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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총 연합회 고관철 상임대표 사진

02. 인권 피로트

제목: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이념과 전망, 글: 한국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총 연합회 고관철 상임대표


 1. 자립생활이란 무엇인가?

 자립생활이란 말은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이 사회의 주류인 비장애인의 삶의 모습처럼 그렇게 똑같이 사는 것이다.

 이 사회 속 그 어느 곳에서든지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즐기고자 하는 삶을 누리며, 가족들과, 벗들과, 이웃들과,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삶의 경험들로 자신을 풍부하게 만들어 가는, 그래서 삶에 대한 아쉬움을 줄이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모습을 남길 수 있는 그런 삶이 자립생활이 아닌가?

 비장애인들 그 누구나 영위하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장애인들도 동등하게 누리며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립생활이다.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자립생활이며 우리가 원하는 삶이다


 2. 자립생활은 왜 운동일 수 밖에 없는가?

 왜 우리는 자립생활을 원하는가? 누구나 어렸을 때는 부모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성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의한 독립된 사회생활을 해나가게 된다. 이것은 단지 그의 주관적인 요구의 결과라기보다는 이 사회의 존속을 위한 자연스런 매커니즘이며 세대를 이어가는 그 지역사회의 생명력인 것이다. 그러기에 당연한 것이며 자연스런 것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장애인들의 현실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과연 우리에게 우리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자기의 삶을 개발하고 풍부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가? 우리가 이 사회에서 맛보는 삶의 모습은 분리와 단절, 소외와 차별이다.

 장애를 갖게 되는 순간, 장애인복지라는 미명하에 주류사회에서 배척되어 특별 관리된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장애를 갖게 되는 그 순간부터 가족이나 친척, 복지전문가, 의사, 일선 공무원 등에 의해서 보호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수용시설로 보내진다. 가족과 분리된 채, 벗들과 헤어져서,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인가 혹은 미인가 시설에서365일을 하루같이 똑같은 일상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며 산다. 한번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게 되면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퇴소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본적인 인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 장애인복지의 현실은 분리, 재활, 수용으로 대변된다. 더구나 그런 현실을 보다 더 강화하기 위해 다시 시설을 늘려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시설유지를 위한 엄청난 예산의 낭비와 항시적인 인권침해 상황의 고착화, 장애인의 삶의 질 저하, 무기력과 존재감 상실 따위만을 보장할 뿐이다. 이런 현실이 법으로 보장되고 제도적으로 지원받으면서, 의료 및 복지전문가와 공무원, 시설업자, 매스컴이 구조적으로 결합하여 그 영역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고, 결국 이 땅은 시설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그 어느 곳에도 장애인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노력은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은 장애인당사자의 지난한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이 그렇듯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서서 우리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고 외쳐야하는 장애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립생황은 어느 한 사람의 목표와 구호가 아닌, 이 땅을 살아가는 4백만 장애인 모두의 목표이고 외침이 되어야 하며, 그것만이 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구조화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립생활은 바로 이 사회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인 것이다.


 3. 자립생활운동의 이념은 무엇인가?

 하지만, 우리의 자립생활운동은 그간의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의 한 부분도 아니며,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처럼 경제적 생산관계를 기초로 지배계급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계급투쟁으로서의 변혁운동의 한부분도 아니다. 우리 운동의 주체는 장애인이다. 자립생활운동은 이제까지 오직 복지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맡겨야만 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누군가에게 평생 짐이 되는, 그런 기생적 삶을 강요받아왔던 장애인들이 직접 나서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분리와 제약, 사회적 소외와 의식적 차별에 맞서 우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고, 자립생활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지역사회의 시민의식을 개혁시키는 일들을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일이다. 또한 이것이 바로 당사자주의이다. 인간 역사의 어느 시대이든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권리의 박탈, 구속, 분리, 소외, 차별 등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현실이 이 땅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어느 시대에도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이 존재했듯이, 지금 우리 장애인들은, 우리가 더 이상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당사자로서,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요구를 부르짖기를 원하며,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원함을 성취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당사자주의이다. 우리의 행복추구권인 복지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당당한 요구는 결국 당사자주의의 실현인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의 실현’이라는 자립생활의 이념을 당사자주의의 실천행동이념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주의를 가치 이념으로 삼고 자립생활이념을 실천이념으로 하여 이 땅에 자립생활을 실현시키는 것이 바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인 것이다.


  4. 자립생활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에 자립생활이념이 들어온 지가 벌써 6년이 되어간다. 처음 자립생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을 때는, 이 땅의 어떤 전문가, 어떤 당사자도 자립생활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감히 넘보지 못했던 당사자의 자립생활을 모두가 저마다의 수준으로 이해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당사자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장애인들의 가슴은 뛰었고, 자립생활이라는 말 한마디에 호흡이 가빴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하나 둘 모여서 공부하기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현장에서 실천해 보고자 노력했다. 장애인복지의 대안으로서 자립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단체협의회’를 만들어 서로의 실천을 점검하고, 이론을 학습했다. 03, 04, 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시범사업과 서울시의 자립생활지원사업 등을 통해 한국의 자립생활센터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단체협의회’는 05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로 분리되어 각자의 관점과 지향을 기초로 활동하던 시기를 거쳐, 마침내 올해 수많은 진통 끝에 두 단체가 통합을 전제로 해산하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아직 통합에 찬성하지 않은 센터들이 협의회의 이름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분명한 이념적 방향과 목적을 갖고 나아가고 있는 한국의 자립생활운동은 10년 20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시켜왔던 미국과 일본의 과정을 교훈으로 삼고, 짧은 시간에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착실히 밟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수용시설의 한계를 드러내고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시설예산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이제까지 전문가들과 시설업자들이 장애인을 팔아 배불려온 시설복지를 해체시키고 지역사회자립생활보장을 위한 시스템구축과 제도화로 나아가고자 한다. 두 번째로 이러한 제도화를 위하여, 장애인복지법의 전면 개정안의 올해 9월 정기국회의 통과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 개정안 속에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 보장과 센터의 역할, 활동보조인의 제도화 등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의 전면 개정안의 통과에 모든 노력을 기울야야 한다. 세 번째, 장애인복지법의 전면 개정과 더불어 장애인과 자립생활에 관련된 모든 법안들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정되어야 할 법, 폐기되어야 할 법, 새롭게 제정되어야할 법안 등 각종의 장애인관련법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 토론을 통하여 우리 스스로 관련법안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욕구를 담아내는 그런 법안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한다. 네 번째, 우리의 이념과 목적, 방향에 맞는 당사자 혹은 당사자주의자들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각종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정치활동을 감시 비판하고, 국회와 지방자치의회에 우리의 대리인을 적극적으로 진출시켜 우리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사라지고 한국적 자립생활이 정립되어 가리라고 확신하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신념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모든 장애운동은 당사자주의의 깃발아래 뭉치고 자립생활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땅에 더 이상 시설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중증장애인이든지 지역사회에서 존엄을 지키고 자기선택과 결정권,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며 다양한 인간관계속에서 자신을 실현시키며 인간답게 살아갈 날이 곧 오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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