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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2011년 장애인복지예산,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2011년 장애인복지예산,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안진환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바야흐로 복지논쟁의 시대다. 우리 정치사에 요즘처럼 복지에 관련한 논쟁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백가쟁명으로 전개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진보 교육감들의 무상급식정책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논쟁은 확대재생산을 거듭하며 급기야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한국형 복지’와 민주당의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의 소위 ‘3무’ 보편적 복지정책에서 정점을 찍은 형국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격으로 여야가 샅바를 잡았는데, 외견상 이번 복지논쟁에서 ‘성장과 복지’가 선 순환해야 한다는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가 정치적 이슈화로써의 복지패러다임을 선점한 듯 보인다. 복지에 대한 미증유의 전국가적 ‘울트라 관심’. 대통령도, 행정부처 장관도, 여당 정치인도 사상 최대 복지 예산이라고 연신 호들갑이다. 모든 계층의 복지예산 총량이 커졌다며 입을 맞춘 듯 이구동성이다. 그럼 장애인복지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가. 올해 장애인복지예산의 규모와 내용을 살짝만 뜯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느낌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곡소리’라는 말이 딱 맞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말대로 장애인복지예산은 정말로, 증가했을까?

 실제로 올해 장애인복지예산은 증가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의 확대와 장애인연금, 장애인등급심사제도 등의 연중 실시로 나타나는 예산의 자연 증가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먼저 활동보조예산(1,152억 원) 196억 원을 삭감하는 대신에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업 777억 원을 신규 배정했다. 합친 금액이 1,929억 원에 달해 581억 원이 증액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괴상망측한 방문목욕지원, 주간보호, 재활보조기구, 재활치료 등 각종 바우처 등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잡탕으로 섞어놓아 오히려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위축시킬게 뻔하다. 시설과 자립생활의 정책 및 예산의 경계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견고한 시설정책 추진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장기요양제도와 활동지원제도의 절묘한 동거’를 조장해 자립생활이 실종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사회활동(직장생활)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차량 소유자들에게 책정되었던 장애인 차량 LPG 지원 사업이 종료되면서 240억 원 전액이 증발되었다.

 ‘사회참여 활성화’라던 소득보장 부문의 반영에도 냉담했다. 정부여당의 장담대로 장애인연금이 무려 90.1%나 증가되었으나 장애인연금제도의 도입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연금제도는 작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6개월분인 1,519억 원이 편성되었으나, 올해 예산은 고작 2,887억 원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3,038억 원 편성이 해답으로 봐야 옳다. 장애인연금 예산의 정확한 실체는 약 5% 삭감이 맞다.

 어쨌든 이 두 사업의 예산만 946억 원이 증액되며 전체 증가분 1,268억 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장애인복지 34개 사업(특별회계 포함) 중 8개 사업에서 1,201억 원이 싹둑 잘렸고, 10개 사업은 동결되었다. 물가인상률조차 반영하지 않은 동결사업 역시 날치기 과정에서 묻혀버렸으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장애인 복지 사업 중 절반(34개 중 18개)이 삭감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표 70% 복지론’ 시리즈 1편 격인 ‘70% 영유아 양육수당’과 마찬가지로 장애 아동 재활치료서비스와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 예산도 작년과 같은 각각 481억 원, 15억7천만 원으로 동결되었다. 심지어 장애인자녀 학비지원 예산은 10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오히려 10% 감소되었다. 장애 아동 재활치료서비스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국가구소득 평균 100%이하로 제한되어 대상자 수는 37,000명에 불과하여, 18세 이하 전체 장애아동 84,000여 명 중 절반 이상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전체 장애아가구 중 고작 688가구에게 연간 320시간 밖에 제공되지 않는, 그야말로 생색내기 수준의 양육지원서비스는 나락으로 떨어진 꼴이다.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로 인한 안보 강화의 시급성 때문에 잠시 뒤로 밀린 것이라고 자위해야 하나. 꿈보다 해몽이지.

 자립생활지원 얘기 좀 더하면,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1,928억 원(장애인사회활동지원 1,152억 원 + 장애인활동지원제도 777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정부는 올해 10월 이후부터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를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로 바꿔 장애인 5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2010년 12월 8일 장애계가 반대한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은 최대 22만원에 달하는 과도한 본인부담금 도입으로 소득이 열악한 중증장애인의 서비스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고, 서비스 지원 대상의 과소 추계 및 급여 동결 등 현재 제도보다 훨씬 개악된 법이다. 사실, 활동 지원제도는 원래 자립생활운동에서 비롯된 제도로 정부가 지원을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애인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원과 함께 자립생활을 이념을 살리는 방향이 타당하다. 하지만 정부는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개입하여,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의적인 장애등급의 잣대를 들이대 대상자에서 탈락시키는 하면, 서비스 시간을 축소하는 등 복지제도의 틀을 뒤흔들어왔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날치기 처리한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은 제도 자체의 문제점 외에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장애인연금예산이 위축되는 상황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활동지원제도의 조기도입과 장애인연금액의 인상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활동지원제도의 조기도입이 친 서민정책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라 장애인연금의 상향을 연기하였다고 한다(에이블뉴스, 2010.10.2). 이는 정부가 작년 9월경만 해도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 인상안을 가지고 있다가 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장애인연금 부가급여인상안을 포기했던 데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예산에서 증가율이 높은 장애인일자리 지원사업의 문제도 고질적인데, 올해 예산은 273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6%로 크게 증가하였다. 장애인들의 일자리 환경은 개선되고 있을까.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토록 증오하는 ‘소모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제도의 전형이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능동적 복지 구현의 양적 수치는 겨우 10,300명이다. 일자리 양도 문제이지만,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보면 아예 눈을 감은 형국이다.

 ‘장애인 행정도우미’의 경우, 3,500명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원 단가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해 ‘85만 원짜리 싸구려’ 인생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경로당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은 지원 단가(월 100만원)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지원인원은 300명에 불과할뿐더러 기간도 9개월 단기지원에 그치고 있어 ‘고용 불안정’에 한숨지어야 한다. 지원인원이 가장 많은 ‘장애인복지일자리’는 4,000명에서 6,500명으로 확대되었으나, 월 20만원 지원에 지나지 않으며 지원 기간 역시 9개월간의 ‘파리 목숨’이어서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통한 생계해결을 외치기에는 몰염치하고 쪽팔리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복지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투자방향으로 첫째, 일을 통한 능동적 복지 구현, 둘째, 촘촘하고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셋째, 저 출산?고령사회 대응, 넷째, 보건의료의 공공성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의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장애인복지예산으로 좁혀 보면 네 가지 원칙 중 첫째의 능동적 복지 구현과 둘째의 촘촘하고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의문은 이렇다.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복지정책방향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복지환경 속에서 ‘사회안전망’ 구축보다 ‘능동적 복지’를 최우선 재정투자원칙으로 내세워야 하는가의 당위성 말이다. 백보를 양보해 탈산업사회 등 경제구조의 변화에 순응하여 이해의 폭을 넓힌다 하더라도 ‘능동적 복지’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장애인일자리지원사업의 제자리걸음이나, 노동부 소관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예산의 감액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걸맞지 않던 ‘친 서민’ ‘친 소외계층’의 가면을 드디어 벗어던졌다고 밖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골 레퍼토리인 ‘능동적 복지’ 또는 ‘공정한 사회’의 허구가 본색을 드러냈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인 복지환경인 ‘사회안전망’ 구축의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연금예산은 축소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신규로 도입되는 장애인사회활동지원사업의 직격탄을 장애인연금이 맞았다는 항간의 의심을 종합하면, 정부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촘촘하고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객관적?과학적이지도 않는 장애등급을 볼모로 복지대상자를 선별하려는 정부의 행태는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이며, 나아가 장애등급재판정을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장애인 개인에게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이 너무 장애가 경(輕)하기 때문”이라고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와 진배없다.

 세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남자 주인공 김주원의 대사가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에 일침을 놓는다. 소위 ‘사회지도층’인 주인공 김주원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윈 여자 주인공 길라임에게 어떻게 생활을 해왔는지 물었다. 이에 길라임은 ‘정부와 사회’의 보조를 받았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사회지도층’ 김주원이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럴 줄 알았다면 세금을 더 낼 걸 그랬다”고…. 그리고 진정한 ‘사회지도층’인 그가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2011년 장애인복지예산,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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