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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지난 대통령 선거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다양하다. 민주당도 패배했고, 단일 후보를 만든 진보진영도 패했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135조원 정도는 복지에 쓰겠다고 하니 성공적으로 “남는 장사”를 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의 복지정책은 어떤 형태가 되던 간에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지난 대통령 선거들과 달리 4대강 개발과 같은 토목 건설 공약도 나오지 않았고, 줄, 푸, 세나 부자감세, 규제 완화 등의 신자유주의적 공약도 사라졌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식도 하기 전에 인사 관련 문제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이하로 떨어지고, 취임식 이후에도 정부조직법 개편 합의가 안되 정부 출범도 제대로 못하고 늦어지고 있다. 또 다시 지난 정부 시기와 같은 혼란과 고통의 시기를 보내어야 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

 또한 선거가 끝나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뜯어보니 대통령 공약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자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새 정부에서도 막상 공약을 시행하려고 하니 난감한 일이 많을 것 같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4대 중증질환만 100%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특진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여도 기술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급여 확대의 대상이 되는 심장과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신장 질환이 발생한 환자의 치료비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할지, 본인 부담의 영역으로 그대로 남겨두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발생한다. 법정 본인 부담 외에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화 할 경우 민간요법이나 한방 요법은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도 급여 포함 여부에 따라 목숨이 걸려있는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과 같이 상위 30%의 부자들에게도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것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통상 소득 상위 30%의 부자들은 국민연금 가입도 많이 하였지만,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의 특수직역 연금 외에도 퇴직금에 각종 사적 연금도 가입하고 있다. 오래 전에 사 놓은 집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월세 수익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이분들에게 까지 국가가 중산층의 세금으로 기초 연금을 더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생애 주기별 복지는 선별적 복지인가, 보편적 복지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잘만 시행되면 적절하게 필요로 하는 복지서비스가 전달되는 쪽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수급 요건에 따라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에 그칠 우려도 있다.
 모든 사람이 복지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론과 소득조사를 통해 부자를 제외하고 필요한 취약계층에게만 세금을 써야 한다는 선별적 복지론이 대결했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대세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선거 과정에서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 라는 선언을 통해 생애주기별 복지가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에는 아직도 선별적 복지가 더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새로 임명된 장관들도 다수가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 실제로 대통령이 공약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개별 공약들에 들어가면 선별적 복지를 할 것인지, 보편적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나아가 복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일부의 도덕적 해이의 사례가 언론에 의해 침소봉대하게 보도되면서 보편적 복지를 통해 혜택을 보게 될 다수의 서민들이 역으로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내에서 연구진들 사이에 조그만 논쟁이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이나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그리고 장애인 안전을 위한 지하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 설치가 보편적 복지 정책인가, 선별적 복지정책인가 하는 논의였다. 저상버스가 많아지면 장애인 등 특정 대상자 뿐 아니라 노인이나 임산부 등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보고, 소득 조사 등을 통해 수혜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으니 보편적 복지정책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보더라도 정책의 목적 자체는 특정한 장애인이 대상이고 그 외의 분들은 부수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이니 정책 자체는 선별적 복지정책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논쟁의 결론은 너무 쉽게 마무리되었다. 저상버스 도입이나 스크린도어 설치가 “보편복지인지, 선별복지인지의 여부가 무슨 상관이냐”라는 것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할 점은 이런 시설들이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큰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상버스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이 안 좋은 할머니와 허리가 아픈 할아버지들, 그리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보행이 불편한 중년의 남성들과 산업재해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젊은이들, 각종 중증과 경증의 환자들, 임산부와 유아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어머니들이 모두 이용하고 있다. 스크린도어는 지하철역 투신자살을 예방할뿐더러, 광고의 장소가 되어 지하철의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하며, 어둡고 단조로운 지하철역의 미관을 밝고 산듯하게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저상버스 ·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 스크린도어의 설치는 우선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생존권이 크게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사고로 일시적으로 보행이 불편해진 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 등 다수의 국민들도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면 교육받고 싶은 사람들, 은행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며, 물건을 사러가는 일상적인 생활과 여가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즉 전체적으로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소외되던 이들이 소비도 하고, 생산에도 참가하게 되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경제성장과 GDP를 늘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일상적인 소비 활동에서부터 소극적인 소외에서부터 취업과 생산 등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이르기 까지 소외되고 있는 470만 장애인들과 560만 명의 노인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내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큰 활력이 될 것이다. 바로 경제와 복지가 서로 선순환하는 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장애인용 버스를 몇 대 더 들이고, 리프트를 작동하는 이들에게 주의나 주고, 경보시스템을 몇 개 더 설치하는 등의 마지못해서 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경제적 효과가 적극적인 장애 정책으로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서재욱, 2012).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①항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여 국민의 복지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②항에서는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③항과 ④항에서는 여성과 노인, 그리고 청소년 등 구체적인 대상자별로 복지향상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⑤항에서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부분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헌법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보장하고 있는 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가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가 보편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 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안정과 노후보장 등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 조차 보장되지 않는 절박한 상황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복지국가를 시대정신으로 만들었다. 국정 비젼으로 선정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이거나 국정 목표로 선정된 ‘맞춤형 고용 복지’이거나 정책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하나라도 시행을 해 달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항상 강조해왔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헌법에 규정된 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가 이제는 지켜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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