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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기1 진정식(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연구소장)



 11월 2일. 뱅쿠버

 싱가폴 항공. 9시간 반 비행. 긴 야간비행은 힘들다. 도저히 기내에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런저런 티비프로그램 시청. 화장실. 옆 창문 통한 외부구경. 맥킨리 봉. 앞자리의 인도아이. 뱅쿠버 공항. 섬들을 돌아내린다. 비가 내린다. 고운 이층집. 다양한 재료의 김치말이 국수 점심. 차를 렌트하고 내일부터 다녀야 한다. 오후 5시 15분. 아까 잠시 강한 졸음이 몰려왔지만 지금은 개운하다. 밖은 적막강산이다. 이미 어둠은 내리고. 뱅쿠버 공항에서 오며 들은 바, 이곳에서 개업을 하려면 장애인 접근권을 필히 갖추어야 한다고, 공무원이 조사 나온다고. 단 한 명의 장애학생을 위해 운영되는 스쿨버스 이야기. 한국처럼 대학까지 업고 다녀 장한 어머니상 타는 일은 없다고.


 11월 3일. 아침

 새벽에 2번쯤 깨다 자다 반복한다. 이 아침, 꿈쩍 않을 것 같던 동네의 차들이 움직여 나간다. 이른 아침에 씻고 일기 쓴 적이 얼마만이던가. 캐나다 인적자원부 뱅쿠버 지부를 첫 목적지로 하려한다. 고전적인 모양의 차를 렌트한다. 다임크라이슬러 크루저. 서부영화에 나오는 모델이다. 안타깝게도 장애인용 핸드컨트롤러 장착 차량은 현재 없다고 한다. 약간 충격이다. 메트로타운에서 엽서와 선물을 산다. 가족화장실이다.

 대형 쇼핑몰에서 유니버설디자인 화장실을 본다. 빗속의 킹스웨이 왕복은 힘들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험난하다. 여기는 좌회전 신호가 거의 없다. 길도 모르고 색다른 교통문화도 어렵고. 점심은 왠디스 햄버거 저녁은 오이장아치에 밥. 홈스테이 주인집 따님은 여전히 활기차다. 2불짜리 초컬릿을 팔고 간다.



 11월 4일 숫자

 숫자의 두려움. 귀찮음. 방향감각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준비부족의 차 옆 좌석 가이드 역할 수행. 약간 슬픔. 벵쿠버 공립도서관을 찾아간다. 1번 하이웨이, 1번 에비뉴, 메인 스트리트, 이름 모를 고가도로... 가다가다 목적지를 놓치고 스탠리 공원까지 간다. 억수로 내리는 빗속에서 점심으로 준비해간 땅콩샌드위치를 먹고 다임크라이슬러 크루저를 끌고 라이언 브릿지를 다시 건넌다. 대형 우편집중국 옆 무인 유료 주차 공간.
쏟아지는 빗속에 물어물어 돈 넣고 가려는데 커다란 도난 경보를 울리는 우리의 크루저. 난감하다. 그렇게 20여분을 울다 지가 지쳐 그친다. 뱅쿠버 공립도서관.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원형 건물. 슬로프 형태 주출입로. 보조진입로서의 계단. 센서식 자동문. 많은 사진을 찍는다. 자유로운 도서관 진출입. 친절한 인포메이션 데스크 직원의 도움으로 장애인 주거 기준에 관한 책을 한 권 발견한다. 복사기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귀로에 88에비뉴 즈음에서 편의점 세이프웨이에 들어간다. 넓은 주차장. 센서식 자동출입문. 깔끔하고 다양한 상품진열, 갓 구워낸 빵들이 맘에 든다. 점심 샌드위치용 딸기잼, 믹스너트, 나초를 산다.

 
 11월 5일 리치몬드

 이렇게 많이 걸어 본 적이 없다. 광역 뱅쿠버의 중국인 도시 리치몬드에 뱅쿠버 남부 고속도로를 타고 다다른다. 미노루 공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김C 닮은 사람의 도움으로 방문 기념사진 한 컷 찍는다. 리치몬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아 나선다. 사진사 김C가 말한 느낌을 따라 남쪽방향으로 걷는다. 아무리 가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낙엽 치우던 사람들의 지시로 북쪽을 향해 과감히 방향을 튼다. 하염없이 간다.
  이제 비도 제법 내린다. 앞에 오는 중국인 같은 바바리코트 여인에게 길은 묻는다. 그녀가 친절하게도 지역정보센터로 우리를 인도하고 그곳에서 정확한 지도를 얻는다. 지도에 따르면 센터는 한참 북쪽이다. 가는 길에 멋진 시니어 커뮤니티를 보고 반해 사진기를 들이댄다. 도심 한가운데에 종합병원과 인접한 너싱홈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풍 가옥들과 정원 구성이 인상적이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버튼을 열심히 누르고 사진에 담는다. 건넘과 정지 신호가 그림형이다. 거의 다 온듯하다. 멀리 긴 슬로프를 갖춘 건물이 보인다. 리치모드 센터다. 이제 위치를 알았으니 화요일 제시간에 맘 편히 올 수 있겠다. 웨스트민스터 거리에서 아까 지나친 시니어 커뮤니티 뒤편의 파크를 지나 미노루 파크 주차장에 세워둔 크루저에게로 돌아간다. 저녁은 세이프웨이의 먹음직스런 롤 두개. 하나는 굿이고 다른 하나는 낫 굿이다. 겉모습으로 음식의 맛은 평가되기 어렵다.


 11월 7일 센터

 리치몬드 자립생활센터를 방문한다. 정식 명칭은 장애인자원센터(Disability Resource Center). 자립생활센터를 노인시설로 이해하는 지역사회 특성 상 DRC로 명명한다고. 이르게 도착하여 샌드위치 점심을 먹고 핸디다트라는 휠체어 리프트를 후면에 장착한 미니버스를 촬영한다. 중국계인 여성 센터장 엘라 후앙을 만난다. 자립생활이념, 센터 활동 전반에 대한 소개를 듣는다. 정보제공과 권익옹호가 주된 센터의 역할이란다.
 그녀에게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묻고 자료를 얻는다. 무척 바쁜 모습이다. 빨리 가라는 눈치다. 하지만 우리는 버틴다. 장애인 자립생활 현장을 인터뷰 할 수 있는 당사자 이용 장애인을 소개시켜달라고 요구하며 거의 농성 수준으로. 난처한 인상 끝에 그녀는 회의 참석 차 있는 두 명의 이용 장애인에게 우리를 인도한다. 리치 그린과 탐 파커다. 엘라와 달리 이들은 덜 바빠 보인다. 마음이 놓인다. 최선을 다해 우리의 캐나다 방문 목적을 설명한다. 성공이다. 일단 일요일에 있을 컬링 게임에 와보란다. 역시 두드리면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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