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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미와 내용
배융효 -장애인편의시설 촉진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시행령으로 위임한 사항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이 정당한 편의제공의 대상과 범위 그리고 내용에 대한 것이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하는 기관ㆍ단체ㆍ시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언제부터 제공을 해야 하고, 어떠한 편의를 제공할 것인가를 시행령에서 정해주고 있다. 시행령에 따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도, 제공시기도, 정당한 편의의 내용도 달라진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서는 가능한 대상시설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단계적 시행도 천천히 하며,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도 기존의 법률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준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산의 부담을 줄이고, 시설주등 민간의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에서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장추련) 등 장애계는 최대한 많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시설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며, 단계적 적용도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이 당하는 작은 차별이라도 금지하기 위해서는 대상시설의 범위 확대, 빠른 단계적 적용, 최대한 많은 정당한 편의제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d 그렇다면 정당한 편의는 과연 무엇인가? 정당한 편의는 영어의 리즈너블 어코모데이션(Reasonable Accommodation)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번역이다.

 이 용어는 그동안 일본의 번역에 따라 ‘합리적 배려’, ‘합리적 편의’ 등으로 번역이 되어 왔으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이것은 ‘배려’가 아니라 ‘편의’이며,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당한’으로 번역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이유는 ‘정당한 편의’가 배려나 동정에 의해 베풀어지는 편의가 아니라 장애인의 참여, 활동, 이용, 접근 및 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기 때문이며,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이기에 정당한 것이다.

 합리적 배려라는 용어의 이면에는 시설주의 입장에서 이것을 바라보는 의미가 다분히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설주의 입장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아닌가를 따져보고, 그것을 배려의 차원에서 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장애계는 ‘합리적 배려’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정당한 편의’라는 용어를 채택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편의가 비상식적이고 얼토당토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하다’라는 말은 시설주와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설주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가 정당해야 하며, 장애인은 정당하지 않은 과도한 편의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시설주의 입장이 아닌 차별받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제4조(차별행위) ②제1항제3호의 "정당한 편의"라 함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정당한 편의는 첫째,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고, 둘째, 편의시설ㆍ설비ㆍ도구ㆍ서비스 등 인적ㆍ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이다. 첫 번째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과 관한 것이고, 둘째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반면에 국회에서 비준된 유엔의 장애인 권리 협약은 정당한 편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정당한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는, 특별한 사례에서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들과 대등하게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향유하거나 행사하도록 장애인에게 보장하기 위한, 과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필요ㆍ적절한 변경과 조정을 의미한다. 「조한진 교수 번역으로서 국회 비준된 번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제2조 정의, 『장애인 권리협약 날 세우기』, 한국DPI, 2008.」

 장애인권리협약은 정부대표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사용주와 시설주의 입장이 보다 고려되어 있다. ‘과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이라는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이야기하는 ‘정당한’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역시 정당한 편의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가운데 하나로서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상황’을 들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과하거나 부당한 부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의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상황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의를 바탕으로 정당한 편의를 규정해 본다면, 우리는 정당한 편의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정당한 편의는 시설주와 장애인 모두에게 정당해야 한다.
둘째,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의 인권 및 참여, 활동, 이동, 접근 및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의 성별, 장애정도와 유형 그리고 특성을 고려해서 제공해야 한다.
넷째, 정당한 편의는 편의시설ㆍ설비ㆍ도구ㆍ서비스 등이다.
다섯째, 정당한 편의는 필요하고 적절한 변경과 조정이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고용, 교육, 시설물의 이용, 이동 및 교통수단의 이용, 정보 접근 및 의사소통, 문화ㆍ예술활동, 체육활동,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 직장보육서비스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설물의 이용과 이동 및 교통수단의 이용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의 대상시설과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각각 기존 법률인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동편의증진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두 가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대상시설을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에서 정한 대상시설로 함으로써 대상시설로 전혀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편의증진법에서의 편의시설과 이동편의증진법에서의 이동편의시설로 규정함으로써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축소시켰다는 점이다. 문화ㆍ예술활동과 체육활동에서의 정당한 편의의 경우 단계적 범위를 2015년까지 정함으로써 지나치게 시기를 늦추었다.

 정당한 편의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편의시설과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정당한 편의는 편의시설을 포함하여 필요한 도구나 시설의 제공, 구조의 조정이나 변경, 시간의 조정, 인적 서비스,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의미한다.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와 활동을 보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당한 편의는 반드시 정당하게 요구해야 하며, 미리 요구해야 하고, 요구를 받았을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에 대해서는 결국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겠지만, 장애의 유형ㆍ정도ㆍ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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