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관리의료체계 안에서 특별한 욕구를 가진 사람

 뉴욕시공공지원국의 수전 쉬어는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 - 자신의 직장이 도입한 보건제도 때문에 관리의료체계에 편입된 사람들 - 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내구재 의료 장비를 구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휠체어와 관련된 사례가 세 건 있었다. 그 가운데 두 건은 수동이고 한 건은 전동이었다. 세 건 모두 옥스퍼드 건강관리기관 관할이었는데, 이 기관들은 자신들의 보건제도로는 휠체어를 지원할 수 없다고 세 의뢰인들에게 말했다. 의뢰인들이 불만을 표시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자, 옥스퍼드 측은 세 사람에게 휠체어 비용 명목으로 얼마간의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가장 목소리 크고, 가장 끈질기고, 가장 요령 있게 불만을 제기한 사람이 가장 적게 불만을 제기한 사람보다 10배나 더 많이 받았다. 이처럼 제도가 자의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쉬어는 장애인들이 싸워야 얻을 수 있는 다른 내구재 장비에 대해서도 말한다. 이를 테면, 전신마비인에게 필요한 세면대, 뇌졸중 환자를 위한 음성합성기 같은 것들이다. 쉬어가 주장하는 요지는 건강관리기관과 싸울 수 있는 힘에 따라 사람들이 받는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쉬어는 옥스퍼드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느 뇌졸중 의뢰인의 사례를 들어 이 점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당시 그 남자는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어느 시설에서 재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옥스퍼드는 적절한 퇴원제도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그 남자의 보험료를 더 이상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가족들이 난리를 치자 옥스퍼드 측은 재활 시기를 조금 더 연장시켰다. 옥스퍼드 측은 퇴원심사 때 언어치료, 작업치료, 가족 돌봄(family care)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약속해놓고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족 돌봄의 책임은 가족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수많은 사례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사례에서도 가족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남자는 키 약188cm, 몸무게 약109kg의 거구인데다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반면, 그의 아내는 키가 약152cm였고, 더구나 다발성 경화증 환자였다. 그의 며느리 역시 시어머니와 키가 비슷했고, 어린 자식이 둘이나 있었다.

 그의 아들 -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야간에 일을 하는 성실한 사람 - 은 옥스퍼드 측과 아주 잘 싸웠고, 결국 공공지원국이 이 문제에 개입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인 그의 아버지는 필요한 가족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혼자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졌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입원해서 재활치료를 했는데, 이 사연이 <뉴욕데일리뉴스>에 보도되었다. 그러자 옥스퍼드 측은 그에게 최고 금액을 지불했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나는 이 사례와 비슷한 진정서를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

 뉴욕시내 관광을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 빅 애플 그리터즈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우드는 휠체어를 사용자하는 하반신마비인이다. 그 역시 옥스퍼드로부터 휠체어 제공을 거부당했다. 우드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지금까지 옥스퍼드와 비교적 사이가 좋았지만 이제 전략을 짜고 있다. 내 말은 사실이다. 그들이 욕창 방지용 방석을 지급해 달라는 나의 요청을 거절했을 난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욕창이 생기면 수술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러자 10분도 안 돼서 옥스퍼드 측에서 전화가 와서 방석이 승인되었다고 했다.”
 옥스퍼드로부터 휠체어를 받아 내기 위한 우드의 투쟁은 NBC-TV 뉴스에 소개되었다. 우드는 가볍고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자기 휠체어를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뉴욕시에서는 나의 장애가 별 문제되지 않는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게 더 빠르다. 내가 즐겨 하는 말이 있다. ‘휠(wheels)이 힐(heels)보다 더 빠르다.’” 1992년 척수손상을 입은 뒤에도 계속 일을 하기로 결정한 뒤로, 우드는 장애를 가진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뉴욕시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런 활동을 하느라 휠체어가 빨리 망가져서, 우드는 3,200달러짜리 티타늄 휠체어를 요청했다. 이것은 옥스퍼드가 과거에 주로 지급했던 2,000달러짜리 알리미늄 휠체어보다 튼튼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1995년까지 휠체어 정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옥스퍼드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휠체어를 지급했다. 새로운 휠체어 정책이 도입되면서 옥스퍼드는 “휴먼케어(human care) 정신으로” 건강관리기관에서 “보험료 500달러 기준에 맞춰 휠체어를 지급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드는 500달러로는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휠체어를 구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휠체어에서 바퀴를 분리하여 뒷좌석에 넣을 수 없고, 혼자서 몸을 차안으로 밀어 넣을 수도 없다. 나는 현재로선 독립적이지 않다.” 뉴욕건강관리기관위원회에 따르면 뉴욕주,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등에서는 휠체어의 보험 적용 범위가 강제적이지 않다.

누더기 정책

 장애인단체들, 노인들, 의사들이 건강관리기관과 관련된 입법뿐 아니라 일반대중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여론의 변화는 조이스 레미가 자신이 가입한 메디케어 건강관리기관과의 강제 조정으로 받은 보상금 110만 달러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혈액 투석 환자인 레미는 2년 동안 신장 전문의의 인정을 받았는데도 관할 건강관리기관은 보험급여를 거부했다. 1997년 21개 주는 장애인 대한 특별 급여 규정 등 건강관리기관 관련 쟁점들을 다루는 포괄적인 소비자 권리법을 제정하였다. 여기에는 유전자 정보, 장애, 과거 병력에 기초한 차별의 금지, “서비스 시점(point of service)”(건강관리기관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전문의 한 명을 제1 치료의사(primary care physician)로 수용한다는 규정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건강관리기관으로부터 핵심 조치를 거부당한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반발하자, 하원은 1999년 하반기에 관리의료 프로그램에 대한 환자의 권리 - 가령, 보험회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 를 확대시키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시켰다. 그러나 2000년 7월 현재 이 법안은 하원에서만 통과되고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않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990년대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면서 누더기가 된 미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수많은 중증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뉴욕주 부지사를 역임한 베스티 맥코이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각종 암 환자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중증질환자들에게는 골수이식수술 같은 실험적 치료가 유일한 희망일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이 이 같은 고가의 치료에는 급여를 제공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들은 전통적인 치료법이 없더라도 실험적 치료에 급여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 전국적으로 유명한 보건제도에 가입한 환자 수 천 명이〔핵심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통지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그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지 알게 된다.

 뉴욕시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조나단 핀리의 지적에 의하면, 보험회사들은 동료 검토(peer-review) 자료를 통해 입증된 생명을 살리는 치료법(가령, “줄기세포 치료를 겸한 고용량 화학요법”)에 “실험용”이라는 부정확한 꼬리표를 붙이고 나서 보험 적용을 늘 거부했다.
 1996년에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건제도로부터 보험혜택을 거부하는 뉴욕주 대신 캘리포니아주에 살았다면, 담당 의사들은 “의사결정에서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전문의(independent physicians) 협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버트 파사노가 뉴욕주가 아니라 보건서비스를 제한하는 초창기 메디케이드 계획 - 이 계획은 ADA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폐지되었다 - 을 실행하고 있던 오리건주에 살았더라면 그의 성공적인 심장 이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파사노는 심장병으로 장애인이 되었기 때문에 메디케어 - 약값은 보장해주지 않는 연방 정부의 건강보험제도 - 수혜자가 되었다. 심장 이식 이후에 필요한 비싼 약값을 메디케어가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사노는 “야금야금 돈을 쓰면서” 약값을 보장해 주는 메디케이드 적용을 받기 위해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독소가 뇌 기능에 퍼질 정도로 심장병이 최종 단계에 이르는 등 잇따라 위험한 고비를 겪었지만, 운 좋게도 파사노는 1990년 뉴욕시 마운트시나이병원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1990년대 파사노 같은 사람들이나 에이즈 치료제인 프로테아제 억제제에 의지해서 살고 있는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의약품은 생존에 필수였지만, 1965년 메디케어가 약값 보장을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컴퓨터가 없는 시대에 있었던 비효율적이고 관료적 형식주의와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적절한 조치로 간주되었다. 당시는 의약품은 고작 1달러나 2달러하던 시절이었던 터라 약값이 부담스럽지도 않았을 뿐더러 의약품이 보건에 별로 중요한 요소도 아니었다. 훗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의약품이 중요해 졌다. 메디케어가 오늘날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의약품이 필요한 많은 장애인들이 어쩔 수 없이 약값을 보장해주는 것 말고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되려고 하거나 관리의료계획에 참여하려고 한다.
 1998년 4월, 코네티컷주 장애행동연맹(Connecticut Union of Disability Action) 법률지원단은 장애인 사회를 들썩이게 한 데사리오 대 토머스(Desario v. Thomas) 재판의 사건 적요에서 “지난 20년 동안 유지된 연방 법원의 판례가 갑작스럽고 전례 없이 붕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998년 2월에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뉴욕주, 코네티컷주, 버몬트주가 가난한 중증 장애인들에게 메디케이드 적용을 일부 제외하도록 허용한 연방법을 지지하였다. 저스티스 포 올(Justice For All)의 지적처럼, “항소법원이 지방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뒤집음으로써 주정부들은 ‘최고 등급’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에게만 필요한 조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건 서비스 제한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메디케이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위기가 너무 심각해서 81개나 되는 장애, 질병, 서비스 제공자, 종교, 노동 단체들이 광범위한 연대를 결성하고 원고의 입장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장애 운동가들이 나서서 이 판결을 재고하도록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한 다음에야 연방 정책이 변경되었다. 1998년 9월, 연방 보건재정청은 메디케이드 책임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정부가 “항소법원이 확실하게 인정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임의로 제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1999년 1월 연방 대법원은 슬레키스 대 토머스(Slekis v. Thomas) 재판에서 그 판결을 무효화하고, 메디케이드 적용 범위에 관한 연방 규정을 고려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그 사건을 제2 순회 항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장애 운동가들이 힘을 모아 열정적으로 주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보건 정책이 언제 급변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이다.

특별한 건강 욕구를 가진 어린이들의 누락

 뉴욕주 어린이보호기금에서 보건정책 수석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멜린더 듀턴은 1999년 초까지 전국에 걸쳐 “장애 어린이를 위한 정책이 전반적으로 발전하였다”고 지적한다. 모자보건정책조사센터의 사무국장 페기 맥마누스는 1996년의 장애 어린이 복지 실태 점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특별한 욕구를 가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안전망으로 구축된 기반시설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같은 해 뉴욕타임즈는 이렇게 보도했다. “장애 명부에 오른 어린이의 수가 1989년 이후 ... 3배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그 비용은 ... 4배가 증가하여 연간 50억 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수치가 대폭 증가한 까닭은 복지 부정 수급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 보다는 어린이 빈곤율의 증가, “정신적 손상”을 가진 어린이들의 급여 요건의 완화, 법원의 판결 - 특히, 정부의 장애 어린이 판정의 정확성을 제고한 1990년 연방 대법원의 제블리(Zebley) 판결 - 때문이었다. 듀턴의 말을 다시 한 번 들어보자. “1997년 균형예산법이 개정되면서 안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건강 욕구를 가진 많은 어린이들이 여전히 누락되어 있다.”
 듀턴은 균형예산법에 따라 연방 정부가 지방 정부에 지급하는 정액 교부금(block grants)에 대해 말한다. 이 법이 개정되면서 메디케이드 예산이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연방 정부의 새로운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ld Health Insurance Program, CHIP)이 도입되었다. 주정부들이 메디케이드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면서 “의학적 조건이나 장애 관련 요건을 갖춘 더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의 재산 정도와 무관하게 메디케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듀턴은 말한다. 기존의 무상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은 많은 중증 장애 또는 질병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중요한 한계가 있다. 이를 테면, 특별한 진단을 받은 어린이들만 급여 자격이 있고, 다른 메디케이드 프로그램과 달리 연간 서비스 비용이 제한되어 있고, 자격을 부여받더라도 대기 시간이 있다.  CHIP는 부모의 소득이 메디케이드의 적용을 받을 정도보다는 많지만 민간 건강보험에 들 정도는 안 되는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적용된다. 많은 장애 어린이들이 CHIP의 혜택을 받지만, 새 프로그램의 규정들은 30년이 된 기존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규정들에 비해 별로 포괄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메디케이드의 조기선별ㆍ진단ㆍ검사(Early Periodic Screening, Diagnosis and Testing, EPSDT) 규정을 보면 치료, 서비스, 또는 설비 - 가령, 장기 이식, 휠체어, 천식이 있는 어린이를 위한 공기정화기 등 - 가 의학적 관점에서 해당 어린이의 건강, 복지, 성장, 웰빙에 필요할 경우 지급하여야 한다. 장애 및 질병을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권익옹호자들은 CHIP 규정이 적어도 메디케이드의 EPSDT보다는 향상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의회와 정부가 새로 도입된 프로그램에 확대된 메디케이드를 적용시키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진보적인 의원들조차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민간 보험에나 있는 한도와 동일한 상한선이 있고, 주정부들이 제각기 급여 범위를 결정하고 있어서 CHIP는 최중증 장애나 질병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듀턴은 “비록 개선되었지만 특별한 건강 욕구를 가진 모든 어린이들이 필요한 만큼 모든 건강 서비스에 접근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메디케이드나 CHIP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 어린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가 자기 자식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가입한 민간 건강보험을 통해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건강 욕구를 가진 어린이들도 일상적인 의료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다. 듀턴의 주장을 들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호흡기, 재가 돌봄 서비스, 발육 단계에 맞는 휠체어 따위를 제공받지 못 할 수가 있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특별한 건강 욕구를 가진 어린이들을 그저 무심코 바라볼 뿐이라면, 우리는 그 아이들이 처한 도전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 민간 보험 상품은 그 어린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아니다.” 듀턴은 다양한 장애와 질병을 가진 어린이들의 가족과 지원활동가들 그리고 프로그램들에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제도에서 누락되는 어린이들을 생기지 않도록 하는 포괄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지원활동가, 프로그램이 결합하면 상호간 의사소통이 촉진되고 권한강화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정치적 파워를 동원할 수도 있다.

지역사회 장기돌봄

 ADA 시행의 구심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장애위원회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활기를 불러 넣어주는 효과적인 재활, 이차 장애 예방, 자립생활 같은 장기 재가 건강 돌봄이 대다수 관리의료 프로그램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신체, 정신, 발달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부전상자협회(Eastern Paralyzed Veterans Association) 사무총장 멜빈 R. 탠스먼이 주장하듯이, “장기 돌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포괄적인 연방 정책이 없다.” 많은 장애운동가들은 자립생활은 시설 수용보다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은 요양원에 “감금”되어 있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자립생활의 속성은 서비스를 받는 개별 장애인의 재가 돌봄 욕구에 의해 결정된다. 24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 정도의 서비스만 있어도 충분한 장애인들도 있다.
 더욱이 국가장애위원회는 “민간 건강보험의 제한이 심해지면서 고위험, 고이용(high-utilization) 장애인들은 점차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같은 공공 프로그램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내다본다. 병원들은 가능한 빨리 메디케어 적용 환자들을 퇴원시키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장애인들과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이 재가 건강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메디케이드 수급자 가운데 상당수도 재가 건강 돌봄 서비스에 의존한다. “의료 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정에 기거하는 사람들도 예전 같았으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나 제공받던 복잡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암, 에이즈 같은 중증 질환자들을 치료하고 또 영양을 공급하는 정맥 주사 치료를 이제는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의사나 간호사만 할 수 있는 복잡한 치료를 이제는 가정에서도 가능한 예를 더 들자면, 투석과 화학 치료가 있다. 심지어 두 살배기 아기의 인공호흡기에서 콧물을 빼내는 것도 이제 가정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상승하고 있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지출 비용을 줄이라는 정치적 압력 때문에 이렇게도 중요한 장기 재가 건강 돌봄 서비스가 제한될 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부분적으로는 부정을 자행하는 일부 서비스 공급자들 때문에 1997년의 균형예산법은 재가 건강 돌봄 서비스 예산을 1994년 수준에서 동결되었고, 이 때문에 서비스의 30%가 삭감되었다. 장애운동가들은 균형예산법이 사기꾼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처벌했다고 지적하지만, 한편에서는 1997년의 예산 수준이 1994년 수준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예산 삭감은 국가 재정에 대한 잘못된 조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령, 재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연간 2만 달러에 달하는 메디케어 서비스를 거절당할 경우 그 사람은 요양원에 가야하고, 그러면 메디케어는 연간 5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뉴욕시 감사관인 앨런 헤버시가 1990년대 중반과 후반에 수행된 일련의 연구 <순손실 Ⅰ, Ⅱ, Ⅲ>를 보면, 만성질환자를 위한 재가 건강 돌봄 서비스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헤비시의 주장을 들어보자. “만일 당신이 재가 돌봄 서비스를 줄이고 사람들을 요양원으로 보내 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예산을 절약한다면, 당신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대로, 만일 당신이 사람들을 시설에 보내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예산도 증가한다면, 이 연구에서 확인하였듯이 무슨 근거로 지역사회 장기 건강 돌봄 서비스를 반대할 수 있겠는가?”

보건정책개혁

 <독립의 달성 Achieving Independent>(1996년)를 보면, 국가장애위원회는 대통령, 의회, 국민들에게 건강 돌봄 제도의 추세 분석을 비롯하여 장애 인구에 영향을 주는 연방 법률 및 프로그램에 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하였다. 건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및 공공 기관들이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국가장애위원회는 법무부 산하에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 국가장애위원회는 ADA 제2장과 제3장, 그리고 1973년 재활법 제503조와 제504조를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비롯하여 민간 건강보험 회사와 보건 계획에도 적용시키는 명확한 규정을 제정하는데 특별히 관심을 가지라고 제안하였다.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해 특별히 설립된 제도지만 수급자들은 주로 장애인과 노인이다. 메디케어는 원래 사회보장(Social Security)에 가입한 노인들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1972년에 사회보장법이 개정되면서 65세 이하 장애수당 수급자들도 메디케어 수혜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1999년까지 확대된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집단인 약5백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하 장애인 메디케어 수급자들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국가장애위원회는 의료 조치와 치료, 보조기구 같은 서비스들이 현실적인 건강 돌봄과 의료 조치를 반영하여 메디케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급여 패키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1998년에 실시한 전국장애/해리스기구(National Organization on Disability/Harris)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이 없는 장애 성인의 65%는 취업을 하면 지속적인 의료 조치 또는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서비스들은 고용주가 들어주는 건강보험에는 거의 적용이 되지 않는다.” 국가장애위원회는 메디케어 수급 장애인들이 직장을 구하더라도 수급 자격을 계속 유지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이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여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장애인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 모두가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장애인이 고용되면 사회보장 수당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가장애위원회는 많은 중증 장애인들이 메디케이드 수당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재정 지원, 연방 정부 차원의 장애인 정의 규정 제정, “연방 차원의 사적 소송권(private right of action)”을 권고하였다. 주정부들이 메디케이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점에서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이 연방 사적 소송권을 통해 연방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은 주정부들이 장애인의 건강 욕구와 장기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국가장애위원회가 지적하였다시피, 합당한 소송을 제기하고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 - 가령, 옴부즈만 - 같은 기제를 갖추면 장애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이 건강보험회사들의 결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가장애위원회는 “메디케이드의 시설 편향”을 “마지막 안식처로서의 집합적 돌봄 환경을 갖춘 가정과 지역사회에 장기 서비스와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사고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메디케이드가 지원하는 관리의료 건강계획에 의존하는 장애인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또 이런 건강계획이 메디케어 수급자들까지 포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가장애위원회는 연방 정부의 통제 아래 표준을 정하고 규정 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장애위원회는 위험에 기초한 건강보험 시장의 분화는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그 대신 2006년까지 모든 사람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는 보건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공공 보험기관과 민간 보험회사들은 가격과 위험이 아니라 가격과 질에 기초하여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직장과 건강 돌봄의 관계

 장애인들이 직장과 건강 돌봄의 관계 때문에 겪는 불이익은 노동을 할 수 있고 또 할 의사가 있는 장애인들이 직장을 구하는데 그동안 큰 장해물로 작용했다. 메디케이드는 장기 서비스 및 지원을 위한 유일한 자원이고,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어쩔 수 없이 비고용 상태로 남아 있어야 했다. 1999년까지 메디케어에 잔류하려면 사회보장 장애수당 수급자들은 월 700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면 안 된다. 게다가 대다수 건강보험회사들은 “과거 질병 배제, 급여 제한, 수당 상한선”을 핑계로 장애인들에게 적절하게 보장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장애를 유발하는 질병을 가진 많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건상보험회사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는 대신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의 사회보장 수급자 신세로 내몰린다.
 고용을 최대화하도록 지원하는 잘 설계되고 재정도 풍부한 제도가 없고, 또 현금을 지급하는 잘 설계된 제도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직장을 떠나 현금 수당을 받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저스티스 포 올(Justice For All)의 레베카 오글리의 주장에 따르면, 잠재적 장애인 노동자들이 정부가 보조하는 소득 보장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서 직장을 구하려면 “가정 및 지역사회에 기반한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전국적인 비-자산 평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다. 의회에서는 양당 모두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장애인 수급자가 취업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9년 노동유인개선법(Work Incentive Improvement Act, WIIA)이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하원에서는 412대 9로 통과되었다. 1999년 11월 의회에서 통과되고 12월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률은 주정부가 장애인이 취업을 하더라도 보충적 보장소득(Supplemental Security Income)과 사회보장 장애수당(Social Security Disability Insurance)을 유지하는 바이-인 프로그램(buy-in program)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역사학자이자 장애연구소(Institute on Disability) 소장인 폴 롱모어는 메디캘(MediCal)이 재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메디캘은 캘리포니아주 메디케이드, 보충적 보장소득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보건제도, 빈곤선에 놓인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연방 급여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그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필요한 재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도 직장을 가져야 할지 망설였다. 대학 연구원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보충적 보장소득을 계속 받으려면 연구원이 되어서도 안 되고 자신이 집필한 조지 워싱턴 전기의 인세를 받아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롱 모어는 이런 부당함에 참을 수가 없어서 사회보장청 앞에서 자신이 쓴 책을 불살라버렸는데, 이 소식을 LA스타임즈가 보도했다. 그 뒤 몇 달이 지나서 그가 지적한 불공평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법률 수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노동자 보상금, 보충적 보장소득, 사회보장 장애수당 같은 소득 유지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자격을 갖춘 무수한 장애인들을 일터에서 내쫓고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다. “아무리 부자 나라더라도 자기 나라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고용기회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CO) 부위원장 폴 M. 이가사키는 이 점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미국 기업들은 다양한 노동력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기업의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1993년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력 다양성 기준점을 어느 정도 달성한 기업들은 경쟁 회사들보다 주가가 1.5배에서 2배 정도 높았다. 다양한 노동력에는 장애인도 포함된다.

 연방 정부에 적용되는 고용 관련 법률들은 장애인을 위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자리의 85%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주디 길리엄처럼 재가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들의 직업적 재능은 연방 정부 밖에서는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시민고용기회평등 감독관인 클레이본 휴스턴 주니어는 쥬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디는 전신마비인이자 미국 대학의 우등생들로 구성된 클럽인 파이 베타 카파의 회원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난 혼자서는 옷을 입을 수가 없어요. 걸을 수도 없어요. 운전을 할 수도 없어요. 물 컵을 들 수도 없고요. 그러나 일은 할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주디가 하는 일은 언제나 우수하고 생산성이 높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