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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장면

인권 리포트

WHO의 새로운 장애국제기준(ICF)의 이해와 기능적 장애 개념의 필요성

요 약

이 글의 목적은 증대되는 장애인 관련 사회정책, 특히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장애(disability)의 개념을 어떻게 구축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장애의 정의는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통상 장애의 정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차별금지법, 고용정책 및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에서 법적, 제도적 활동이나 규제를 위해 누가 장애인인가를 판별해야 할 필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1년에 새로 도입한 ICF체계는 사회정책의 문맥에서 장애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한 시도의 산물이다.
이 글에서는 세계보건기구의 새로운 장애 개념인 ICF 체계를 중심으로 장애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의 변화, 사회정책과의 연관성 등을 논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범주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정작 고용정책의 목표와 정책대상 간에 나타나는 불일치가 확대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를 극복하는 단초는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기능적 장애 개념을 도입하는 것으로부터 찾아질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하였다. 두 가지 장애 개념, 즉 의학적 정의와 기능적 정의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는 「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실증 분석한 결과, 고용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장애 개념은 의학적 장애라기보다 기능적 장애임이 확인되고 있다.

핵심용어:IDICH, ICF, 장애의 의학적 정의, 사회적 정의, 기능적 정의

Ⅰ. 들어가는 말

장애(disability)가 단순히 개인이 안고 있는 신체적 제약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장애는 의학적 정의(medical definition)만으로 가장 명료하게 포착될 수 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각장애에 관한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부분적인 시력 회복을 위해 치료를 받거나 안구이식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별다른 치료 가능성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지어진다. 양쪽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이라면 추가손상 가능성에 대한 진단을 받고 의학적 소견에 기초해 의족이나 휠체어에 의존하여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장애는 한 사람의 신체적 제약의 문제로 이해될 수 없다. 개인은 끊임없는 활동 속에서 사회와 소통하며 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생활을 영위하여야 하는데, 통상의 교과서나 서적을 이용해야 하고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도로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움직여야 한다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원천적으로 이동권과 교육권 등 인간에게 부여되는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것이 된다. 한 사회 내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존 기반 자체를 위협받는 셈이다.
장애인들이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사회와 접하면서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은 사회정의(social justice)이자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여기에 복지, 차별금지, 고용촉진 등 사회정책이 개입하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며, 장애의 정의 역시 사회정책의 문맥(social policy perspective) 속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장애의 정의는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통상 장애의 정의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차별금지법, 고용정책 및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에서 법적, 제도적 활동이나 규제를 위해 누가 장애인인가를 판별해야 할 필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Mashaw & Reno(1996)는 장애의 정의와 사회정책과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 공적서비스제도의 하나인 ADLs(Activities of daily living)의 지원을 받기 위한 장애의 정의는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만큼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적합하다.
· 공공직업재활서비스(VR)를 이용할 자격을 얻기 위한 장애의 정의는 직업서비스의 필요를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서비스가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 시민권 보호(civil rights protection)에 의해 고려되어야 할 대상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고용상 또는 공공에의 접근성에서 얼마나 차별에 노출되기 쉬운지에 따른 장애의 정의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 정부 또는 민간 차원의 소득지원제도에 적합한지를 결정할 때에는 소득능력의 상실에 따른 장애의 정의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사회정책의 문맥에 따라 장애의 정의는 단일하지 않을 수 있다. 현실에서도 국가마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제반 여건과 복지수준에 따라 상이한 장애 기준을 갖고 있는데, 구미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그 범위가 넓고 동남아지역은 그 범위가 대체로 좁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한 국가 내에서도 정책수단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보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정책적 고려에서 장애의 기준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정의에 의존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은 포괄적으로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제2조 1항)로 정의되며, 구체적으로는 1989년 제정 당시에는 주로 신체?정신상의 1차적 장애에 국한하여 인정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신장, 심장, 간질환 등 내부기관 장애와 중증 간질장애, 안면기형 등을 추가하여 사회적 활동에서의 장애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점차 장애 범주를 확대해오고 있다. 이러한 장애 기준은 사회복지정책은 물론 고용정책을 망라하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장애인 정책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의 기준이 얼마나 협소한가, 관대한가에 있다기보다는 어떠한 정책적 지향 하에서 장애를 정의하고 있으며 장애의 기준이 얼마만큼 그 정책적 목표에 충실한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점차 장애인의 범주가 확대됨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정책적 수혜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점, 이와 맞물려 적극적 고용촉진정책의 대상을 둘러싸고 ‘직업적 장애’의 개념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점, 또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정책이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각의 정책 대상과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은 우리 사회가 장애의 개념을 보다 합리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1년에 새로 도입한 장애의 개념(ICF)이 이러한 논의에 중요한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글의 목적은 증대되는 장애인 관련 사회정책, 특히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장애의 개념을 어떻게 구축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Ⅱ장에서는 WHO의 새로운 장애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ICF 체계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정책과의 연관성이 어떻게 고려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Ⅲ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장애 개념의 변천과정과 이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고용정책과의 괴리 현상을 분석한다. Ⅳ장에서는 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ICF의 개념 규정과 비교적 유사한 기능적 정의(functional definition)를 토대로 우리나라 장애인구의 규모를 추정하고 장애의 두 가지 정의-의학적 정의와 기능적 정의-의 고용정책적 유용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정책의 새로운 비전하에서 이에 부합하는 장애 개념에 관한 정책적 함의를 모색할 것이다.



Ⅱ. ICF의 장애 개념과 주요 특징

1. ICF의 개발 배경과 장애 개념의 변화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세계보건기구의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 Disability and Handicap)가 장애의 보편적인 정의와 기준을 제시해왔다. ICIDH는 70년대에 걸쳐 개발되어 1980년에 처음으로 WHO에 의해 공인되었는데, 그동안 장애를 질병이나 신체이상과 같이 의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것에서, 그로 인한 기능적/구조적 비정상(impairment), 신체의 기능적/구조적 비정상 상태의 결과로 발생하는 활동이나 행동패턴의 제약(disability),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불이익(handicap)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관점에서 장애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하였다.


<그림 1> 1980년의 ICIDH의 장애 개념의 구조

t실명/신체이상,신체손상,장애,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장애의 갬념 구조

ICIDH는 장애의 판정이 사회적 서비스의 수혜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판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애의 판단체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때 사회적 서비스의 주요 내용은 기능적/구조적 손상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복지시스템에 의해 보조하거나 핸디캡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차별금지 수단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장애인정책의 기조는 크게 변화를 겪게 된다. 전반적인 복지정책의 기조 변화와 맞물리면서 장애인정책도 과거 소득보조를 위주로 한 정책을 대신해, 소득능력의 회복 및 고용을 통한 복지를 추구하려는 지향성이 분명해졌다(OECD, 2003). 장애인정책이 보호차원의 시혜적 복지정책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목표로 하는 생산적 복지 혹은 정상화(Normalization)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생산적 복지와 정상화 정책의 핵심은 고용기회의 제공이다. 현대사회에서 직업활동은 소득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회참가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정책은 소득보장이라는 측면과 아울러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취업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고 일할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에게는 일할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부족한 능력 수준에서라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일반적인 생활 환경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 정책의 새로운 정책 목표로 제시되었다.

장애인정책이 참여(participation)와 활성화(activation)를 주된 과제로 할 때, ICIDH의 장애판단체계만으로는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유용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European Commission, 2002).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의식으로 집약될 수 있겠다.

첫째, 장애는 장애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장애로 인한 인간의 기능적 제약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시각이 요구된다. 그리고 기능적 제약은 장애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좀더 포괄적으로는 건강상의 제반 문제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둘째, 장애가 무능력을 의미하며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는 지원과 관리를 전제로 사회적인 의미에서 극복될 수 있으며 따라서 좀더 적극적인 측면에서 장애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셋째, 장애의 문제를 특정한 소수자그룹에 국한되는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 장애를 특정 그룹에 한정된 소수자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수자의 사회적 통합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들로부터, 장애의 개념은 신체적 장애에서 기능적 장애(Functional disability)로 무게중심을 이동하였고,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정책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구체화되었다. 장애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도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건강의 축에서 바라보는 보편적인 문제로 전환되었다.
2001년의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는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반영된 결과로 만들어졌다. ICF에서는 1980년의 ICIDH와는 달리 장애의 독립적인 정의와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 그 대신 1) 신체 기능 및 구조(Body Functions/ Body Structures), 2) 활동(activities), 3) 참여(participation) 라는 세 가지 측면에 의해 장애의 전체적인 그림이 포착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변화되었다. 즉 장애의 기준은 ‘질병의 결과’에서 비롯된 상태 구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건강의 구성요소’의 상태 구분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신체기능의 손상, 활동의 제한, 참여의 제약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림 2> ICF와 ICIDH의 구조
ICF(2001) ICIDH(1980)
신체의 기능과 구조
( Body Functions /
Body Structures)
기능/구조적 손상
(Impairments)
활동
(Activities)
활동의 제약
(=1980 Disability)
참여
(Participation)
사회적 불이익
(Handicap)


2. ICF의 구조와 장애 모형

ICF는 2개의 부분과 4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부분 중 첫 번째 부분은 긍정적 측면에서의 기능(functioning)과 부정적 측면에서의 장애(disability)를 포괄하는 요소들로 구성되고 두 번째 부분은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문맥적 요소(contextual factors)들로 구성된다. 다시 네 개의 구성요소로 쪼개보면 기능과 장애에는 신체 기능 및 구조의 측면과 활동과 참여의 측면이 포함되고 문맥적 요소에는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가 포함된다. 이중 활동과 참여의 측면은 현실에서 종종 구분되기 어려운 형태로 결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하나의 구성요소로 표현되고 있다. ICF의 전체적인 윤곽은 <표 1>에 정리되어 있다.


<표 1> ICF의 구조 개관
부분 1: 기능과 장애 부분 2: 문맥적 요소
구성 요소 신체기능과 구조 활동과참여 환경적 요소 개인적 요소
분야 · 신체 기능
· 신체 구조
· 생활분야(작업과 활동) ·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 ·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적 요인
구성 및 지표 · 신체 기능의 변화(생리학적) · 신체 구조의 변화(해부학적) · 표준적 환경에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capacity)· 현재의 환경에서 과업의 수행능력(perfarmance) · 육체적, 사회적, 행태적 특징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효과 · 개인의 행태에 미치는 효과
긍정적 측 면 기능적 구조적

정상 상태
활동 / 참여 촉진제 -
기능(Functioning)
부정적 측 면 신체/기능의 손상 활동의 제한

참여의 제약
억제제 -
장애(Disability)

출처: WHO, ICF Introduction, 11쪽

이 가운데 기본적으로 장애를 구성하는 것은 신체기능의 손상, 활동의 제한, 참여의 제약 등 기능과 장애에 있어서 포착되는 부정적 측면이라 할 것이다. 긍정적/부정적 측면은 각 요소별 구성지표에 의해 판정되는데, 특히 활동과 참여 영역에서의 지표는 현재 상태에서와 표준적인 상태에서의 지표를 구분하여 측정함으로써 객관적인 비교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가 개인의 기능과 장애 부분에서 단독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환경적, 개인적 요소와 같은 문맥적 요소들이 개인이 갖고 있는 기능과 장애의 측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ICF가 제시하는 문맥적 요소의 측정은 정책적 개입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장애 모형을 요약하면 <그림 3>과 같다.


<그림 3> ICF에서의 장애 모형의 개념도

출처: WHO, Toward a Common Language for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2002, 9쪽

3. 정책수단으로서의 ICF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ICF는 신체적 장애의 측면보다는 기능적 장애의 측면을 강조하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 장애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건강과 활동 수준에 역점을 두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ICF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사회정책적 관점을 강조하여 건강관리시스템, 사회보장제도, 직업재활 및 고용촉진정책, 기본권 보장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측정방법과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리학적 진단 자체로는 필요한 서비스의 내용과 필요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질병이나 신체이상의 존재가 장애급여 수급자, 직무수행능력, 취업가능성에 관한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적 목적 하에서는 진단이외에 개인의 기능과 장애의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정책적 개입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정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ICF는 개인의 신체 기능, 활동과 참여의 제약이라는 측면에서 분류기준을 제시함과 아울러 문맥적 요소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문맥적 요소는 사회적 태도, 법적·사회적 구조 등의 환경적 요소와 성, 연령, 교육수준, 사회적 배경 등 개인적 요소를 포함하며 ‘장애’가 개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를 추적함으로써 개인의 수요를 파악하는 기준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ICF는 사회정책의 측면에서 장애의 개념이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짜여진 분류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과 장애범주 확대

1.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 - 의학적 정의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의 기준은 기본적으로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된다.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의 장애인 규정도 「장애인복지법」의 규정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여타 법에서의 ‘장애인’ 개념은 양대 법의 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제2조 1항)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는 1989년 법 제정 당시부터 기본 골격이 유지돼온 것으로 포괄적인 의미에서 보면 WHO의 ICIDH나 ICF의 기능적 정의와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좀더 들여다보면, 위에서 정의된 장애인의 개념은 단지 선언적 의미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2조 2항에서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장애를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장애유형을 각호로 제시함으로써 일차적으로 장애유형에 따라 장애인 인정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대통령령에서 인정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즉 특정 장애 종류에 해당되지 않으면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심대한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법적 보호는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상 장애 인정범위도 ‘직업활동’의 제약과는 직접적인 연관없이 정해진다. 구체적인 장애등급 산정기준을 보면 전형적인 의학적 정의로서의 장애 개념을 채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제정 당시에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장애 등 다섯 가지 장애 유형만이 법적 장애인으로 인정되었으나, 1998년에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이 수립되면서 장애인 범주의 단계적 확대가 논의되었다. 이에 따라 1999년에 1단계 장애 범주 확대를 통해 뇌병변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정신장애, 발달장애가 추가되었으며, 이때 상대적으로 경증장애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국가유공자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상 상이군경, 「산업재해보상법」상 산재장해자도 장애인 범주에 포함시켰다. 2003년에 다시 2단계 장애 범주 확대가 이루어져 호흡기장애(약 20천명), 간질환장애(약 21천명), 장루 및 요루장애(약 15천명에서 30천명), 중증 간질장애(약 27천명), 안면기형(약 20천명) 등의 장애가 추가되게 되었다(보건복지부 내부자료, 2003).

아울러 정부는 향후 3단계 장애 범주 확대를 통해 소화기장애, 중증 피부질환, 기질성 뇌증후군, 발달장애, 기타 신체적·정신적 장애 중 중증장애를 중심으로 장애 인정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총괄하면, 1989년 제정 당시에는 주로 신체·정신상의 1차적 장애에 국한하여 인정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신장, 심장, 간질환 등 내부기관 장애와 중증 간질장애, 안면기형 등 사회적 장애의 일부를 추가하여 사회적 활동에서의 장애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장애 범주를 점차 확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의학적 정의에 의한 장애의 판단이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2. 장애범주 확대에 따른 장애인 규모 확대

법정 장애인의 규모는 일차적으로 등록 장애인 수에 의해 파악될 수 있다. 1991년 당시 등록 장애인은 32만 명에 불과하였으나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특히 장애 인정범위가 넓어지고 장애인에 대한 복지혜택이 확대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등록 장애인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2003년 현재 등록 장애인수는 14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그림 4).


<그림 4> 등록 장애인의 규모 추이(1991-2003)


자료: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현황 각 연도


그러나 등록 장애인수가 우리나라의 전체 장애인 규모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정 장애인 중 미등록 장애인의 규모도 무시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는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체적 의미의 장애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체 장애인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별도 표본조사를 이용, 모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우리나라 장애인구와 장애인의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를 파악하고 장·단기 장애인복지정책 수립 및 시행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8조, 시행령 14-15조). 이에 근거하여 보건사회연구원은 1990년부터 5년 주기로 「장애인실태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모두 3회의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2000년에 실시된 실태조사가 가장 최근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는 1999년 장애 범주를 신체·정신 장애 중심의 5개에서 내부기관 장애를 포함한 10개로 확대한 이후 처음 조사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법적 장애 인정기준에 따른 장애인구 규모를 추정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장애, 발달장애, 정신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로 구분되고 각 유형별로 신체적, 정신적 손상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장애 정도를 파악하도록 되어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시점에서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14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장애인구비율은 3.09%로, 1995년(2.35%)에 비해 0.7%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가 가장 많아 전체 장애인의 41.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개 장애범주가 포함됨으로써 약 12만 명의 법정장애인이 새로 늘었고 여기에 조사시점으로부터의 자연증가율을 감안하면 법정장애인 규모는 2003년 현재 173만 명 정도이며 장애인구비율은 3.6%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보건복지부 내부자료, 2003).


<표 2> 1995년-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한 장애인구 추정
장애인구비율(%) 장애인수(명) 장애유형별 구성비(%)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발달장애 정신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1995 2.35 1,053,000 58.3 - 5.5 10.7 2.2 3.8 19.5 - - -
2000 3.09 1,449,496 41.7 15.4 12.5 10.3 1.9 7.5 0.9 5.0 1.7 3.1
2003 3.61 1,730,104

* 보건복지부의 추정치

자료 : 보건복지부, 1995년-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2001 보건복지부 내부자료, 2003

그러나 「장애인실태조사」는 장애인복지법에 기반을 두고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정 장애 개념, 즉 의학적 정의에 입각하여 장애 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이 유의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조사에 기반하여 추정된 장애인구 규모는 법정장애인의 규모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법정장애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3. 장애범주 확대와 고용정책

장애범주의 확대는 그동안 복지서비스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많은 장애인에게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동일한 장애 기준이 사회복지정책은 물론 교육 및 고용정책을 망라하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장애인 정책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데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 고용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의무고용제의 관점에서 볼 때 제도의 수혜범위가 늘어남에 따라 경증장애인에 의해 중증장애인의 고용기회가 구축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애범주가 확대됨에 따라 장애인의 내부구성이 다양화되고 경증장애인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인데 반해, 현재의 의무고용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가장 능력 손실이 적은 경증의 장애인부터 고용할 것이므로 중증장애인이 고용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 2차에 걸쳐 추진된 장애범주 확대는 정책대상 확대 및 다원화에 수반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예상되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선행 작업 없이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급급하여 고용정책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본래적 의미와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의 범주 확대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장애 기준이 복지, 교육, 고용분야의 등 다양한 정책적 목표에 충실하게 부합되지 못하고 획일화되어 있다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분야에 한정하면, 그동안 장애인 고용정책이 의무고용제라는 할당-부과금제도(quota-levy system)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장애인에 대한 획일적 기준이 용인되는 여건에 있었다는 점이 이해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향후 고용정책의 목표가 정상화와 고용을 통한 복지에 두어지고 있고 장애인 내부구성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여 타깃그룹별로 장애인의 직업능력개발 및 취업지원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고용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한 개념도 일반적인 의학적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고용 정책적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다원화되어야 할 당위성이 제기된다. 특히 직업활동이라는 영역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장애의 유형과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정책 개입과 지원에 있어서의 장애 기준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ICF의 개념과 기준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Ⅳ. 「노동패널조사」에서 파악된 장애의 구조

1. 「노동패널조사」에서의 두 가지 장애 기준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은 매년 실시되는 가구패널조사로서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설계된 조사는 아니다. 그러나 4차년도 조사(2001)에서 ‘건강과 은퇴’라는 부가조사를 통해 법정 장애 여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였고 6차년도 조사(2003)부터는 본 설문에서 ICF의 기능적 장애(functional disability) 개념을 도입하여 장애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장애인 관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비록 「노동패널」이 표본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으로 정보를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개인들에 대한 추적조사이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이 각각의 장애 기준에 응답한 패턴을 통해 두 가지 장애 기준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구조적 관련성을 분석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 평가된다.

우선 「노동패널」이 사용하고 있는 두 가지 장애 판단기준에 대해서 살펴보자.
「노동패널」4차 부가조사에서는 지체, 시각, 청각언어, 정신, 기타 법정 장애 등 5개 분류를 사용하여 장애 또는 장해 여부를 파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표 3). 조사 결과 유효응답자 11,043명 가운데 368명이 장애인으로 판별되어 장애인 비율은 3.3%를 차지한다. 가중치를 사용할 경우 15세 이상 인구 중 약 104만 명(장애인 출현율 3.3%)이 장애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년도에 1년의 시차가 있고 표본의 대상범위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추정된 장애인 출현율 3.1%와 매우 유사한 수치를 보인다.

한편 「노동패널」6차 조사에서는 의학적 정의에 의한 통상의 판단기준 대신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인한 활동상의 제약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기능적 장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장애 상태를 6개의 질문, 즉 감각기관의 제약, 육체적 제약 및 네 가지 유형의 활동상의 제약이 있는지를 물어 하나라도 제약이 있다고 응답하면 기능적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표 4). 질문 항목별로 감각기관 장애(sensory disability), 육체적 장애(physical disability), 정신적 장애(mental disability), 자기유지 장애(self-care disability), 이동 장애(mobility disability), 직업활동 장애(employment disability) 등 여섯 가지 기능적 장애 유형을 구성한다. 이는 ICF의 장애 개념에 기초한 접근법으로서 2000년 미국 센서스에서 조사한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다. 고령으로 인한 신체적 쇠약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15-64세 연령 인구에 대해서 가능적 장애인 비율을 살펴보면, 유효응답자 10,133명 가운데 765명(7.5%)이 기능적 장애인으로 판별되었고 가중치를 고려한 결과 우리나라 15-64세 인구 중 약 219만 명(7.6%)이 기능적 장애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표 3> 「노동패널」4차년도 부가조사 - 법정 장애(의학적 정의)의 판단
문1 현재__님은 혹시 심신상의 장애 또는 징해를 겪고 계십니까?
⑴ 예
⑵ 아니오
문2 현재 겪고 계시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는 어떻습니까? 동시에 두가지 이상의 장애 또는 장해를 가지고 계시다면 아래의 표에 모두 응답해 주십시오
※ 지체 / 시각 / 청각언어 / 정신 / 기타 장애 등 5개 분류 사용
문3 현재 겪고 계시는 장애에 대해 장애 또는 장해판정을 받으셨습니까?
⑴ 받았다
⑵ 받지 않았다
 
  (문 3-1) 그렇다면 언제 판정을 받으셨습니까? _________년 ________월
(문 3-2) 그렇다면 장애 또는 장해의 급수는 무엇입니까?


<표 4> 「노동패널」6차년도 조사 - 기능적 장애의 판단
문1 _____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장기간 지속되는 장애나 육체적 제약이 있습니까?
아니요
⑴ 시각, 청각,언어장애 등 감각기관의 장애가 있다
⑵ 걷기, 계단오르기, 물건을 들거나 운반하기 등의 육체적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문2
_____님께서는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조건의 제약으로 인하여 다음과 같은 활동에 지속적으로(약 6개월 이상) 어려움을 느끼십니까?
아니요
⑴ 배우기, 기억하기, 집중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⑵ 옷입기, 목욕하기 등 집안 돌아다니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⑶ 쇼핑하기, 병원가기 등 집밖 돌아다니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⑷ 직업활동을 하는데(일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미국의 경우 16-64세 인구 중 18.6%가 동일한 기준에 의한 기능적 장애인구로 파악된 것에 비하면(2000년 센서스) 우리의 경우 기능적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능적 장애 출현률에 관한 「노동패널」6차년도 조사 결과를 몇 가지 더 살펴보자.
<표 5>는 장애 유형별로 기능적 장애 출현율을 보여주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직업활동 장애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다음이 육체적 장애의 순이다. 한편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 장애의 경우 그 비율이 육체적 장애 비율의 절반 이하에 머물러 다소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이동 장애를 느끼는 인구 비율이 육체적 장애 비율과 유사한 정도도 나타나는 미국의 경우와도 비교되는 결과이다. 한편 성별로는 전체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가 기능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표 6), 연령이 증가할수록 기능적 장애 출현율이 증가하는데, 특히 40대 후반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연령과 기능적 장애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표 5> 한국과 미국의 기능적 장애인의 유형별 출현율
한국(2003 노동패널)(%) 미국(2000 센서스)(%)
전체 전체
15-64세인구 100 100 100 100 100 100
기능적 장애인구 7.6 6.8 8.4 18.6 19.6 17.6
감각기관 장애 1.5 2.1 1.0 2.3 2.7 1.9
육체적 장애 5.0 4.4 5.7 6.2 6.0 6.4
정신적 장애 2.0 1.9 2.0 3.8 3.9 3.7
자기유지 장애 1.1 1.2 1.0 1.8 1.7 1.9
이동 장애 2.0 1.9 2.1 6.4 6.4 6.4
직업활동 장애 5.3 4.8 5.9 11.9 13.0 10.9

* 미국은 16-64세
자료: 미국 센서스국, Disability Status: 2000 - Census 2000 Brief, 2003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패널조사」
        6차년도 자료


<표 6> 연령대별 기능적 장애인 출현율
연령범주 15-19 20-24 25-29 30-34 35-39 40-44 45-49 50-54 55-59 60-64
기능적 장애인 출현률(%) 1.4 2.1 2.3 2.6 3.6 5.5 9.5 13.6 20.7 29.8

자료: 한국노동연구원,「노동패널조사」6차년도 자료

2. 의학적 장애(법정 장애)와 기능적 장애의 관계

두 가지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 의학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는 어느 정도 일치하고 또 어느 정도 불일치하는가? 어느 구분이 장애인의 고용상황을 더 잘 반영하는가? 여기에서는 「노동패널」4차년도 부가조사와 6차년도 조사 모두에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실증적 테스트를 실시하고자 한다.
조사시점 간에 2년의 시차가 있지만 법적 장애 상태는 불변이라고 가정하여 두 정보를 결합하였다. 15-64세로서 두 해의 장애 정보가 모두 있는 개인은 8,021명이었다. 두 가지 장애 기준에 대한 응답 구조는 <그림 5>와 같다. 이에 따르면 의학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가 동시에 있는 장애인은 128명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 반면에 의학적 장애는 있지만 기능적 장애는 없다고 응답한 개인도 96명(1.2%)에 이른다. 의학적 정의에서 보면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기능적 정의에서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인 사람이 전체 의학적 장애인의 43%나 된다. 반면에 의학적 기준으로는 비장애인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사람은 527명으로 6.6%를 차지한다. 장애인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정책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부류에 해당하며 어떠한 정책적 지원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5> 두 가지 장애 기준에 대한 응답 구조

의학적 장애96명(1.2%), 의학적,기능적 장애 128명(1.69%), 기능적장애(527(6.6%)



<표 7> 응답 유형별 취업자 비율 (단위: %)
전체
A. 의학적 장애 & 기능적 장애 31.3 37.5 17.5
B. 의학적(법정) 장애만 68.8 78.8 46.7
C. 기능적 장애만 36.2 46.8 30.3
D. 둘 다 해당 없음(비장애인) 64.7 79.1 51.3

<표 7>은 의학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에 대한 응답 구조에 기초해 개인들을 네 그룹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로 취업자 비율을 살펴본 것이다. 예상대로 의학적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기능적 장애인인 경우(A 그룹) 취업비율이 가장 낮아 3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의학적 장애만 있고 기능적 장애는 없는 경우(B 그룹) 취업비율은 68.8%로 비장애인보다도 오히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의학적 장애인은 아니지만 기능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C 그룹) 취업비율은 36.2%로 의학적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기능적 장애인인 A 그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용과 관련해서 기능적 장애 여부가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취업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의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로짓모형으로 취업 여부를 추정하였다. 종속변수는 취업자=1, 미취업자=0이다. 추정 결과는 <표 8>에 수록되었다. 첫 번째 모형은 응답 유형을 더미변수로 포함시켰으며, 두 번째 모형에서는 응답 유형 대신 기능적 장애 유형을 포함시켰다. 설명변수로는 학력 더미(국졸 이하 기준), 연령, 연령 제곱, 여성 더미가 사용되었다.

우선 모형 1의 추정 결과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단순 분포에서 확인된 결과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의학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취업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고, 다음이 기능적 장애만 있는 경우이다. 성, 연령, 학력 등의 요인을 통제하고도 의학적 장애만 있는 경우가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가장 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형 2는 각 기능적 장애 유형이 취업 여부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았다. 기능적 장애 유형별로는 자기유지 장애 → 직업활동 장애 → 육체적 장애의 순으로 취업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각기관 장애나 이동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다.

<표 8> 취업 여부 로짓모형 추정 결과 (종속변수는 취업자=1, 미취업자=0)

>
<표 8> 취업 여부 로짓모형 추정 결과
(종속변수는 취업자=1, 미취업자=0)
모형1 모형2
변수 추정치 (표준오차) 변수 추정치 (표준오차)
상수항 -3.2771 (0.1543)** 상수항
-3.2639
(0.1549)**
중졸
-0.3012
(0.0593)** 중졸
-0.3231
(0.0599)**
고졸
-0.2681
(0.0568)** 고졸
-0.2835
(0.0575)**
대졸이상
0.0698
(0.0633) 대졸이상
0.0552
(0.0639)
연령
0.2151
(0.0082)** 연령
0.2152
(0.0081)**
연령제곱
-0.0024
(0.0001)** 연령제곱
-0.0024
(0.0001)**
여성
-0.8082
(0.0323)** 여성
-0.8118
(0.0323)**
A 그룹
-1.2808
(0.1254)** 감각기관 장애
-0.2627
(0.1405)
B 그룹
-0.2710
(0.1408)* 육체적 장애
-0.4179
(0.1011)**
C 그룹
-0.7774
(0.0640)** 정신적 장애
-0.2869
(0.1325)*
자기유지 장애
-0.6774
(0.2463)**
이동 장애
-0.1756
(0.1750)
직업활동 장애
-0.5668
(0.1006)**
법정 장애만
-0.2736
(0.1408)*
N
8,021
N
8,021
-2 Log L
8679.5
-2 Log L
8601.7

( )안은 표준오차; ** p<0.01, * p<0.05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용에 보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장애 개념은 의학적 장애이기보다는 기능적 장애라고 할 것이다. 기능적 장애는 직업재활, 고용지원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에 있어 의학적 기준에 기초한 장애보다 훨씬 유용한 지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Ⅴ. 맺음 말

우리 사회에 장애인, 고령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급증한 것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2년 사이에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제출된 정책 프로포절 보다 더 많은 정책 프로포절이 제출되었을 정도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정책 및 고용정책의 기본적인 토대가 취약한 만큼 화려한 프로그램이 새롭게 백화점식으로 나열된다고 해서 쉽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장애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토대의 변화이고 시스템의 변화이다. 장애인 고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제도의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법에만 있는 유명무실한 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제도의 구성요소들 간에 아귀가 맞지 않아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 6> 장애인 고용정책의 재설계

자료: 황수경(2003), 88쪽

<그림 6>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가를 도시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가운데 점점 더 다양화되는 장애인들의 정책 수요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꼼꼼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올바른 장애 개념의 정립에서 변화의 단초를 찾고 있다. ICF의 확립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의 정의와 기준은 장애인 고용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필요로 함은 물론 정책의 대상과 과제를 연계시키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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