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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의 문제점과 정책방향.최동익(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사무총장)

02. 인권리포트

장애인 고용의 문제점과 정책방향.최동익(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사무총장)

Ⅰ. 서언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장애출현율은 전체 출생인구의 약 3%이고 당시 보건복 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약 120만 명이었다. 2003년 7월 1일 「장애인복지법시행령및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장애범주가 종전의 중복장애포함 11가지에서 16가지로 확대됨에 따라 장애인구와 출현율은 2004년 현재 이 보다 상승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2003년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율은 약 1.2%로 장애출현율의 절반도 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 실업율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민 실업율의 수십 배에 이다. 더욱이 취업장애인의 대부분은 경증장애인이며 1990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한 장애인 고용촉진사업의 전개 이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최근에는 고용 장애인이 저임금, 근속기간 단축 등의 요인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고용의 대부분은 표준화사업장, 장애인 보호작업시설 등을 비롯한 장애인직업재활실시기관에의 고용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 고용은 여러 제도의 도입과 예산 투입, 전문가들의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발전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현황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생각을 서술하고자 한다.

Ⅱ. 우리나라 장애인고용의 문제점
1.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의 게리맨더링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장애인계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파동이라는 세기말적 재난이라 할 수 있는 분열의 고비를 맞이하였다. 당시 장애인계는 종전의 고용촉진사업이 경증장애인 중심의 고용으로 인해 고용장려금을 비롯한 기금의 혜택을 모든 장애인이 누릴 수 없다는 주장과 원래 기금의 조성과 운영은 노동관계부처에서 관리하고 운영되어 왔고 그 조성 목적 또한 그러하다는 견해의 대립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고용문제와 기금의 성격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따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현행 노동부에 존속시키자는 주장과 보건복지부로 귀속시키자는 논고가 마주치면서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은 장애인계 갈등의 골을 남기었다.
그러나 이 갈등은 장애인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에 대한 원천적인 시각에서 기초한 합리적 해결을 이루지 못하고 기금의 양분이라는 정치적 게리맨더링식 결론으로 일단 종결되었다.

만약 당시에 고용촉진공단의 감독권이 재활의 논리에서 보건복지부로 귀속되었거나 고용의 논리로 노동부에 존속되었다면 현재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사업의 수행에 나타나고 있는 이중 구조적 모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종류의 기금을 가지고 정부의 두 부처가 감독권을 행사하고, 또한 하나의 공단을 가지고 정부의 두 부처가 관리 감독하는 현재의 양태는 행정의 원리상 일반 상식선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갈등 타결이라는 명분으로, 그리고 장애인계는 예산을 양측에 분배한다는 밥그릇 획득의 실속으로 뜨거운 8월의 여름 여의도 아스팔트 위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강제 동원해서 세과시를 했던 싸움은 12월 9일에 와서 민주당 임채정 정책위의장의 조정에 의한 기자회견으로 막을 내렸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회분야 초유의 고용촉진기금의 게리맨더링식 배분은 기금의 고갈, 장려금 인하, 장애인고용 정책의 일관성 있는 체계적 접근 등 모든 면에서 비효율적인 양태를 생산하게 된 주요한 원인을 발생시키게 되었다.

2.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고갈

앞에서 언급한 20세기 마지막 해의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대립 구도는 양 부처간의 선심성 정책을 쏟아 붓는 선거 기간 중의 공약 난발을 불러 일으켰다. 양 부처 모두가 장애인계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공약을 내세운 결과 허수적인 실적조작과 예산낭비를 가져오게 되었다.

노동부의 경우에는 산재장애인과 국가보훈 대상자들을 장애인으로 간주하여 이중적 지원을 하면서 장애인 고용수를 높이는 실적 조작을 자행하여 기금 고갈 사태를 초래함과 동시에 고용장려금과 고용보조금을 합친다는 명분 하에 고용장려금을 대폭 인상하여 오늘날의 기금 고갈 사태를 맞이하게 하였다. 또한 노동부는 기금이 축적됨에 따라 공단의 소관부처 문제가 발생했다는 판단 하에 산하시설을 방만하게 증축함은 물론 공단의 직원 수와 임금을 급속히 증가시켜 왔다.
보건복지부의 경우에는 장애인복지관의 기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재활사업을 직업재활센터라는 이름으로 예산을 지원하여 별도 사업으로 만들어 국가가 책임지고 일반예산에서 해결하여야 할 장애인직업재활문제를 기금을 활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간 기업이 부담하게 하였고 직업재활 수행 능력이 부족한 곳에 예산을 지원하여 결국은 그 조직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게 하였다. 그 외에도 연구비 등을 예산 항목에 첨가하여 노동부와 동시에 동일한 연구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연구결과에 상관없이 양 부처 모두 자기편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 당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처간의 선심적 정책과 예산 낭비는 오늘날의 기금 고갈 사태를 맞이하였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 배짱이적 사고는 등록 장애인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그 어떤 당책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를 맞이하였다. 결국 2004년 기금고갈 사태는 고용장려금 인하라는 미봉책을 만들어 내었고 고용장려금의 장애인 고용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예산 논리에 의해 단행된 장려금 인하 조치는 그 동안 장애인 고용의 한 축을 이루어 왔던 지원금 정책의 축소로 인해 또 한 번의 장애인 고용 위기 시대를 예고하게 되었다.

3. 수혜 중심의 장애인 복지정책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고용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재활 훈련도 고용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장애 대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보조공학기기의대여 또한 고용을 전제로 지원된다. 더욱이 이동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Para-transit의 경우에도 출퇴근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여 고용을 중심축으로 하는 이동권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단지 이러한 미국의 정책 방향에 비해 우리의 장애인 정책은 시혜중심으로 되어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사회복지의 이론 중에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가 양립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애인 정책이 많은 부분 보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이면 누구나 다 지하철이 무료이고, 각종 교통 요금의 감면 혜택과 더불어 전기요금, 전화요금, TV시청료 등 각종 공공서비스 이용료의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비판으로는 이러한 감면혜택이 극빈층 장애인들과는 상관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자가용 관련 지원이나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제혜택은 결국장애인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나은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혜적인 제도들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장애로 인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등을 고려하고 사회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우선 엘리트 장애인이라도 혜택을 주어 사회 속에 참여하게 한다면 그 누구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이러한 시혜적 제도가 전부이고 고용이라는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장애인 정책이 너무나 손쉬운 전시적 행정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례로 <2004 장애인 복지사업 안내>만 하더라도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길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수백 쪽에 이르는 내용들이 장애인으로서 무료 혹은 할인 혜택을 받는 내용이 거의 전부이다. 결국 장애인이 되어 읍?면?동사무소에 장애인등록을 하면 자신이 어떻게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1등 시민의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아니라 혜택만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전문적인 복지 수혜자(Professional Begger)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4년도 장애인복지사업안내는 이전년도와 유사한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부에 나오는 장애 관련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소득세, 자동차세 등과 같은 각종 세제혜택, 휴대전화, 일반전화, TV시청료, 전기요금, 의료보험료 등 각종 공공요금의 할인혜택, 비행기, 기차, 연안여객선, 지하철, 고속도로 통행료 등 각종 교통수단이용료의 할인혜택을 장애등급, 종류, 절차 등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책자의 서두에 있는 장애인복지사업연혁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 언제부터 어떤 혜택이 어떻게 실시되었는지까지 자세히 표기하여 마치 이러한 정책이 하나의 실적인양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재활서비스를 실시하는 기관에 대한 상세한 소개나 장애특성에 따른 전문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 절차, 기관에 대한 소개는 형식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정부 부처간의 연계성 결여

우리나라의 정부 조직상 특이한 부서는 총리실이다. 흔히 내각제에 수장을 맡아보는 총리가 대통령 중심제인 대한민국에 있는 것을 보면서 왜 총리가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부처간의 협력을 강조하다보니 대통령 외에 또 한사람 부처간의 통합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서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러한 해석은 억지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다면 우리나라의 정부 부처가 그만큼 협력적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미국의 예를 자주 들어 아쉬움은 있지만 필자 자신이 아는 내용이 미국밖에 없어 미국의 예를 다시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장애인의 경우 12학년 까지는 무조건 일반교육 제도 속에서 모든 지원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12학년부터는 재활국에서 공동으로 관여하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부터는 전적으로 재활국에서 장애인을 담당하여 죽을 때까지 사례관리를 지속한다. 즉, 철저한 통합교육(Mainstream Education)의 원칙 아래 모든 장애인교육이 일반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며 장애특성이나 정도에 따른 개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이 특수교사에 의해 기획되고 실시되어 조기교육과 유치원 교육 정규 교육 등 모든 교육과정에서 재활에 필요한 상담 및 지원이 별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학 진학이라는 과제에 당면하면서 장애인은 재활국에 사례가 배속되어 대학교육을 포함한 모든 훈련과 고용서비스를 받게 된다. 즉, 교육청과 재활국이 장애인의 재활 전반을 담당하게 되고 고등학교 3학년인 12학년이 되면서는 사례 전이를 위한 공동관리 단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기교육은 보건복지부, 정규 교육은 교육부, 재활 서비스는 다시금 보건복지부, 고용서비스는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장애인 정보화는 정보통신부, 편의시설 허가는 건축법에 의한 건설교통부 등 모든 업무가 분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이 오히려 장애인복지에 있어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즉 교육 및 정보화 등 관련된 분야의 전문성을 재활과 접목시킴으로써 장애인복지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다 광범위한 자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은 서로간의 체계를 연결해 주는 통합장치가 없고서는 사실상 혼란과 중복투자, 정책의 단절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다양성을 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가 있고 산하에 실무위원회를 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장애인복지의 통합성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고 실제는 장애인정책에 대한 장애인계의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완충장치로써의 역할이 복지조정위원회의 실제 역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재활과 관련된 이러한 부처간의 중복성과 단절성은 장애인고용의 효과성을 저해하는 큰 요소로 작용한다. 즉, 교육부에서 이루어 온 특수교육의 기초가 고용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하고, 또한 특례입학으로 진학한 대학생들은 교육부와 노동부, 보건복지부의 사각 지대에서 재활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 장애인 개개인의 사례가 연속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관할 영역에서만 책임지고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인수인계조차 하지 않는 최소한의 직업의식마저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장애인직업재활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서로간의 연계성을 체계적으로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양 부처의 지원을 받는 모든 기관들을 동시에 관리하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마저도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자금의 할당 부위에 따라 혼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나타내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통합적 기능이 결여된 조직이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이루기 기대한다는 것은 과욕이 아닐 수 없다. 성서에도 우리 몸의 조합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비유가 있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일원화된 관리 체계 속에서 제도의 연속성 없이는 그 힘든 장애인 고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5. 공단 이사장의 잦은 교체에 따른 공단의 방향성 변경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15년여의 역사를 가지면서 벌써 맞이한 이사장은 여덟 명에 이른다. 즉, 한 사람의 이사장이 기본 임기인 3년도 채우지 못하고 평균 2년이라는 재직 기간을 가졌다는 증거이다. 그 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퇴직관료 또는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사장이 퇴임 이후 신임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4개월여를 소비했다. 결국 공단의 이사장 직책은 4개월여 동안을 공석으로 남겨둘 정도로 조직의 수장이 중요하지 않은 자리인지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이사장의 잦은 교체와 오랜 공석은 장애인고용정책의 연속성 단절과 방향성 혼돈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례로 전임 이사장이 장애인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도출되었던 공단의 역할 재정립이나 민간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성, 공단의 인원 동결, 직업전문학교의 역할 개선 등 수많은 개혁 사항들이 그대로 지켜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조직의 수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의 경력이나 이력에 따른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적인 리더쉽이 있는가 하면 전문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 집단은 전문성에 비해 행정력이 부족할 수 있고, 관료집단은 행정적 장점에 비해 관료주의적 보수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력과 이력을 가진 사람이 이사장에 취임하던 간에 장애인 고용 정책의 연속성은 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장애인과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 고용을 논의했던 예는 적었다. 그러한 대화 부족이 많은 오해를 낳았고 결국 장애인 고용의 비효율성을 가져왔다. 그러기에 그러한 비판과 반성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공단간의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러한 흐름은 당사자들의 입장과 전문가들의 관점이 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장애인 관련 정책수립에 있어서는 기초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협의적 틀 속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최근의 조치들이 공단 이사장의 교체에 상관없이 기본적 틀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6. 당사자가 아닌 재활전문가 중심의 고용정책 결정 과정

장애인 정책결정과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해야한다는 철학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많이 개선되었음은 사실이나 아직도 장애인 고용 정책은 당사자의 의견보다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연구원들의 연구 용역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요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연구 용역이 결정에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나 욕구가 관찰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당사자가 배제된 전문가 집단에 의한 연구 수행 결과는 실험적 모델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팀 선정에 있어서 단지 당사자들의 의견을 연구 과정 속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연구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하여 장애인과 전문가가 함께 수행하는 연구 방식 도입이 아쉬울 뿐이다. 더욱이 연구 용역에 의해 나온 결과물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기본 자료로 사용되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들을 거의 바뀐 경우가 없기에 당사자가 배재된 전문가팀들에 의해 수행된 기존의 정책결정 과정들은 오늘날의 장애인 고용의 성패에 대한 책임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실례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면 취업 장애인을 위한 각종 융자제도들이 기금고갈이라는 이유만으로 삭감되는 일은 없었으리라 판단된다. 은행에서 담보를 제공받거나 보증인을 세우기에 거의 100퍼센트 가까운 회수율을 지니고 있는 융자 제도가 단지 기금고갈이라는 이유로 사업비에서 삭감되고 원금 상환액마저도 다른 용도로 사용해버리는 그러한 예산 편성은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융자 제도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정책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7. 행정 중심적 사고

정부의 행정은 모든 장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바라보면서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통계적 수치만 가지고 장애인으로 일괄해서 처리하게 된다. 즉, 정부의 입장에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율이나 훈련 현황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장애유형과 정도를 깊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적 절차에서는 이러한 총괄적인 사고와 집행이 가능할 수 있으나 실직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특성과 작업 환경이 더 우선된다.

장애 유형과 정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직업적 능력, 작업장에서의 직업 환경적 요소 등이 중시되기에 개별화된 재활 프로그램이 적용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화된 적용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업무에 따른 지휘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재활국 체계가 행정적 사업체계가 아닌 장애유형별 전문성의 체계로 직제가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부나 공단의 직제는 사업 중심적 편제로 장애유형별 전문성을 지닌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별 전문성의 지도감독을 위한 편제가 없다는 것은 행정조직만 있고 전문성은 간과한다는 뜻이기에 이에 대한 시정을 십년 가까이 요구해도 노동부나 공단은 그러한 필요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기금고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예산 중심적 행정이 장애인 고용 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회수된 돈을 재투입만 해도 좋은 성가를 거둘 수 있는 취업 장애인 융자 제도가 대폭 축소된 것 외에 신규 사업으로 계획된 자금마저 기존의 예산 부족액을 충당하기에 급급하다. 기본 사업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복권기금사업의 취지를 존중하여 투입된 248억여원은 재포장되어 기존의 창업자금지원과 업무장비지원금으로 전액 쓰이게 되고, 장애인 중심 기업 육성을 위해 편성된 50억의 예산은 기존의 직업재활시설 활성화지원금으로 투입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의 도전은 그 결과에 대한 실패의 부담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실패의 위험성으로 인해 신규 사업으로 편성된 예산이 기존 사업의 보완을 위한 예산으로만 쓰인다면 결국 장애인고용은 현상적인 수준을 절대로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사업을 유지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을 바라볼 때 오늘날의 장애인 고용이 성공적이라면 찬성할 일이지만 문제점을 가득 지닌 체 겨우 지탱해 가는 수준에서 지속된다면 우리 장애인 고용의 청사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의 이면에는 현재의 제도만으로는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인데 그러한 예산들을 기존 사업의 부족한 예산으로 충당한다면 이야말로 행정편의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Ⅲ. 정책 대안

1.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의 개정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은 고용의무제와 직업재활사업,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기금에 대한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더 이상 장애인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장애인고용문제를 해결하고 기금의 합리적 운용을 목적으로 하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새로운 「장애인고용관계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률의 대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로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의무고용 비율제도의 신설이다.
현재의 제도로는 경증하지장애인들만을 위한 법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즉, 단순 통계에 의존하기에 거의 모든 기금의 직접적 수혜 대상이 경증 하지장애인에 편증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업적으로 중증으로 간주되는 장애인들을 위해 법률상의 세분화된 의무고용 할당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로 직업훈련과 같은 재활중심적 페러다임에서 고용중심적 페러다임으로 법률의 기본 배경이 변화되어야 한다.<>
비장애인들의 고용 정책은 훈련중심이 될 수밖에 없음은 인정한다. 즉, 건강한 신체에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일반 고용시장에서 취업한다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기술만 가지고 직업전선에서 성공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훈련이나 개인적 능력에 치우친 현행 법률을 보완하여 사회적 고용환경과 장애인의 취업환경을 개선해 주는 방향으로 법률이 보완되어야 한다.

셋째는 유보고용제도의 도입이다.
일반 고용시장에서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고용제도가 복지적 사업이 아니다. 흔히 일반 고용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를 노동부의 철학으로 주장하고, 일반고용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들을 최저임금 정도의 수준에서 취업하게 하는 것을 보호고용과 같은 복지적 측면이라 하여 복지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철학이라 생각된다. 정부나 기관의 서비스 개입은 실질적으로 일반 고용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것이지 혼자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직업적으로 중증인 사람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기 위한 유보고용제도의 도입이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이나 새로이 마련될 「장애인고용관계법률」에 포함되어야 한다.
넷째로 자금의 성격 규명과 정부의 책임 소재 명기이다.
현재의 법률은 정부가 일반회계로 책임져서 해야 하는 사업들을 기금으로 충당하도록 되어있고 기금이 부족할 경우 일반 회계의 지원을 요청하는 순서가 뒤바뀐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하는 일반 회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기금에 의해 민간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법률상 자금의 성격을 분명히 하여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지급되듯이 재정의 수입원과 지출에 대한 분류를 할 필요가 있다.

<2. 새로운 제도의 도입

현재의 장애인 고용 상황이 성공적이라면 아마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요청은 거부하여도 비판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논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시도를 통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첫째로 외국 제도의 모방을 통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다.
우리는 흔히 외국의 제도를 너무 많이 도입하여 거의 모든 사회 제도가 백화점식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회 제도와 정책은 그 나라의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이미 잘못 끼워진 단초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은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실례로 스페인의 ‘복권사업’, 스웨덴의 ‘3R’, 미국의 「랜돌프셰퍼드법」, 「자비츠와그너오데이법」에 의한 우선구매제도나 판매시설에 대한 우선권제도, 영국의 ‘Remploy’나 ‘Social Enterprise’ 등과 같은 제도를 우리도 시범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 직업적 중증 장애인에 대한 개념 도입이다.
장애인의 종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장애인의 수가 급격히 늘어가는 현실에서 장애인의 고용을 의학적 상실 기준에 의한 보건복지부의 기준만 가지고 처리할 수는 없다. 단지 발가락 몇 개 없다는 장애로 인해 보행에 약간의 불편이 있는 사람들을 직업적 장애인으로 분류하여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앞으로 거의 없을 것이다. 내부 장애나 안면장애, 약물남용 등이 장애로 간주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이러한 모든 사람들을 공단이 서비스 대상자로 하는 것은 자원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한 번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셋째로 공단의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편제 구축이다.
현재 중앙과 지사, 고용개발원, 직업전문학교 등으로 외형상 구별되고, 내부적으로는 업무 영역에 따라 기획예산국, 고용지원국, 직업재활국 등으로 기능상 분류된 현재의 직제를 장애유형과 기능을 혼합한 형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즉, ‘Double Support System’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현재의 기존 기능적 분류의 토대 위에 유형별 전문성을 삽입하는 제도이다. 이는 모든 지사와 직업전문학교 등에까지 적용할 수도 있겠으나 우선은 중앙 본부에 이러한 슈퍼비젼을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3.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어떤 정책에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정책에 있어서는 그러한 일관성이 쉽게 무너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1999년 당시 고용보조금을 폐지하면서 고용장려금을 대폭 인상하였으나 현재에 와서는 그 인상한 장려금을 원래 수준 이하로 낮추고 고용보조금제도를 다시금 부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 몇 가지 사안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공단 이사장 및 노동부 담당자들의 재임 기간 문제이다.
현재는 3년씩 2회에 걸쳐 이사장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나 지금까지 연임했던 이사장도 없고 또한 평균 재임기간은 2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공단의 최고 수장이 공단에 정책이나 운영방향에 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의 빈번한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 방해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노동부의 장애인고용과의 경우에는 일반 행정에 의한 순환보직제도로 인해 과장이나 사무관들이 채 2년을 넘지 못하고 수시로 바뀌게 된다.
기본 정책 수립은 노동부가 하고 집행은 공단이 한다고 하는데 일반 고용 정책에는 노동부 모든 직원이 전체적으로 이해의 틀을 지니고 있을 수 있으나 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한 장애인 고용 문제를 새로운 사람들이 인식하고 업무에 익숙해지며 어느 정도 이해를 할 때가 되면 다른 보직으로 변경되는 현실은 장애인고용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개방직 제도의 도입이나 이사장의 임기 연장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둘째로 정부 부처간의 연속성 구축이 필요하다.
장애인 직업훈련 프로그램만 해도 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정통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또한 IT직종의 경우에는 이 모든 부처가 동시에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복성을 피해가고 조정과 보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총리실 산하의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 내에 장애인고용실무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부의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산하에 실무위원회를 두어 형식상의 조직이 아닌 실질적인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간의 개선이 요구되어진다.

Ⅳ. 결언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하면서도 15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의 한상을 바라볼 때 장애인고용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 자리에 그 어떤 사람이 가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오늘의 모습이 성공적일 수 있었다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단지 변화하였으면 하는 심정에서 몇 가지를 글로서 적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치 않으리라 본다. ‘기존의 폐습을 그대로 간직하는가’ 혹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속되어온 문제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가’의 선택의 귀로에 있다고 본다.
장애인 고용을 담당하는 많은 부서들이 개혁이라는 목표 하에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존의 틀 속에서 고무 풍선을 조금 눌러 모양만 바꾸어보고 다시금 손을 떼면 원래 모양대로 돌아오는 그러한 변화가 아닌 빨간 둥그런 풍선에서 파란 꽈배기형 풍선으로 바꿔보는 그러한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이 당사자주의 도한 우리 사회의 현장적 철학이지 이것이 미래 사회에서도 변하지 않을 철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 중심에서 이루어져 왔던 재활 패러다임이 오랜 기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가를 많이 거두지 못했기에 이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일을 해 나가는 당사자 참여의 고용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15년간의 노력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대로 인정한 채 이제는 10년만이라도 당사자 중심의 고용 패러다임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이 과거의 혼란처럼 조그마한 장애인계 내에서 권력다툼이나 세과시와 같은 역기능적 시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순수하게 우리 장애인 동지들의 삶을 고민하고 그 길을 찾는 과정 속에서 모든 대화가 이루어지고 아무런 욕심 없이 공동의 선을 위해 장애인과 전문가, 행정관료, 정책입안자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소외된 이들을 위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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