애인의 대변자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라고, 그래서 우리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4년의 임기를 다 채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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