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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공약 뒤집기의 본질은? 최창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지난 총선, 대선을 맞아 한나라당은 이름도 색깔도 로고도 정책 노선도 바꾸었다. 현란한 드리블을 하는 축구선수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사람들은 쇼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외면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믿고 싶어 했다. 솔깃한 방안이 많았던 탓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4대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보장'과 ‘모든 어르신께 한 달에 20만원 보장’ 공약이다. 이들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 친지들이 듣기에 얼마나 솔깃한 주장이었겠는가! 그 동안 성장 지상주의 고속 열차에 강제로 태워져 고단한 삶을 살아 온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이 들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인수위라는 괴물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인수위라는 집단이 나타나 공약 뒤집기 작업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냈다. 인수위는 행정부 업무를 인계인수하라고 있는 것이지 공약을 뒤집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언젠가부터 인수위라는 괴물이 탄생해서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을 뒤집는 역할을 하는 기구가 되어 버렸다. 이번 인수위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약속한 핵심 공약 2개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 것이다. 지금 박대통령은 야구로 말하면 삼진 아웃을 눈앞에 둔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4대중증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공약부터 살펴보자. 이 공약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공약은 병원비 때문에 가계가 절단 나는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한 사람들이 야권과 시민사회의 무상의료 주장에 공감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야권이 ‘비급여의 급여화’, ‘연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의 깃발을 올리고 많은 국민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상황에서 나온 공약이 바로 4대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공약이다. 야권의 무상의료에 대한 유권자의 쏠림을 막고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생뚱맞지만 파격적인 4대 중증 질환 무상의료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날이면 날마다 성토하고 우호적인 언론을 통해 공격한 게 바로 무상의료다. 그런데 기존의 주장을 왜 바꾸는지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4대 중증질환 공약’은 생뚱맞기도 하고 파격적이기도 하다. 이 공약에 대한 유권자 대중의 호응은 뜨거웠다. 박근혜 후보가 신뢰와 원칙, 약속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탓에 그 효과는 더욱 컸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은 지킬 약속만 한다고 설파하고 다녔기 때문에 더욱 더 믿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 공약은 사실상 폐기처분 되고 말았다.
 고통과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가난하고 병이 든 사람들, 특히 노인들의 표심을 자극해서 집권을 한 뒤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내며 공약을 사실상 파기하는 모습을 보고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그 놈이 그 놈이다’고 생각할 것이다. ‘믿을 놈 한 놈도 없다’고 할 것이다.
이 공약 보고 박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선거에 참여한 모든 국민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신뢰에 기반한 정책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가 속임수 공약에 휘둘린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 국회 경제사회정책포럼 주최 ‘박근혜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모습 >
매력이 넘치는 기초노령연금 공약

 기초노령연금은 어떤가? ‘모든 65세 이상 어르신께 20만원 보장’은 분명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공약이었다. 어르신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진 공약을 넘어 보편 복지를 염원하는 대중들에게도 “나는 네 편이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마력을 가진 공약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노인 세대들은 안팎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말이 삶이지 지옥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자기 희생해서 나라 살찌우고 자식들 가르치면서 자기 자신의 노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이제 나라의 경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고 자식들은 장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고달프고 더욱 더 곤궁해졌다. 국가는 나몰라하고 자식들은 자기 살기도 바쁘다. 기댈 데가 없는 것이다.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많은 노인들이 박근혜 후보의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 보장’에 끌린 까닭이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파격적인 공약을 보고 많은 노인들이 이제 좋은 세상 오는 줄 알고 환호하는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선거라는 잔치가 끝나자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버려지고 말았다.

기초노령연금 공약 수정에 얽힌 불편한 진실

 ‘20만원 균등지급’ 공약이 선거 끝난 뒤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국민연금을 든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결정을 했다. 가입자가 반발을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또 국민연금을 부은 지 오래 된 사람을 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 불이익을 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유일한 노후 대책으로 자리 잡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엄청나게 손상시켜 국민연금 존재기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처럼 국민연금 근거를 약화시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눈을 민간연금으로 돌리게 함으로써 민간 보험사의 배를 불리고 국민을 고달프게 한다.

 약속은 소중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관계는 약속에서 출발하고 약속을 어기는 데서 끝이 난다. 우리네 서민들은 집 계약할 때 약속을 제때 못 지키면 계약을 무효로 하면서 위약금 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산다. 사기를 치면 누구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정치는 다르다. 서민들의 법 관념과는 완전 다른 법 관념이 적용되는 치외법권 같은 영역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도 계속 ‘치외법권’을 인정할 것인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선거 때 약속했던 공약을 대폭 수정 하거나 파기했다. 기초노령연금 공약처럼 성격을 완전 변질시키기도 했고 “4대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공약처럼 사실상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공약 변질, 폐기는 절대 용인될 문제도 아니고 결코 용인되어서도 안된다.

 지난 2월 6일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국가 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고 "공약의 취지는 국민이 부담을 느끼는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보장하는 데 있고,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이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일 인사청문회 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놀랄만한 말을 했다. 공약 검토 과정에서 처음부터 ‘3대 비급여를 포함한 100% 무상의료 공약’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선거 캠페인용으로 “4대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을 내걸었다는고 했다. 기초노령연금 20만원 공약도 비슷한 경우라는 것이다.

공약 파기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

 우리가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 비급여 포함 진료비 100% 보장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이라는 제목으로 “총 진료비(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와 비급여 진료비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하고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률 100%로 확대”라고 밝히고 있다. 또 박근혜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과 유세 때, 쪽방촌과 대한노인회를 찾아 갔을 때 “100% 국가 보장” 공약을 했다. 대선 공보물에서도 밝히고 있다. 진영 후보의 말에 비추어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박대통령은 진영 장관이 거짓말을 하는 지, 박대통령 자신이 당선 욕심에 논의 되지도 않은 공약을 거짓으로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또 인수위의 말은 박근혜 후보가 직접 한 말과 공약집 내용이 완전히 다른데 왜 대통령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가?

 약속은 지켜도 되고 안지켜도 되는 것이 아니다. 공적 성격의 공약의 무게야 말해서 무엇 할까. 나는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죄와 형법의 사기죄를 범한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허위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했다면 선거를 다시 해야 할 중대한 사인이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3월 8일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장관 후보자를 고발’ 기자회견 모습 >
공약 파기의 무서운 결과들

 거짓 공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각한 것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훔치는 일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행위이다. 거짓 공약을 하고 집권 뒤 언제 그랬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풍토가 용인된다면 선거를 치루는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른다. 또 모두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거짓 공약으로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를 거듭한다면 사회의 신뢰의 기반을 무너트리게 될 것이다. 약속과 신뢰는 사회적 관계의 출발점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 이런 거짓 공약이 판을 치는 세상을 용인하면 자식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자식 부끄러워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 그런 거짓된 세상을 보고 자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미래에 올바로 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한다고 외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 번 돌아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공약 파기와 대폭 후퇴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공약대로 실천하는 결단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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