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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타운과 로즈버드 : 요술피리 작가 최강문

최강문의 영화이야기 최강문 요술피리 대표작가



차이나타운 포스터 
  오래 전, 영화를 꿈꾼 적이 있었다. 극장엘 들락거리다 못해 관련된 전공서적도 사 보고, 시나리오도 구해다 보고, 심지어는 무슨 학교의 입시 장까지 갔다. 창피하게도 결과는 낙방이었지만. 그 시절, 그래도 배운 게 있다. ‘누군가가 무엇을 간절히 이루려 하나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줄거리 구성의 원칙에서부터 ‘영화 시작으로부터 15분 안에 관객을 확 사로잡지 못하면 실패 한다’는 시간 배분 원칙까지(그런데, 다분히 헐리우드적 방식이다,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결코 동의하기 싫은.)…. 그 가운데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바로 『차이나타운』. 뭐야? 중국 영환가?

  사설탐정이 주인공이다. 물론 중국인은 아니다. 대신 중국인거리에 대해 꽤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듯 보이는 자다. 어쨌거나 사립탐정의 본분은 남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 남편의 숨겨진 애인을 찾아달라는 한 부인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사건은 얽히고 얽혀간다. 단순한 애정행각이나 부부갈등의 범주를 넘어서 말이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가 사막에서 불쑥 솟아나는 과정에 음모와 비리, 협잡과 애증을 교차시킨다. 이야기 구성이 이렇게도 거미줄 같을 수가 있을까. 모든 갈등이 숨 가쁘게 클라이맥스를 넘어섰다가 맞닥뜨린, 진공상태와도 같은 결말. 사립탐정은 말한다.

  “잊어버려, 여긴 차이나타운이야.”

  우와~! 시나리오에 반한 나머지 어렵사리 비디오를 구해다 봤다. 그것도 꽤 규모가 있는 비디오체인점 선반을 위아래로 샅샅이 뒤진 뒤에서야.

  사립탐정으로 분장한 잭 니콜슨, 참 젊다. 1974년 작이니까 그럴 수밖에. 영화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나서도 재미있는 영화는 진짜 재미있는 영화다. 한두 해만 지나도 시큰둥해지는 요즘의 영화들과는 달리. 역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다. 『테스』,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영화는 바로 이 『차이나타운』이란다. 물론 각본까지도 그가 작업했다.

  그 시절, 더 오래된 영화도 더러 봤다. 무슨 무슨 이론이니 경향이니 주의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읽었다,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딱 하나, 내 기억 속에 남은 영화가 있다. 『시민 케인』. 『차이나타운』 못지않게 뛰어난 구성을 자랑하는 영화다. 제작 연도도 30년을 훌쩍 넘어선 1941년 작. 당연히 흑백영화에 음향은 터무니없다, 요즘 기준으로는. 그런데도 재미있다,『차이나타운』 못지않게.

오션월즈 포스터 
 배경은 1940년 미국. 수많은 신문들을 발행하며 미국 언론계를 꽉 쥐고 있던 찰스 포스터 케인이 죽는다. 그렇다고 사고사는 아니고, 70세의 나이, 플로리다의 호화저택에서 은둔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으니, 행복하게 살다 간 거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부자인데다, 정치권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지만, ‘노동자의 입장’을 강조한 신문편집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런 그가 죽었으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모든 신문과 방송은 그가 마지막으로 “로즈버드” 한 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로즈버드. 장미꽃 봉오리.

  잡지사의 젊은 기자 한 사람이 이 한 마디를 파고들었고, 케인의 화려한 이면에 도사린 슬픔과 좌절, 번민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대통령의 조카딸과의 결혼은 파탄이 나고, 새로 맞이한 미모의 여가수는 자살소동을 벌이다 결국 그를 떠난다. 그런 가운데 신문사 경영은 엉망진창이 되고, 케인의 신경은 날카로워 지다 못해 난폭해지고, 그를 흠모했던 모두들 고개를 돌리게 된다. 영웅의 몰락. 외로운 죽음과 한 마디 말, ‘로즈버드’….

  케인의 숨겨진 비애를 캐나가던 기자, 그러나 정작 그 말 한 마디의 의미를 끝내 밝혀내지 못한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치닫는다. 케인의 유품들이 하나둘씩 불길에 던져진다. 그 속에 어린 시절 타고 놀던 썰매 하나. 옆면에 멋들어지게 새겨진 글자, ‘로즈버드’.

  케인이 죽기 전 떠올린 것은 그 썰매에 담긴 행복한 나날들이었을까? 썰매를 타던 그 시절의 꿈이었을까? 정말이지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는 건 참 재미없다.

  미국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오손 웰스의 작품이다. 오손 웰스는 감독은 물론, 시나리오도 맡고, 게다가 출연도 했다. 그때 그의 나이 불과 스물다섯. 『시민 케인』이 막을 올리자 비평가들은 이 젊은 재간꾼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영화는 정작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는데, 주인공 케인의 실제 모델이었던 당시 언론 재벌 랜돌프 허스트가 엄청날 정도로 개봉 반대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케인만큼 웰스도 절망했을까? 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의 창작욕은 그 후로도 거침없었으니 말이다.

  성공하지 못한 출판쟁이로 요 몇 년을 살다보니 이러저러한 말을 듣게 된다. 그 중 하나,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있다.

  ‘좋은 책은 잘 팔리는 책이다.’

  그럴까? 그렇지 않을까?
  웹진 프리즘 덕분에 영화이야기를 또 추스르고 추스르다 보니, 답이 보일 듯, 안 보일 듯, 알쏭달쏭하다.

  그래, 차이나타운이어서? 로즈버드를 잊어버려서?
  알 수 없다, 차이나타운과 로즈버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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