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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칼럼
 장애인 개발원 역할 정립과 개혁, 장총연 서인환 총장

장애인개발원 역할정립과 개혁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지난 4월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의 성명서 발표로 촉발된 한국장애인개발원 사태(?)가 신임 원장과 경영본부장의 취임으로 그 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원장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애인계의 요구로 진행된 원장 공모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출신 후보가 1위로 선임됨으로써 소위 ‘낙하산 논란’과 ‘당사자주의 논란’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 바, 이 과정에서 장애인계 내부도 적지 않은 오해와 갈등, 상처를 경험해야 했다. 이제 본격적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을 맞아, 그간의 개발원 개혁 투쟁 과정을 정리하고 그 교훈을 되새겨 봄으로써 개발원의 올바른 위상설정과 조직 혁신을 위한 중요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대한 장애인계의 첫 문제제기는 장애인복지진흥회에서 장애인개발원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노정된 방만한 사업계획과 조직확대계획, 불명료한 방향설정에 대한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88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의 잉여금 80억원을 기금으로 1989년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래, ’장애인복지진흥회‘로의 변신을 거쳐 올해 4월 장애인개발원으로 개편하기까지, 개발원의 위상과 역할은 올바른 방향설정에 기초하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체육업무에 있어서도 균형있는 장애인체육 육성에 실패함으로써 장애인체육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체육업무가 문화관광부처로 이관된 이후 정책 개발과 연구라는 새로운 사명에 부응하는 균형적·전문적 활동을 해 내지 못했다. 장애인 LPG 문제, 연금제도, 장차법 제정 등 주요 장애정책 현안에 대해 개발원은 아무런 의미있는 역할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룸센터의 운영을 둘렀싼 최근의 모순과 불균형은,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 확대와 정부산하기관화를 통한 무소불위의 복지권력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개발원의 잘못된 야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애인계 그리고 공동대책위원회는 장애인개발원의 이러한 문제점이, 그리고 이를 개혁하지 못하는 현실이, 일차적으로 개발원의 폐쇄적 조직구조와 장애인당사자를 배제한 의사결정구조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15명 정원의 이사 중 전현직 장애인당사자단체의 장이 겨우 3명에 불과한 의사결정구조는 장애인당사자의 정책요구와 문제의식보다 개발원 직원들의 행정수요와 편의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장애인당사자와의 소통은 단절된 채, 일부 직원들의 일방적, 독단적 개발원 운영이 이루어지면서 방만한 조직확대와 사업확대를 통한 몸집불리기가 기본 방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장애인들의 주체적 참여보다 독선적 권력화에 매몰되어 있던 일부 전문가주의, 대리인주의적 인사와 세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공동대책위원회는 장애인개발원의 올바른 발전방향설정과 역할모색을 위한 전면적 개혁 논의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그 전제로 의사결정구조에 장애인당사자대표의 과반수 참여, 폐쇄적 조직구조의 전면적 인적 쇄신을 일차적 요구로 제시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출발은 장애인개발원 원장과 본부장 선임이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원장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과 장애인대표성이 담보된 심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투쟁했고, 이러한 요구는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원장 선임과정에서 잘 알려진대로 보건복지부 공무원 출신 인사가 응모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한편으로 그동안 소외된 장애유형의 대표성을 내세운 장애인 후보가 응모하면서 ‘당사자주의 논란’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의 이면에는 ‘형식적 당사자’를 내세워 장애인개발원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개혁에 저항하려는 일부 인사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비당사자진영이 ‘당사자주의’를 무기로 당사자진영을 공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공동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당사자 진영은 ‘형식적, 결과적 당사자주의’에 의한 반개혁적 선택을 할 것인가, ‘절차적, 실질적 당사자주의’의 관철을 통해 장애인개발원의 개혁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공동대책위원회의 선택은 ‘장애인당사자 개인’에게가 아니라, 의사결정과 선택의 과정에 대한 장애인 참여와 대표성을 보장함으로써 형식적 결과를 넘어 실질적으로 ‘장애인대중 모두’에게 장애인개발원을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비장애인 원장 선임 이후 경영본부장으로 장애인당사자가 선임됨으로써 다행히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원만히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개발원 개혁의 길에 나서야할 시점을 맞았다.

  개발원의 개혁은 조직혁신과 인적쇄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사회에의 장애인당사자 과반수의 참여, 장애인정책 연구개발 중심의 실질적 인력 구성과 장애인 참여, 장애인당사자와의 전면적 소통의 구조 확립은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이를 기초로 장애인정책 전문 연구조사 기관으로서의 개발원의 장기적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개발원은 직접 사업과 연구 및 평가 중 택일해야 할 것이다. 양자를 병행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에 의해 모니터되고 평가받아야 할 개발원이 장애인단체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된다. 정책연구실을 원장 직속으로 두어 사무총장의 권한 밖에 위치시킨 최근의 규정 개정은 정책연구와 개발에 대한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가로막기위한 시도라는 혐의를 면키 어렵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현재 개발원은 장애인 판정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구를 국민연금 등과 경쟁하여 전담기구로 선정되게 한 다음, 전국 조직으로 지부와 지회 및 판정센터를 두어 장애인의 등급 판정과 서비스 제공의 결정권을 가지려 하고 있다. 장애인 관련 모든 데이터가 판정센터에 집중되는 바, 장애인에 대한 모든 서비스제공 결정권을 개발원이 가지려하는 것은, 스스로 당사자조직이 아닌 이상 매우 위험한 시도이다.

  장애인 생산품 인증기관 지정, 편의시설의 무장애 마크인 BF 마크 인증기관, 보건복지가족부 관련 모든 직업시설과 직업재활의 총괄업무, 적자에 허덕이는 체육센터의 운영, 임대업으로 전락한 이룸 센터의 운영 등은 앞으로 많은 당사자 단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개발원은 재활체육에 상당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독일에서처럼 몇 년간 재활체육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보험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일종의 물리치료처럼 재활체육을 치료서비스로 정착시킨 다음 독점을 하려는 의도를 조심스럽게 숨기고 있다. 현재 장애인 예산의 규모를 보면 활동보조(앞으로 장기요양제도)에 1천억 정도, 복지관과 시설 운영에 3천억 정도 장애인 수당(앞으로 장애인 연금) 등에 2천억 정도인데 개발원은 개발원 예산을 3천억 정도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그 예산을 확보할 능력이 있다면 먼저 단체의 확장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개발원은 사실상 사무총장의 독단적 운영의 대상이었기에, 근본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개발원이 정책을 연구평가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정책 제안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논리적으로 증명해 나간다면 개발원은 너무나 소중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시대에 따른 이슈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당사자들의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개발원의 무대에 모든 단체들이 동참하여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지도하고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개발을 위해 토론하고 같이 동참하여 싸워 나가고 당사자들의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평가 역시 실적의 평가가 아니라 정부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대안마련을 위한 평가이어야 하고, 정부를 평가하고 시설을 평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재평가받아야 한다.

  대국민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시설 기능들의 중복을 조정하고 탈 시설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지원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과 단체들의 안정적 재원 마련을 지원하고, 단체들 간의 교류를 장려하고, 인재를 발굴하고, 취약 영역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각종 재활보조기구의 표준을 마련하고, 편의시설의 가이드라인을 개선시켜 나간다면 개발원은 다시 장애인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성패의 핵심은 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당사자 대중과 얼마나 소통하고 호흡하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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