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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선에서 넘어서게 된 삶
신지원 단원 경기포럼 의정모니터단


신지원 단원 사진  대부분 사람은 늘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조용히 살아가길 바란다. 나 역시 그런 성향과 안정을 원하며 평범하게 살던 가정주부였다. 아이들 낳아 바르게 양육하고, 집안 살림을 예쁘고 깨끗하게 꾸미며 사는 게 마냥 편했었다. 교육 정보에 관심을 곤두세우며 강의가 있으면 열심 쫒아 다니고 나름대로 열정을 발휘해 남들과 공유하는 재미로 살았었다. 적당히 내 장애를 배제하려 노력하며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데 자연스러웠다. 그러던 중, 학교 동기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인권포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회 모니터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10년의 긴 시간을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서 살았던 탓에 약간의 망설임으로 의정 모니터 단원 활동 지원을 했었다.

 먼저 이 일을 시작한 현영 씨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 포럼에서 정책 모니터링에 대한 의정 모니터링 활동의 이해와 방법론을 교육 받았다. 생소한 의회의 구성이나 용어, 회의록의 장애 관련 정책의 모니터 내용의 선택,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엑셀의 사용 요령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은 흘러 활동 후기를 쓰며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시점에 와 있었다. 내가 장애인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사실에 대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거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다소 남들과는 다른 불편함을 극구 부인하며, 뚝심과 나에 대한 애착을 잃지 않으며 소리 없이 장애와 외로운 싸움을 하며 살아왔다.

 내 몸의 장애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활동 접근의 불편함, 사회의 시선이 더 큰 장애였다. 그러나 그 부인하고 싶은 현실에 문제의식을 제시하거나 개선의 소리를 내야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감당해야 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의정 모니터 활동 후의 생각은 많이 변화되었다. 변화를 요한다면 움직여야 하고, 자기 선택권에 대한 보장과 소리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변화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본능적인 일들과 과정을 왜 주관성 없이 지나쳐야 하는지에 대해 내 자신에게서부터 질문을 던지고 이에 적절한 반응과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의회의 정책 모니터링을 하면서 여러 법률에 관련 법규들이 개정되어야 하고, 인권의 범위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과 행정부와 의회의 장애관련 정책에 많은 이해와 관심이 높아졌다. 시설에 의지해야만 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지역 차원의 새로운 고용으로 자립이 되는 소득의 보장과 독립을 위한 활동 보조의 절실한 필요가 있다는 제도의 인식도 갖게 되었다. 내가 그냥 지나치며 살아오던 장애인 당사자로서의 의식. 일상생활과 이동의 여러 접근성과 편의에 대해 분명한 표현과 요구. 또한 장애 관련한 정보의 인식을 바로 깨닫고 알 권리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공감을 갖게 되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불편하고 번번이 부딪치는 문제는 병원, 은행, 공공 기관 등을 방문 했을 때 창구 데스크의 높이가 내 턱 높이여서, 늘 “가능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불편을 감수하며 지나쳐 왔고, 그것이 장애인인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경사로 밑이나 거리 곳곳의 배수 시설 홈에 내 휠체어 바퀴가 끼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을 감안하는 일 등 일상 속에서 나를 내 몸보다 불편하게 만드는 시설들을 타협 아닌 타협의 선에서 적응을 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이렇게 해 주시면 편리하고 좋겠네요”라며, 법규에 의해 문제의식과 방법을 모색하여 말하고 전할 수 있는 용기가 내 안에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이도 내가 변해 있다는 사실에 나도 지금 이 순간이 놀랍다. 내 생각의 각도가 변함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나도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지 않았나 싶다. 난 분명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개입과 발언을 할 수 있는 참여와 자기 결정권이 있는 시민이다. 나 외의 다른 장애인을 대할 때, 또 내안의 오류는 없는지에 대하여 민감하게 깨어 살아갈 것이다.

 끝으로 업무 시작 시기에 많이도 귀찮게 했던 현영 씨, 늘 친절하게 알려 주고 항상 느슨하고 빠르지 못한 나에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은 사랑에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재미있는 태엽 씨, 조용히 정말 일 잘한 동예 씨, 나중에 멋진 법률 인이 될 재호 씨, 어린 나이이시지만 당당하고 열정 넘치는 카리스마 있는 윤희 단장님, 한결같이 지성과 미모로 경기 포럼을 이끌어 가시는 안 대표님, 그리고 나의 친구인 경서 소장님 등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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