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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을 말한다
PIFF 모니터링을 들여다본다!
강보람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휠체어 높이에 맞는 극장 내 매표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맛보기를 원한다. 신선함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기분전환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잠시나마 틀에 박힌 현실을 잊을 수 있으면서도 우리네 삶과 닮아있는 가상공간, 그것은 바로 영화이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동권의 제약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장애인의 입장을 말이다.

 최근 들어 장애인 복지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장애인을 위한 혜택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참 많다. 물론 여러 종류의 감면 혜택은 경제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금전적 문제를 고려하기 이전에 개선되었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우리는 원을 그릴 때, 무작정 크게 그릴 생각만을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채워 넣을 내용의 양과 질을 먼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몇몇 극장에서 장애인 감면 혜택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설이나 환경 부분에 있어서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너무나 미흡한 실정인 것이다. 장애인 감면 혜택을 주면 무얼 하나, 극장 안에 발을 들일 수 조차 없는 것을…….

휠체어 높이에 맞는 극장 내 매표소
[휠체어 높이에 맞는 극장 내 매표소]

 올해로 14회째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들도 함께 어우러져 축제를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부산장애인인권포럼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PIFF 장애인 참여 환경 조사’를 벌였다. 이 모니터링은 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하여 장애물이 되는 부분에 있어 주최 측에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문화ㆍ환경영역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쓰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해서 장애를 가졌다고 하면 대개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겠지만, 정확히 어떤 점에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그만큼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피부로 절감하는 것들을 겉으로 끄집어내야만 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나 역시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번 환경 조사에 이틀간 동참을 했다. 모니터단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평소에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밀려오는 무안한 감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해운대구에 위치한 어느 한 극장, 최근에 새로 들어선 건물이라 비교적 편의시설이 잘 이루어져있기는 했지만 곳곳에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와 아쉬움을 남겼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면, 휠체어 장애인이 상영관까지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비상문을 통하여 직원의 안내를 받는다거나 매점 계산대가 성인키에 맞추어져 있어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역부족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극장 관계자 측은 나름대로 장애인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비상문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장애인들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FM 수신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시각장애인
[FM 수신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시각장애인]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건물 깨끗하게 잘 지어 놨네!”라는 말을 듣게 될 때가 참 많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무심코 듣고 넘겨버린 이 짧은 한마디가 너무나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하게 되었다. 과연, 겉보기에 화려하고 깨끗하다고 해서 잘 지어진 건물이라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부산의 역세권인 남포동의 한 극장이 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극장 입구에 에스컬레이터는 버젓이 잘 세워 놓았지만, 공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엘리베이터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것뿐이랴.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떡하니 표시를 해 두고서 그 길목에 계단이 놓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런 나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부산장애인인권포럼이 작년부터 모니터링을 시행한 이후로 그나마 조금 나아진 상태라는 사실이었다. 이 모니터링을 시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을 뿐더러,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낙제점 수준이었던 것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인쇄물과 한국영화 자막서비스 등이 마련됐고, 시각장애인들은 FM 수신기를 통해 배우의 대사 외에 화면 속 상황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PIFF 장애인 참여 환경조사’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점차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에 뒤따르는 부산장애인인권포럼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모니터링에 이어 더 추가되어 진행된 것을 살펴본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에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사항에 대한 제안서를 전달했고, 좀 더 수월한 모니터링 진행을 위해 영화제가 개막하기 전에 영화티켓 300부를 확보해 놓았다. 또한 부산포럼에서는 국제영화제 행사의 진행요원인 자원봉사자 교육부문을 맡게 되어, 장애인인권 및 장애감수성을 통한 장애인 에티켓에 대한 강의를 한 바 있다. 물론 이 외에도 홈페이지 등의 웹접근성 개선, 수화통역사 배치, 영화상영, 교통시설, 인쇄물, 야외관람장(요트경기장), 야외행사장(해운대해수욕장)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작년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극장 내의 이동식 의자를 체험 중인 단원
[극장 내의 이동식 의자를 체험 중인 단원]

 이번 모니터링 기간 동안 가장 눈에 확연하게 띄었던 것들이 있었다. 영화상영 부문에 있어서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화면해설과 한국영화 자막서비스가 제공된 것이었고, 편의시설 부문에서는 상영관 맨 뒤의 좌석이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며 목의 뻐근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문화생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마땅하다. 앞에서 계속 언급한 맥락으로 무작정 큰 원을 그려 놓기 보다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만, 소수자에 속하는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내면 적어도 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아마도 이 모니터링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문화향유권이라는 영역에 있어서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니터링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문화 활동 참여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하루 속히 장애인식개선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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