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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삶의 변화를 위해 정치훈련의 장으로 나아가자


삶의 변화를 위해 정치훈련의 장으로 나아가자김의수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정책연구원)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정부)와 지방정부(지자체)로 양분돼 운영된다. 정부나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운영은 관련 법령의 제한을 받는다. 법률과 자치법규가 그것이다. 법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법률은 뉴스 때문에 꽤 친숙하다. 그에 비해 자치법규는 생소한데 요즘 거론되는 건 서울시학생인권조례와 서울시광장조례([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각종 학교급식지원조례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뜬금 없는 질문 하나, 이슈에 따라 잠시 회자되는 것들 말고 전국 자치법규가 총 몇 개인지 아는 이는 있을까? 전국 행정학석박사들에게 질문하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네이버지식인은?

 자치법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전무한 편이다. 장애인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손상이 사회활동의 제약으로 작용했기에 더 무관심하다고 해야 옳다. 장애인도 무관심한 자치법규라면 자치법규 조문들이 저절로 장애친화적이지는 않을 게다. 이 문제의식에서 자치법규에 대한 접근은 시작됐다. 올해 모니터링센터에서 16개 광역시?도 자치법규를 전수검사해보니, 장애 차별적 표현 및 비하표현들이 발견됐다. 불길한 예감이 맞는 경우는 스마트폭탄 적중률보다 높다.

 예컨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자 혹은 타인이 혐오할 만한 결함이 있는 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문이 있다([전라북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설치 및 운영조례 시행규칙], [대구광역시 어린이회관운영 및 사용조례] 등 7개 내외). 여기서 혐오감을 주는 자, 그런 결함이 있는 자는 장애인을 의미한다. 조례의 장애편견적 시각에서 보자면, 얼굴에 흉측한 손상(화상장애) 신체불구(지체장애), 나이에 비해 이해력이 떨어져 산만한(지적장애), 언어구사가 어눌해 우스꽝스러운(뇌병변, 언어장애) 등등 이 모두가 다 그렇지 않은 다수에게 혐오대상이며 놀림감이다. 미국에도 장애인들과 전염병감염자의 공공장소 출입을 금하는 자치법규가 존재했다가 1974년에야 최종폐지됐다. 그래서 법규명도 일명 ‘ugly law'였다. 또 ‘정신병자’, ‘정신이상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자’처럼 정신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편견을 나타내는 표현들도 있다. 이 표현들은 문화예술?체육시설 입장금지나 임대아파트 입주금지, 그리고 놀랍게도 지방의회 방청금지 대상자로 빈번히 등장한다.

 그러나 조문에 장애차별적?비하적 표현이 있는 것과 장애차별은 별개다. 차별은 실제 사건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조문표현 때문에 피해본 장애인은 없다. 하지만 기분은 편치 않다. 때문에 모니터링센터는 지속적으로 개선요청하여 2010년 9월 10일 현재 차별적 조항 27건을 개선시켰다(삭제13건, 수정3건, 폐지4건). 단체장 행정발의든 의원발의든 개선은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16개 광역시?도가 이러할진데 광역시도의 법규제정을 주로 반영하는 기초단체들의 상황도 광역시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같다. 불길한 예감이 맞는 경우는…

 이제 차별조항 개선(소극적 거버넌스)을 통해 친장애조례 제정 및 확산(적극적 거버넌스)을 제안할 차례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 전국 자치법규총수에서 장애인관련자치법규는 얼마나 될까? 답을 아는 장애단체 활동가가 있을까? 더 난감한 질문, 장애조례중 실속있는 알짜배기 조례는 있을까? 있다면 어떤 걸 꼽을까? 또 반드시 제정해야 할 조례는 뭘까?

 특정 지자체의 그해 장애인 1인당 예산배정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그지역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반드시 비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예산이 1개 복지시설 건설비용에 몽땅 충당된다면 액수는 몇 십 억 대일지라도 장애인 개개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비용은 아니니까. 때문에 자치법규 조문에 장애인개인에게 지원되는 서비스가 확실히 명시될 때-다소 단순하기도 하나-일단은 그 조례가 실속있다 할 것이다. 가령 전국 246개 지자체중 38곳에서 제정한 [장애인 가정 및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는 지원금액, 지원대상이 조례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흔치않은 알짜조례다. 물론 지역에 따라 액수와 대상범위는 차이난다. 따라서 모니터링센터는 지원액수가 많고 지원대상이 가장 포괄적인 조례를 모범조례로 간주하고 확대 제정을 제안할 것이다. 또 탈시설을 희망하는 시설장애인을 위해 예컨데 [탈시설정착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칭)]를 제정한다면 어떨까? 이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아직 단 한군데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자치법규 모니터링을 주도하는 모니터링센터는 조사분석 중심의 다소 정적(靜的)인 조직이다. 이에 전국규모의 액티브한 장애인조례제개정운동본부(가칭) 설립이 시급하다. 현재 서울시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례제정운동본부에 많은 장애인들이 힘을 보태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조례가 증가하면 장애인의 삶도 더 윤택해질 것이다. 때문에 자치법규에 대한 관심과 그 효력에 대한 이해 그리고 법규 제정활동에 장애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자유주의자 J.S.Mill(1773~1836)은 "지방자치는 자유의 보장을 위한 장치이고 납세자의 의사표현 수단이며 정치의 훈련장이다"라고 한 바 있다.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가 지방자치라면 자치법규는 자유집행의 명문화된 근거다. 자치법규 운용으로 시?도민의 자유의 크기가 조정되며 삶을 질도 달라질 수 있다. 또 지방자치가 납세자의 의사표현 수단이라면 자치법규는 납세자의 적극적 의사반영이며(혹은 반영이어야 하며) 자치법규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은 그 자체가 정치훈련일게다. 장애인 개개인의 삶의 변화를 위해 정치훈련의 장으로 나아갈 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최종목표는 보다 확고한 자립생활이다.

 P.S.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2010년 6월(민선4기) 현재 전국 자치법규총수는 91,131개, 그중 장애관련 조례는 812개다. 행정학전공자들에게 한번 써먹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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