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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혁명만이 장애인 인권을 보장한다.(고정욱)
01. 포럼 칼럼
장애 혁명만이 장애인 인권을 보장한다. 고정욱(작가,한국장애인인권포럼상임대표)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우리의 과거 사극을 보게 되면 힘있고 신분이 높은 자들이 민초들을 함부로 억압하고 고문하며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볼 수 있다. 그러니 탐욕스러운 자가 노예나 종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는 성적으로 농락하는 일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죄책감이라든가 별다른 자각이 없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길가는 사람 어느 누구 하나 함부로 때리거나 모욕을 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린이들을 귀엽다고 잘못 건드렸다간 아동학대요, 여성들을 비하하는 행동을 보였다가는 성희롱으로 그 죄를 묻는다. 오죽했으면 맞으면 돈 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야말로 모든 사람은 개개인의 존엄성이 있고 어느 누구에게도 그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권리를 흔히 인권(人權)이라고 뭉뚱그려 말한다. 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불가결한 기본적인 권리, 즉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인권인 셈이다.

그러나 불과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보장받지 못했던 이 단 한 마디 단어 ‘인권’을 우리가 갖게 되는 데에는 피와 땀의 대가를 지불한 역사가 있다. 절대주의 권력에 예속되기를 거부한 시민혁명, 식민지 시민으로서의 삶을 벗어 던지고 독립된 나라의 시민이 되고자 한 미국의 독립전쟁……. 이러한 역사의 격동과 투쟁을 통해 시민계급은 자신들의 권리를 확보했고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해도, 침해받아서도 안됨을 선언했다.

그 덕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며, 이 권리는 어떠한 권력에 의해서도 박탈당할 수 없다는 이른바 자연법적?천부인권적인 사상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국가 권력은 시민이 시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고 계약에 의해 국가에게 맡긴 것이라는 이른바 사회계약론적이면서 국민주권론적 국가관까지 보편화했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아우르기 위해 수정보완을 거듭한 결과 현재 각국의 헌법은 종래의 고전적인 기본적 인권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한 생활 배려를 내용으로 하는 현대적인 기본적 인권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각종의 기본적 인권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개인권적 기본권은 정신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경제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직업선택의 자유재산권 등), 신체의 자유에 관한 기본권(체포, 구금, 수색, 압수에 대한 적법한 절차의 보장, 고문의 금지) 등이다.
  2. 생존권적(사회권적) 기본권은 생존권, 노동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이다.
  3. 능동적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권, 즉 참정권, 청원권, 재판을 받을 권리 등과 같이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권 등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생존권적 기본권이다. 현재 장애인계에서 큰 이슈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조항이다. 그러나 오늘날 장애인들의 기본권은 철저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외면 당하며 심지어는 말살 당하고 있다.
한국은 입헌주의를 체험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일제 식민지를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뒤로부터 인권의 기본틀을 갖춰왔다. 1948년 3월에 군정법령에 의하여 도입된 구속적부심사제도(拘束適否審査制度)가 최초의 기본권보장제도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그 해 7월, 헌법의 제정으로 서유럽식 기본권보장제도가 도입되고, 이에 따른 기본권이론도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그 뒤 60년 제 2 공화국헌법에서는 기본권의 보장을 보다 강화시켜 자유권에 대한 법률유보조항을 삭제하고,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할 수 없게 하였으며,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더욱 확대하였다. 오늘날 우리의 헌법은 1987년 제 6 공화국헌법으로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불러온 헌법이다. 인권에 대한 규정 역시 고르게 갖추고 있다.
인권의 중요성이 진작에 선언되고 선포되어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음에도 과연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인권이 보장되고 보호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의 인권이 그러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아직 시민혁명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시민혁명이 완성되지 못한 나라에서는 형식상 어떠한 법제가 형성되고 발전되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민혁명, 그것은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쟁과 각고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실천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권리조약이나 차별 금지법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내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시민혁명을 완수해내지 못하는 한 그 조약이나 법은 또한 형식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그러한 조약과 법의 통과가 우리 장애인 운동의 완성이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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